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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류 Mar 09. 2020

새내기 학생과 새내기 학부모

사립초등학교라니 part3.

사립초등학교라니 part3.


A초등학교 추첨일. 와이프는 사정상 휴가를 쓰지 못했기에 내가 반차를 사용하고 장모님을 모시고 민혁이랑 학교로 향했다. 추첨은 학교 강당에서 하는데, 그동안 아이들은 교실에서 선생님들과 함께 모여있어야 했다. 하지만, 민혁이는 아직 낯선 환경에서는 부모랑 떨어지는 걸 힘들어한다. 그걸 알기에 장모님 찬스를 쓰게 된 것이다. 내가 추첨하러 강당에 갈 동안 민혁이는 할머니랑 같이 있으면 되니까.


교실에 들어가니 많은 어머님들과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나와 같은 아버님들은 많지는 않았다. 아이들은 가슴에 수험표를 달았다. 이제 7살인데 수험표라니, 뭔가 대단한 일이라도 벌어지는 것인가. 앞서 말했지만, 꼭 붙었으면 하는 마음이 없는 부모는 거의 없는 듯했다. 선생님들이 수험표 번호를 기재한 탁구공을 아이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그 공을 강당에서 뽑으면 당첨, 아니면 낙첨. 공에 쓰인 번호를 확인하고 선생님이 수거하고 학부모들은 모두 강당으로 향했다. 민혁이와 인사를 하며, 장모님은 합격해서 오라고 인사를 전했다.


강당에 가보니, 각 교실에서 수거한 탁구공이 투명한 상자 안으로 들어갔다. 제일 첫 번째 공만 교장선생님이 뽑고 남은 10개는 교장선생님이 뽑은 번호의 학부모가 추첨하는 방식이었다. 마지막 10번째 공을 뽑으면 그다음 학부모가 10개를 뽑는 식이었다. 65명을 뽑는 거였다. 그렇게 탁구공들의 번호가 불려지고, 강당 앞 스크린에 번호들이 나타났다. 과연 민혁이도 뽑히려나 긴장을 할 새도 없이 10개 한 바퀴가 다 돌기도 전에 민혁이의 번호가 뽑혔다. 스크린을 휴대폰으로 찍어서  와이프와 장모님에게 보냈다. 합격이라니. 별로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나와 다른 마음의 학부모들은 계속 통을 섞어달라, 잘 좀 섞어달라라는 말을 마지막 번호가 끝날 때까지 계속 외쳐댔다. 아마도 자신들의 번호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모든 추첨이 끝나고 낙첨된 학부모들은 따로 다른 곳으로 가서 예비당첨자를 뽑는다고 했다. 그 속에 있는 학부모와 강당에 남은 학부모들의 얼굴의 표정은 사뭇 달랐다. 아쉬움 가득한 얼굴과 안도감이 묻어나는 얼굴들. 그 속에 유일하게 무덤덤한 표정의 나.


민혁이는 교실에서 학교 선생님과 함께 책갈피를 만들어두었다. 민혁이가 나름 교실에서 잘 적응했다는 장모님의 말에 다행이다 싶었다. 이제 곧 자신의 자리가 생기게 될 민혁이. 민혁이에게 합격했다는 말을 했더니 돌아오는 말은 "그럼 이제 학교 안 와도 되겠네"였다. 아이쿠, 그래, 이제 입학식 전까지 올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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