전문성, 카리스마, 멋... 재미가 없다면 말짱도루묵
북한산 호두, 통일되면 국산
몇 년 전 시장을 지나치다 매대의 북한산 호두를 보았습니다. 무수히 많은 건어물 견과류 매장이 있었지만 유독 이곳의 호두가 시야에 들어온 것은 원산지 밑에 적혀있던 재미난 문구 때문입니다.
"통일되면 국산"
호두를 팔기 위해, 타지 호두에 비해 산 좋고 물 좋은 환경적 요인을 어필할 수도 있겠고, 효능을 구구절절 깊게 설명하는 방법도 있겠지요. 그런데 판매자가 홍보에 욕심을 내다보면 소비자는 도리어 지루하고 시선을 피하고 싶어 질지 모릅니다. 힘을 빼고 내가 가진 상품을 여러 관점으로 뜯어보면 그 안에 빛나는 '재미'를 발굴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요소에는 사람을 끄는 힘이 있습니다. 견과류를 별로 안 좋아하는 저도 지갑을 열고 싶어 졌을 만큼요.
그냥 치마? 뒤집으면 한복인데요
황이슬이 몇 달간 연구하여 만들어진 생활한복이, 펀딩을 통해 벌써 2개나 오픈되었어요.
세상엔 수많은 멋진 창작자가 있고 저마다 매력도 많은데 왜 하필 리슬이어야 하는지를!!! 소비자에게 공감받는 게 참 쉽지 않은 일인데요.
제품 소개할 때 막 어마어마한 카리스마도 담고 싶고.. 브랜드가 추구하는 전통의 가치도 어필하고 싶고... 몇 달간 육수 빠지게 힘들었던 점도 호소하고 싶고.. 그런데 장황해지면 소비자가 오히려 한복을 어려운 옷으로 인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옷이라는 건 세상을 구하려고 입는 게 아니라 1차적으로는 편해서, 예뻐서 입는 거잖아요. 입다 보니 나도 모르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면 더 기분 좋은 일이고요.
그래서 펀딩 제목을 '그냥 치마? 뒤집으면 한복인데요"라고 지었어요. 비록 멋없고 촌스러울 수 있지만 평소 한복 입기에 용기가 안 나고, 자주 못 입을까 두렵다는 분들에게 용기를 주는 메시지이기도 하고 1벌로 2벌 효과가 나는 장점을 어필하는 가장 심플한 메시지거든요.
뒤집기만 해도 일상복에서 한복으로 변신하는 반전 매력에, 소비자분들은 '재밌는 아이디어'라고 표현해주셨어요. 일상 속 한복 입기를 촉구하는 리슬의 간절함이 통했던 것일까요? 이 단청 허리치마는 펀딩 오픈 3일 만에 목표액의 9000%를 찍고 끊임없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전통복식이라는 주제로 디자인 변형에는 한계가 있다 보니 '더는 특별할 것이 없겠거니'라고 생각했던 소비자에게, 뒤집으면 변신하는 양면스커트는 소소한 재미가 되었을 것이며, 옷에 담긴 긴 서사를 어필하기보다 한복을 입으며 달라진 일상을 상상해보게 한다는 점도 어쩌면 펀딩의 흥행으로 이어졌는지도 모릅니다.
'재미'는 흥행의 열쇠
전문성과 카리스마보다 '재미'로 흥행한 사례가 하나 더 있는데요, 엘리 골드렛 작가의 <<더 골 The Goal>> 이라는 경영학이론서입니다. 알렉스라는 주인공이 생산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스승 요나를 통해 해결해나간다는 줄거리로, 여느 경영학서적과 다르게 '소설'형태로 집필된 것이 이 책의 특이점입니다. 어려운 경영학이론이라는 주제를 비전문가도 읽을 수 있게 쉽고 재밌게 집필한 것이 성공의 핵심요인이었죠. 보통 이론서적이 100만부 이상 팔리는 경우가 드문데 이 책은 소설형식이라는 매력적인 요소 덕분에 300만부 이상 팔리며 단숨에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 또한 사람을 끄는 '재미'의 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통일되면 국산'이라는 위트있는 문구로 행인들의 시선을 끌어당긴 호두 상인처럼,
'생활한복'이라는 표현보다 '뒤집으면 변신하는 옷'이라는 재미있는 관점, 심플하지만 위트있는 표현과 디자인은 종래에는 흥행을 부르는 힘이 됩니다.
"와 예쁘다"라고 한번 놀라고
"어? 한복이었어?"라고 두 번 놀라게 되는 리슬의 생활한복은
텀블벅 단청 허리치마&저고리 , 와디즈 일랑 긴팔 한복 원피스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