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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bellevie Jan 06. 2020

프랑스 회사의 휴가 문화

도대체 일 년에 몇 일을 쉬는거니?



프랑스 사람들은 맨날 휴가인가봐. 얘네는 일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프랑스에 오기 전 나도 때때로 하던 말이었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회사인 탓에 시차가 맞지 않아 보통 메일로 연락을 하곤 했는데, 부재중 자동회신을 종종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보통 직원의 휴가 혹은 하루 이상의 부재일 경우, 대직 담당자를 두곤 한다. 급한 문제는 대신 처리해 줄 수 있을 정도의 진행사항을 미리 인수인계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직자도 처리하기 어려운 문제라면 휴가 중에 출근을 하거나 원격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다시 말해서, 상대방 입장에서는 언제든지 항상 연락이 닿을 수 있는(available) 대상이다.


프랑스에서는 휴가 중에는 연락이 닿지 않는 것이 당연(normal)하다. 나 역시 자동회신 메시지를 작성할 때, 한국에서는 ‘부재중이니 담당자 누구에게 연락해 주세요.’ 라고 하는 반면 프랑스에서는 ‘휴가로 인해 부재중입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라고 할 뿐 다른 연락 가능한 담당자의 연락처를 남기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정말 간단하다. 아무도 없으니까.


7월에 이 곳에 도착해서 인수인계를 좀 받는가 했더니, 정신없이 바빠서 누구에게 말 걸기도 미안한 분위기였다. 팀 클라우드에 있는 자료를 읽으며 혼자 업무 파악을 좀 하다보니 어느 날 사무실에 나와 인턴친구 둘만 남았다. 8월이었다. 7월에서 8월로 달력 한장이 넘어가자 모두가 사라졌다. 우리 팀만이 아니라 사무실 전체가, 파리가 조용해졌다. 오토바이, 킥보드, 자전거, 자동차로 그렇게 시끄럽고 정신없던 출근 길이 휑해졌다.


8월은 바캉스(Vacances)의 달이다. 일반적인 프랑스의 공기업 혹은 대기업에 종사중이라면 8월에 출근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심지어 레스토랑 및 베이커리, 상점 마저도 문을 닫고 휴가를 떠난다. 8월의 파리는 마치 여행자들의 도시인 것만 같다. 에펠탑, 루브르, 개선문 등이 위치한 시내 중심부에 가면 사람들이 북적이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도로에 주차 된 자동차도 거의 없을 정도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년에  일을 쉬는 걸까?

법적으로는 한 달을 만근 할 경우, 2.5일의 유급휴가를 부여받게 된다. 즉, 일년에 30일의 유급휴가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실제 법정 휴가는 25일(5주) 라고 말하는데, 그 이유는 30일 중 5일은 토요일을 포함하고 있어서이다. 프랑스의 이웃 국가를 살펴보면, 독일의 경우 법정휴가가 20일, 스위스 20일, 영국 28일, 스페인 22일, 이탈리아 20일의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법정 휴가는 15일로, 위의 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훨씬 못 미치는 편이라고 느껴진다. 하지만, 국가 공휴일을 감안하여 연간 유급휴가 일수를 계산한다면 스위스보다 3일 많고, 독일과는 동일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공휴일은 15일, 프랑스는 11일, 독일 10일, 스위스 7일, 영국 8일, 스페인 14일, 이탈리아 12일 이기 때문이다. (물론 공휴일이 주말이 아니라는 가정이다.)


프랑스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휴가일 수가 많기는 하나 어떻게 여름에 5주, 겨울에 2-3주의 휴가를 갈 수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단순하다. 법정휴가에 더해 휴가를 추가로 더 받기 때문이다. 어떻게? 초과근무를 해서 말이다. 프랑스의 주당 근무시간은 35시간인데, 초과근무를 하게 될 경우 휴가 혹은 수당으로 제공 받을 수 있다. 휴가일 경우, 법적으로 연간 최대 4주까지 초과 근무에 대한 보상이 가능하다. 따라서, 기본 법정휴가 25일에 추가로 초과근무에 따라 20일을 받는다면 최대 45일의 휴가를 갖게 되는 셈이다. 이 초과근무에 대한 보상 방법은 회사마다 그리고 업종마다 다른 편인데, 예컨대 컨설팅 업종에서는 주로 수당으로 보상을 하고 일반적인 사기업의 경우 휴가로 보상해주는 편이다. 내가 속한 회사의 경우, 애초에 직원들이 초과근무를 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보상휴가를 매년 본인 휴가 산정일에 지급한다. 개별적으로 초과 근무시간을 산정하여, 개별 보상하는 국내 시스템과는 차이점이 있다.


그런데 모두가 초과근무를 할 것으로 가정하기 때문에 부작용도 있다. 출근은 하는데 퇴근이 없거나, 퇴근은 하는데 집에서 일하거나, 주말에도 언제든지 일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근무시간이 더 길어진 것 같다. 근무 강도야 어떤 업무를 맡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지금까지 봐 온 사무실의 분위기는 한국에서와는 사뭇 다르다. 이는 앞서 올렸던 글에서 언급했듯이, 자율과 책임 문화에서 오는 것이겠지만 그만큼 업무 집중력이 높고 시간 대비 처리하는 업무량도 많은 편이다.


우리나라도 근로기준법이 개정되어 18.7.1일부로 주 52시간제가 시행되었다. 물론, 특례 제외업종, 300인 이상 혹은 50인 이상 등 여러 예외사항이 있어서 모든 근로자들이 동시에 적용받는 것은 아니지만, 52시간제 시행으로 인해 근로시간이 전보다는 상당히 줄어들었을 것이다. 전에는 늦게까지 남아서 일하거나 회식하는 문화가 있었다면, 이제는 PC 오프제나 근무시간 측정 시스템(Time tracker) 등을 이용해서 정해진 근무시간을 맞추려고 할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초과 근무에 대한 보상을 수당으로 하기에는 부담이니 휴가 보상을 선호할 것이고, 직원 입장에서는 52시간제 시행 이전 만큼 일하게 된다면 프랑스 만큼은 아니어도 휴가가 꽤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휴가 일수가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4주 연속 휴가를 쓰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다른 얘기지만, 한국은 OECD의 국가별 연간 근로시간 지표에서 거의 3순위 안에 있었는데, 앞으로는 상위권에서 한참 벗어나지 않을까 생각된다. 중요한 것은 근로시간 자체보다는 얼마나 근로생산성이 높으냐 이겠지만 말이다.)


함께 쉬고 함께 시작하는 휴가 문화

프랑스에서는 직장인이든 학생이든 자영업자이든 휴가기간이 대체로 정해져있다. 7월 중순 이후부터 8월 한 달 간, 12월 말부터 2-3주간, 그 외에 자녀들의 학교 방학이 있는 2월 마지막 주나, 10월 마지막 주이다. 그 중에서도 8월 한 달간 그리고 12월 말에는 프랑스의 거의 모든 근로자들이 휴가를 가게 된다. 우리나라도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대체로 방학 때 휴가를 쓰기는 하지만, 프랑스만큼 회사가 통째로 비워지는 일은 거의 없다. 휴가를 쓰려고 해도 팀 내에 다른 직원과 겹치지 않는지 미리 확인하여 업무 진행에 크게 불편이 없게 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정말 의아했다. 어떻게 이렇게 사무실이 통째로 비워질 수 있을까. 아침부터 퇴근할 때까지 혼자 사무실을 지키고 있노라니 일에 집중도 안되고 차라리 이럴 바엔 휴가 쓰는 게 낫겠다 싶었다. 그런데 휴가기간이 지나고 모두가 사무실에 돌아왔을 때 비로소 느껴졌다, 모두가 같은 기간에 휴가를 쓰는 이유를. 충분히 쉬고 완전히 재충전 되어 일할 준비가 , 아니 일을 하고 싶어 의욕에 넘쳐있는 그들이 보였다. 가능하면 직원들끼리 휴가가 겹치지 않도록 사전에 동의를 구하고, 개인별로 다른 시기에 휴가를 쓰는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일 것이다.


물론 어떤 문화에든 장단점이 있기는 마련이나, 프랑스의 다같이 휴가문화의 가장 큰 장점은 업무 집중도라고 생각된다. 연중에는 쉬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업무의 흐름이 끊기는 일이 거의 없고, 휴가 시작일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휴가를 상기시키며 함께 기운을 복돋우기도 한다. 무엇보다 휴가 이후에 업무 몰입도는 최상의 상태를 보여준다. 당연하게도 단점은 극성수기에 휴가를 가기 때문에 휴가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기간 덜 붐비는 비수기에 홀로 떠나는 것이 좋을 지, 학생들의 방학처럼 이미 정해진 기간에 다같이 쉬는 게 좋을 지는 개인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문화를 알고 나니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휴가가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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