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류 Mar 12. 2020

새내기 학생과 새내기 학부모

코로나19라는 복병



이력서의 학력을 적는 곳에는 입학과 졸업 날짜를 적도록 되어 있다. 졸업 날짜는 기록해두지 않으면 모르지만, 입학 날짜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언제나 3월 2일이었으니까. 3월 1일은 삼일절이기 때문에 항상 그다음 날이 입학 날이었던 것이다. 당연히 민혁이의 입학도 3월 2일로 예정되어 있었다. 나 또한 회사에서 주어진 돌봄 휴가를 3월 2일부터 2주간 사용할 예정이었다. 2주 정도면 충분하진 않지만, 그 기간 동안 나와 와이프가 함께 등교와 하교를 하고 나면 적응이 되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입학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누구나 알다시피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가 나타났다. 사실 코로나19로 인해 무언가 생활에 변화가 올 거라 생각하진 못했다. 그런데 슬슬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그건 초등학교에서 2월 22일로 예정된 학부모 워크숍을 취소한다는 연락을 받은 다음부터였다. 워크숍 취소의 문자에는 입학식을 취소하고 개별 학급으로 학생들만 들어간다는 소식, 학부모들은 모두 현관 출입을 금한다는 소식이 함께 들어있었다.


아, 입학식이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사실 어린이집도 바로 전날인 2월 21일이었는데, 어린이집도 졸업식을 취소해버린 상황이었다. 아이들 키우는 집에 가면 흔히 걸려있는 유치원/어린이집 졸업식 사진을 걸 기회도 날아가 버리고, 앨범에 한 장씩 꼭 들어가는 입학식 사진도 사라지고 말았다.


2월 28에는 3월 2일로 예정된 개학도 3월 9일로 일주일 연기되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입학식이 3월 9일이라니. 게다가 회사에도 코로나19의 추세가 가파르게 오르는 것을 보고 필수인원을 제외하고 재택근무를 권고했다. 아, 이게 무슨 일인가. 우선 재택근무 신청 전에 3월 2일부터 시작하기로 한 돌봄 휴가를 취소했다. 그리고 시작된 재택근무.


민혁이에게 항상 학교 가기 며칠 전이다 라고 말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시켜뒀다 그런데 이제 세 밤만 자면 학교 간다고 했는데, 다시 일곱 밤을 자야 한다고 하니, 왜라고 묻는 민혁이.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학교에서 천천히 오래" "아, 그래? 오, 예" 학교를 안 간다니 그저 좋아하는 민혁. 그러나 그 사이 학교의 개학은 23일로 2주가 더 연기되고 말았다. 정말 초유의 사태였다. 돌봄 휴가를 또다시 취소. 회사도 20일까지 재택근무 연장.


그러자 학교도 가만히 있지 않고 알리미를 통해 숙제를 쏟아내고 있었다. 민혁이의 홈스쿨링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등교 연습을 위해 아침 8시 반에 집에서 나가 학교까지 다녀오는 일과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러가고 있다.


아마도 훗날 2013년생들은 입학식도 없는 초등학생들의 세대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코로나19로 인해 변하게 된 새내기 학생과 새내기 학부모. 정말 시작부터 험난하다.


작가의 이전글 새내기 학생과 새내기 학부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