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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육도씨 May 20. 2021

다 같이 카페 밀크티

2020.05.20

오랜만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라 주변 선생님들께 자꾸 물어보면서 민폐를 끼치며 배우고 있는 중이다.

일 하는 곳이 집과 거리가 꽤 멀어서 출퇴근 시간도 길다. 덕분에 눈을 뜨면 출근을 하고 집에 도착하면 눈을 붙인다. 자기 전에  베란다에서 키우는 식물들이 잘 있나, 밖에 나가 있는 동안 반려 조 민식이가 가족들과 잘 있었는지 확인하고 놀아주느라 바빴다는 변명을 뒤로하고 이번에야말로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다 같이 카페는 서대문구에서 운영하는 공공기관 건물 안에 카페인데, 그래서 그런지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그런데도 퀄리티가 매우 좋다. 얼그레이 차는 웨지우드(밀크티의 경우는 다른 회사 제품의 얼그레이를 사용했다), 아이스크림은 하겐다즈를 사용한다고 한다. 오늘 마신 밀크티만 해도 그렇다. 보통 일반 체인 카페에서 밀크티를 주문하면 홍차 티백 하나가 들어가고, 거기에 밀크티 파우더나 시럽이 추가되는 것이 보통이다.(또는 티백 없이 밀크티 파우더 정도) 그런데 여기는 티백이 두 가지나 들어간다. 하나는 얼그레이, 또 하나는 바닐라 캐러멜 가향 홍차. 티백이기는 해도 나름 블랜딩 된 밀크티인 것이다. 얼그레이와 바닐라, 캐러멜의 조화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마셔보니 프랑스 가향 홍차로 만든 밀크티를 마시는 기분이었다. 단돈 4000원으로 사치를 부려보는 기분이랄까? 밀크티 위에 우유 거품으로 그려진 하얀색 하트를 보니 점심시간 막바지에 괜히 마음도 따듯해진다.

요즘 들어 10대, 20대 때엔 몰랐던 감정을 느끼고 있다.

10분이라도 간단한 운동을 하고 났을 때의 개운함이나 아침이나 자기 전에 책을 조금씩 읽고 알게 된 사실에서 오는 재미. 또 미루고 미루던 영어공부도 시작했다. 아침저녁 출퇴근하는 전철 안에서 소소하게나마 영어 단어를 외우기 시작했고, 비즈니스 영어도 이번에 조금씩 익히고 있다.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파파고 선생님의 도움으로 복사, 붙여 넣기 신공만 늘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알게 모르게 그런 소소한 데서 성취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성취감을 느끼고 싶다! 하면서 안간힘을 썼을 때는 느껴보지 못했던 기분. 올해 하반기나 내년에 하고 싶은 일도 생겼다. 규칙적인 생활의 힘인 걸까?

조금만 힘내자. 내일이면 금요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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