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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울 May 25. 2020

Ground

벌이라고는 생각하지 말아 줘.

Ground : 자녀에 대한 벌로 나가 놀지 못하게 하다. 


 쓸데없다고 여겼던 ground의 다른 뜻이 갑자기 생각났다. 참 이상한 것이 억지로 외우려고 한 것도 아니고 이런 뜻도 있었구나 하고 스쳐 지나간 것인데 왜 아직 기억하고 있는지, 그리고 갑자기 왜 떠올랐는지 고민해봤다. 

 쓸데없는 건 안 써서 그렇다. 쓸모 있는 건 늘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어느 순간에 딱 하고 필요한데 떡하니 있었던 어떤 것들이 아닐까. 그래서 집안 창고에 언제 쓸모가 있을지 모르는 물건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는 것처럼 내 머릿속 창고에도 ground를 저장해 둔 거라고 하자.

 그렇다면 이제 ground를 쓸모 있게 써먹어야 하는데 본의 아니게 요즘 상황과 맞아떨어진다. 


 아이들은 강아지 같아서 헐떡일 때까지 밖에서 뛰어놀지 않으면 놀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집에서 장난감 놀이를 한참 하고 나서도 '아빠 이제 놀자.' 그런다.  강아지 산책시키듯 아파트 바퀴라도 돌고 나야 놀이에 대한 포만감이 채워진다. 주말이 되면 집에서 뻐드러지고 싶지만 얘들을 보면 벌을 주는 기분이라 미안해서 그럴 수 없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밖이 추우니까 말이야. 마스크도 끼고 조금만 놀다 들어오자." 그랬는데 마스크를 안 쓰고는 밖에 나가게 줄 생각도 못했다. 



 Ground 시작이야. 


 잘못도 없는데 벌을 주게 됐다. 코로나 초기에는 마스크를 쓰고 나가는 것조차 꺼렸다. 

 집에만 있으니 당연히 스마트폰만 찾게 되고

 맨날 엉겨 붙어 노는지 싸우는지 층간소음 유발자가 되고

 엄마한테 혼나는 날은 많아졌다. 

 그렇게 Ground는 부모에게도 할 짓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얘들은 나갈 수만 있다면 마스크를 써도 불만이 없었다.

 어떻게든 나가야지 뭐하나라도 더 얻어먹을 수가 있으니까.

 영이랑 윤이는 이 상황에 쉽게 적응한 것 같다. 가지 나의 불만이라고 하면 사진을 찍어도 모두 마스크를 상태라는 것이지만 코로나가 사라졌을 때 또 하나의 추억이 되기를 바라본다. 


 우리가 무슨 잘못을 저질러 누가 내린 벌칙인지 알 수 없지만 어서 빨리 이 Ground가 끝나기를 벌을 받는 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기다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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