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보다 먼저 온 방학
입학보다 먼저 온 방학
내가 들은 말 중에 가장 그럴듯한 음모론(?)은 박카스에 대한 거다. 박카스를 마시면 힘이 나는데, 그건 내일 쓸 힘을 오늘 당겨서 쓰기 때문이란 얘기. 코로나도 비슷하다. 여름에 쓸 방학을 봄에 쓰고 있으니 말이다.
개학은 4월 6일로 한 달 이상 미뤄졌다. 들리는 말에 4월 6일도 개학이 안 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정식 입학식도 개학식도 하지 않았지만, 초등학교의 시간은 째깍째깍 흘러가고 있다. 그래서였을까. 학교에서 알리미를 통해 1/4분기 수업료를 받겠다는 소식까지 들려왔다. 개학이 연기되었음에도 선생님들은 교육과정 재구성 및 수업연구를 하고 있으니, 사립학교의 특성상 부득이하게 수업료를 인출할 수밖에 없다는 말.
3월 2일부터 학교에서는 온라인 학습과 숙제를 내주며 가정에서 공부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초등학교 입학을 하게 되었다면 체계적으로 배웠을 텐데, 그런 건 모두 부모의 몫이 되고 말았다. 졸지에 새내기 학부모에서 새내기 선생님으로 변신이 필요한 나날이 되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마음을 편히 먹기로 했다. 그래 여름 방학을 미리 당겨서 쓰고 있는 중이다 라고. 여름 방학이 되면 마음껏 뛰어놀고 여행도 가고 그럴 생각이었다. 여행을 못 가는 것만 제외한다면 지금의 생활이 방학과 다를 게 없다고 볼 수도 있다. 방학이라고 늘 놀기만 하진 않을 테니. 내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누구나 그랬을 것 같지만) 개학을 앞두고 부랴부랴 방학 동안 밀린 일기를 써야 했다. 그러니 지금부터 차근차근 온라인 학습도 하고, 숙제를 매일 하다 보면, 공부 근육이 조금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싶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런 건 모두 아빠의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민혁이는 어린 시절의 나처럼, 방학이 끝날 때까지는 최선을 다해 놀고 있는 중이다. 레고 놀이를 마스터하고, 보드 게임을 마스터하고, 거실에서 홀로 텐트를 치며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이 시기가 지나면, 우리에게 남은 건 무엇일까. 그 끝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