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ur Sera Nov 17. 2023

그녀를 소개합니다

지금 만나러 가려고요


책은 또 다른 세상입니다. 책을 읽는 것은 한 사람의 세상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아요. 그 안에 담긴 당신의 생각에 내 생각을 더합니다. 책을 읽으며 당신 생각을 더 할게요.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숨을 고르는 모양은
영락없이 할머니 었는데
웃고 있는 얼굴이 아이 같았다.

어른이 슬프게 걸을 때도 있는 거지,
박선아, 책 읽는 수요일, 173쪽



나와 그녀는 글쓰기 교실에서 도반으로 만났다. 우리는 세상이 부르는 호칭을 쓰지 않는다. 내가 다섯 살이나 어리지만 한 번도 그녀를 '언니'라고 불러 본 적이 없다. 결혼을 먼저 한 사람이 인생 선배라고 치면 미혼인 그녀가 후배인데, 그녀 역시 나를 '선배'라고 부르지 않는다. 언니, 동생 또는 선배, 후배라고 부르지 않고도 서로를 위하고 보듬는 그런 사이가 될 수 있다.


그녀는 나보다 언니지만 나보다 순수할 때가 많다. 어쩔 땐 동생 같지만 그녀는 속이 깊다. 그런 그녀가 좋다. 내가 만든 건 다 맛있고, 내가 하는 짓은 다 예쁘고, 내가 하는 말이 재밌어서 혼자 있을 때 자꾸 웃음이 난다는 그녀. 그녀는 무조건 내 편이다. 어린 시절 할머니 할아버지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고 했는데, 그때 받은 봄 햇살 같은 사랑을 내게 보내준다. 나는 그녀가 참 좋다.


쑥 캐러 가요, 매실 따러 가요, 산에 꽃 보러 가요, 노을 보러 가요. 어디든 나를 데려가고 싶은가 보다. 도토리묵 쒔어요, 잡채 해 줄게요, 참외 사놨어요, 한라봉 있는데 가지러 올래요? 내가 자꾸 보고 싶은가 보다.

"주꾸미 사 줄 테니, 내일 머위 따러 갈래요?"

나는 자주 낚인다. 그녀를 따라가면 늘 소풍처럼 즐겁다.


오늘 그녀를 만나러 간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만나지 못했다. 오랜만에 가는 길이라 그런지 발걸음도 두근거린다.


" 지금 출발해요. 조금만 기다려요, 해달님."

매거진의 이전글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