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세상을 건너는 법
책은 또 다른 세상입니다. 책을 읽는 것은 한 사람의 세상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아요. 그 안에 담긴 당신의 생각에 내 생각을 더합니다. 책을 읽으며 당신 생각을 더 할게요.
그가 우연히 어떤 비법을,
무정한 세상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어떤 처방을 발견한 게 아닐까 궁금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곰출판, 66 쪽
'무정하다'와 '무심하다'.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뜻은 조금 다르다. '무심하다'는 '아무런 생각이나 감정 따위가 없다'는 뜻이고, '무정하다'는 따뜻한 정이 없이 쌀쌀맞고 인정이 없다'는 뜻이다. '무심하다'에서 말하는 '생각'이나 '무정하다'는 말의 '정'은 모두 사람의 내면의 모습이다. 쉬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오랫동안 지켜보면 언젠가는 보인다. 마음의 꼴은 꼭 행동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나는 '염치'라는 말을 좋아하고, 염치 있게 살려고 노력한다. 남에게 도리 있게 대하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 염치이다. 고마울 때 고맙다, 미안할 때 미안하다 말하는 것이 바로 염치라고 나는 생각한다. 무심한 사람들은 대게 염치가 없는 것 같다. 타인에게 아무런 생각이나 감정이 없는데, 남의 수고나 남의 기분이 어디 눈에 들어오겠는가. 남이야 어떻든 나만 편하고 좋으면 괜찮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사람의 마음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아주 조금만 기울이면 기운 쪽으로 흐르게 마련이다. 조금만 마음을 기울이고, 조금만 귀를 기울여보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보이고, 다른 사람의 말이 들리게 된다. 무심한 사람도 이내 유심하게 된다. 어차피 혼자 사는 세상이고, 타인에게 관심을 두는 것이 낭비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말이겠지만. 휴대폰에만 유심을 끼우지 말고 사람도 유심해지자. 이것이 무정한 세상을 건너는 처방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