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또 다른 세상입니다. 책을 읽는 것은 한 사람의 세상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아요. 그 안에 담긴 당신의 생각에 내 생각을 더합니다. 책을 읽으며 당신 생각을 더 할게요.
사소한 일이라는 게 있기는 한 것일까.
한 사람 안에서 사소했던 일이
점차 거대해지고,
한때는 거대하다 여긴 일들이
한없이 사소해지기도 하는 시간을
매일, 성실하게 걸어가고 있다.
어른이 슬프게 걸을 때도 있는 거지, 박선아, 책 읽는 수요일, 123쪽
사람이 살면서 제일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먹는 것, 자는 것, 배설하는 것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요즘 사람들은 먹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다'라는 말을 자주 쓰는 걸 보면 말이다.
언제부턴가 음식과 관련된 방송들이 많아지고, 먹방이 대세가 되었다. 먹기만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재미있을 수도 있지만, 음식을 만드는 사람에게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입이 짧고 먹는 양도 적은 편이라 하루에 한 끼정도만 먹는 나는 요리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밥을 해서 먹고 치우고 돌아서면 또 밥 할 때가 된다는 뜻의 '돌밥'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 말이 생겨날 정도로 밥을 차리는 행위가 의무감 같은 노동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가끔은 귀찮고, 아무거로나 대충 때우고 싶을 때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매일 힘든 건 아니다. 내가 만든 음식을 접시까지 먹을 기세로 싹싹 비워주는 사람, 사 먹는 것보다 몇십 배는 맛있다고 하는 사람, 가게 차리라며 엄치 척 해주는 사람. 그들의 칭찬이 설탕보다 달다. '내가 만든 이 음식이 누군가에게는 보약이겠지.' 하는 마음으로 소매를 걷고, 앞치마를 묶는다. 보약을 다리는 마음으로 또 돌밥의 하루를 산다. 사소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