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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pypy Mar 22. 2024

수퓌퓌가 그리는 세상_KOBE

바다와 가까운 도시

이른 아침 다카마쓰에서 아침식사 후, 고베로 이동하였다. 날도 좋고 그 도시의 내음도 좋았던 한 하루였다. 제법 큰돈을 주고 끊었던 간사이와이드패스를 이용해서 고베로 움직였다. 실제로 패스를 끊은 건 94,700 원이었는데 다카마쓰에서 고베로 가는 편도 금액이 ¥7,650 이었다. 다시 돌아가는 돈과 다른 곳에 들를 걸 생각하면 꽤나 이득 되는 금액이었기에 너무 뿌듯했다. 항상 오사카와 교토를 오가면서 고베에 들르는 게 쉽지 않았는데 드디어 마음먹고 고베를 향할 수 있었다.


고베는 바다와 가까운 항구도시고 최초 개항지다보니 서양문물을 빨리 받아들인 티가 나는 도시이다. 서양 근대 건물들이 많아서 예쁘장한 건물들이 많아서 아기자기 다니기 좋았다. 오르막이 많아서 걷는 건 힘들었지만 예쁜 건물들 틈새로 다니다 보니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중앙 거리를 지나서 골목골목을 들어서는데 초록 초록한 식물들도 많아서 산뜩한 기분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표지판들을 보면 한국어가 적혀있어서 영 까막눈으로 다니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관들이 각 나라의 취향별로 자리 잡고 있고, 그 특색에 맞게 내부가 꾸며져있었다. 이국적 건물들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은 기타노이진칸이라고 한다. 즉, 기타노의 외국인들의 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각 건물들로 들어가려면 모두 금액을 지불해야 입장이 가능했고, 몇 군데로 묶어서 입장 가능한 입장권을 판매하는데 7군데의 건물에 들어서려면 ¥3,000, 그 중 4군데는 ¥2,100, 3군데는 ¥1,400 의 금액을 지불하면 된다. 나는 내부는 크게 관심이 없어서 입장권은 구입하진 않았다.

가자미도리노야카타. 풍향계의 집이라고 하는 곳이다. 기타노이진칸의 중심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고베의 상징 같은 곳이라고 하였다. 이국적 도시의 문을 여는 이곳. 색깔도 적갈색으로 옆 나무와 다르게 튀는 색상이었지만 어울리는 건물이었다. 그 앞 광장에는 작은 공연들이 진행되고 있었고 삼삼오오 모인 관광객들의 모습도 도란도란 예뻤다.

길을 걷다 보니 모에기노야카타라고 하는 연두의 집이 나왔다. 연두의 집이라서 녹색으로 집이 생긴 걸까? 1903년 미국 총영사관의 집이었다고 한다. 설명을 듣고 보니 미국의 느낌이 나는 것도 같다. 각 나라별 조각상과 집들. 그리고 각 나라를 표현하는 국기들이 가득한 이 고은 정말 오색찬란한 도시였다. 바다와 가까운 도시의 특혜였던 것일까?

그리고 세계에서 아름다운 스타벅스 중의 하나인 고베의 기타노이진칸 스타벅스가 보였다. 여기는 1907년에 세워진 일본식 2층 건물을 개조한 곳인데 일본의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이 되어 있는 곳이었다. 내부도 노후화되긴 했지만 서양근대사가 묻어있는 일본의 예쁜 카페였다. 23년 9월에 리뉴얼이 되었다고 하는데 지금쯤 가면 조금 깔끔하고 현대적인 느낌이 날까? 한때는 세계에서 예쁜 스타벅스는 다 가고 싶어서 여기 처음 방문한 그때는 매우 설렜는데 이제는 2번째라고 그 느낌은 살아나진 않았다.

통일성 없이 자리 잡고 있는 곳곳의 건물들은 묘하게 어울리는 구석이 있었다. 툭툭 튀어나오는 색상들 마저 하나의 색에서 나온 것 같은 조화로움이 마치 눈깔사탕 같다고 해야 하나? 오르막도 있고, 길을 걷는 게 쉬운 곳은 아니었지만 힘든 걸음만큼 눈은 즐거웠다. 예뻤다. 귀여운 색깔들이었다. 나에게는.

한참을 걷다 보니 배가 고팠다. 그리고 항상 먹어봐야지 생각했던 고베규도 생각이 나서 혼자 가기 만만한 스테이크 랜드로 서둘러 발걸음을 움직였다. 한참을 걸었던 기타노이진칸과는 다른 현대의 건물들이 눈에 담겼다. 마치 중세 시대를 걷고 있다가 화면이 전환되는 그런 느낌이랄까?


일본의 베이커리는 가히 세계에서 손꼽힌다고 하였다. 체인점인지 그냥 고베만의 빵집인지는 모르겠지만 밖을 지나가는데 빵이 먹음직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빵집으로 들어갔다. 하나하나 담다 보니 어느새 빵이 가득 담겨서 다급히 몇 개를 덜어내고 조금의 빵을 구매했다.

방앗간을 잠시 들렀다가 겨우, 스테이크 랜드로 들어갔다. 카드로 결제도 가능하고 혼자 밥 먹기도 괜찮은 곳이었다. 들어섰더니 바 자리로 안내받았다. 런치 시간이 지나서 조금 비싼 금액이었지만 그래도 값을 지불하고 먹을 가치가 있었다. 담백하게 야채와 소고기가 나왔었다. 담당 서버라고 해야 하나? 담당해 주시는 분이 나와서 고기를 구워서 접시에 담아주셨는데 눈과 입이 만족되는 맛이었다. 기회가 되면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와서 먹고 싶은 그런 맛이었다. 옆 테이블은 회식인지 양복 입은 분들이 와서 화기애애하게 고기를 먹는 게 뭔가 성공한 사회인 같았다. 나도 한국에 소고기집에서 친구들과 소고기를 먹으면 그렇게 보일까? 싶었다.

눈도 채우고 배도 채우고, 이제 고베의 마지막 포인트를 향해 다가갔다. 바다와 가까운 고베를 마지막으로 느끼고 떠나기 위해 고베 하버랜드로 움직여보았다. 고베가 항구도시다 보니 항구 쪽에 각종 식당가와 쇼핑몰들이 있는 곳이 있었다.

색색으로 꾸며진 건물들과는 다르게 담백한 색상의 건물들이 바다와 어우러져 서 있었다. 살짝 고즈넉한 느낌의 건물들 사이에서 사지도 한 장 찍고, 기분 좋게 짠 내음을 맡으며 하버랜드를 둘러보았다.

실제로 배가 오고 가는 항구였기에 크루즈나 유람선을 타는 관광객들도 많이 보였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았고, 유람선에서 배 밖에 서있는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드는 손님들도 보였다. 언젠가 크루즈 여행도 꿈꾸고 있는데 이뤄지는 날이 오겠지? 한참을 서서 배 위에 떠있는 바다를 바라본다.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인데 선명히 구분되는 느낌의 파란색. 알록달록한 눈깔사탕을 먹고 들어섰다가 포카리스웨트를 마시면서 마무리하게 되었다.

수많은 도시들이 각자의 매력이 있다지만 고베는 한 도시에서 과거 현재 미래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고, 한쪽은 오색찬란한 곳, 한 곳은 명화 같은 느낌이 나는 그런 곳이었다. 야무지게 도시 곳곳을 다니고서 겨우 발걸음을 뗄 수 있었던 이곳. 하루가 채 되지 않았지만 행복함을 가득 담고 돌아갈 수 있었다.

체크포인트

간사이와이드패스 94,700 원

스테이크 랜드 ¥3,200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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