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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pypy Mar 25. 2024

수퓌퓌가 그리는 세상_HIMEJI OKAYAMA

흑백의 매력

다카마쓰에서

신칸센 노조미를 타고 히메지로 향했다. 이번 여행은 우동여행이라고 쓰고, 소도시 여행이라고 읽어야 맞는 듯하다. 간사이 와이드패스를 사서 아주 편히 기차를 타고 다녔다. 사실 약 10만 원의 패스권도 저렴한 건 아니지만 일본의 기차 값이 정말 넘사벽 금액이라 사실 지금 다카마쓰에서 히메지로 오는 편도 금액도 오카야마역 ¥2,410, 다시 히메지로 ¥4,130 으로 약 7만 원 돈이기에 미리 패스권을 잘 끊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히메지역에 내리자마자 저 멀리 히메지 성이 보였다. 역 앞이 탁 띄어있어서 성이 바로 보이는 게 신기했다. 게다가 날씨도 맑아서인지 더 뚜렷하게 보였다. 히메지성으로 가는 길에 무슨 행사였는지 이것저것 먹을거리를 파는 포장마차도 지났다. 백로성으로 유명해서인지 하수구도 백로로 새겨져있다.

잠깐 응?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건 옷을 대여해서 찍는 사진관에 익숙한 한복이 진열되었다는 것이다. 왜? 뭣 때문에 한복이 있는 것인지 의아한 부분이다.

상점가를 지나고 나니 히메지 성 입구가 보였다. 거리도 널찍하고 다니는 길이 심심하지 않았다. 역과 성이 서로 마주 보고 있다는 것이 이곳은 관광지에 특화되어 있음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입장을 하고서 내 시야를 꽉 채우는 히메지 성은 과연 멋있는 성이었다. 성에서 보기 힘든 하얀색의 성이 왜 이곳이 백로 성인지 잘 알 수 있게 해주었다. 벚꽃이 만개한 것은 아니었지만 초록 내음의 나무와도 썩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히메지 성 바로 옆에는 코코엔 정원이 있는데 꽃의 정원이라 불릴 정도로 매우 아름답다고 하니 시간 여유가 있다면 꼭 한번 들러봐도 좋을 듯하다. 정말 이 하얀 성에 벚꽃이 있다면 정말 절경이 따로 없을 듯하다.

다시 JR 히메지 역으로 가는 길에 골목길 사진과 카페 사진을 남겨본다. 관광객들이 많긴 했지만 도로가 넓고 가는 길이 복잡하지 않았기에 시내를 돌아다니기 좋았고 성이 바로 중심에 자리 잡고 있어서 불편함 없이 다니기 좋았다. 또 히메지 역도 건축물이 독특해서 역 자체가 관광 건물이었다. 날 좋은 날, 초록 내음이 물씬한 날, 걸어 다니는 게 너무 좋은 그런 날이었다.

백로성을 다녀왔다면 일명 까마귀성도 다녀와야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신칸센으로 히메지에서 약 2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오카야마다. 오카야마는 전차가 다니고 있어서 전차를 이용한 시내여행이 가능했다. 전차외부도 다양하게 꾸여져있어서 전차구경만으로도 재미가 쏠쏠했다. 히메지 성과 다르게 오카야마 이성은 걸어가기에는 다소 거리가 있어서 전차를 타기로 했다. 이제 갓 태어나서 눈에 풍경을 담는 것처럼 전차 창문 너머를 기웃대며 오카야마성으로 향했다

오카야마성은 까마귀 성답게 까만 성이었다. 앞선 히메지 성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게다가 오카야마 성은 황금으로 장식이 되어 있어 더 중후하고, 무거운 느낌이었다. 히메지 성이 우아한 백조였다면 오카야마성은 화려한 까마귀였다고 할까? 어떤 선이든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관련되지 않은 성이 없어서 마냥 좋다고 구경할 순 없는 게 일본 성이지만 우리나라 성과 비교하면서 구경하는 게 쏠쏠하다. 이런 걸 볼 때면 우리나라도 성터라든가, 성이라든가 이런 부분에서 좀 더 관광지 관리가 되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의미로 이번에 궁 패스권이 나온 건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바다.

오카야마성은 전차를 타고 도착해서도 한참을 걸어 들어야 가야 있었다. 마지막 입장 시간에 맞추려고 서둘러서 걷다 보니 주위 풍경은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일본성들이 보면 공원처럼 주위가 개방되어 있고, 천수각만 입장료를 받는 곳이 있고, 입장권을 끊어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있는데 히메지 성 같은 경우는 입장권을 끊어야 섬 주변을 같이 볼 수 있었고, 오카아먀성은 천수각만 입장할 수 있었다. 보통 오사카성, 히로시마 성 등이 천수각만 입장이 가능한 성이고, 나고야 성이나 히메지 성 같은 경우는 입장권을 끊어야 섬 주변도 같이 볼 수 있었다. 오카아먀성은 ¥400 이고, 통합권 (고라쿠엔통합)은 ¥640 이었다. 아무래도 천수각만 입장할 수 있어서 입장료가 저렴한듯하다.

오카야마성을 서둘러 보고 나서 발걸음을 재촉하여 고라쿠엔으로 향했다. 고라쿠엔은 일본 3대 정원 중 하나라고 한다. 3대 정원은 미토 카이라쿠엔과 오사카성 매화림, 오카야마 코라쿠엔, 카나자와 켄로쿠엔이라고 한다. 사실 어떤 기준으로 3대 정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3대 정원에 입성하였다. 고라쿠엔 혹은 코라쿠엔이라고 불리는 정원은 꽤 넓었고, 다도 실과 각종 식물들로 가득 차 있었다. 뭔가 정갈한 혹은 인공적인 느낌의 공원이었다. 아름답고 화려하고, 그리고 또 정갈한 그런 느낌의 일본 정원이었다. 6월에 가서인지 녹음이 푸릇푸릇했고, 마음도 푸릇푸릇했다. 정원을 돌아다니는데 급 뱀을 만난 건 정말 깜짝 놀랄 일이었지만 말이다.


정원이 진짜 넓어서 여기저기 심어진 식물들도 종류가 많았고, 논인가 싶은 곳도 있었다. 그곳에는 뭐가 심어져 있었을까. 정원 내에 흐르는 물소리도 너무 좋았다. 날이 날인지라 연못도 초록색을 띠고 있어서 그냥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날이었다. 구름이 가득한 하늘이었지만 날은 맑았고 그런 날에 해가 지고 있어서 뭔가 구름 사이로 빛이 쬐이는 멋있었던 날이었다. 일본 여행을 갓 시작할 때, 일본식 정원을 만만하게 보고 한참을 걸어 다닌 적이 있었다. 구석구석 다니다 보니 만만하게 볼 곳이 아니었음을 그때 깨달았는데 명성이 어마어마하다 보니 정원 자체의 규모도 크고 구경할 곳이 너무나 많았다. 곳곳에 앉아서 멍 때릴 수 있는 공간도 많아서 짐을 내려놓고 멍하니 나무와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또 때가 때니만큼 수국도 멋들어지게 펴있어서 짬짬이 수국과 한 컷 사진을 찍기도 하였다. 수국은 땅의 pH에 따라서 색이 달라지는데 고라쿠엔의 땅은 파란 수국이 나오는 곳이었나 보다. 연꽃도 피는 것 같은데 아직 연꽃이 활짝 피진 않아서 좀 아쉬웠다. 정원 곳곳에는 바닥을 쓸고 청소하시는 관리인 분들이 계셔서 매우 깨끗했다. 한날에 히메지 성과 오카야마성을 보고 또 3대 정원까지 보고 다시 다카마쓰로 돌아가려는데 곳곳에 핀 수국이 자꾸만 나의 발목을 잡았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이렇게 여행을 다니고 명소 곳곳을 보는 여유를 한국에서 가진다면 또 다른 여행의 맛을 느끼겠지?라고. 웃기게도 정작 한국에서는 이런 여유를 가지는 게 쉽지 않다. 뭔가 어렵게 비행기를 타거나 배를 타고 타국에 오면 그 오고 가는 것이 아까워서라도 여행에 집중하게 되고, 한국과의 연락이 쉽지 않다는 핑계로 더 나에게 집중하게 되는 것일까? 오늘도 나는 눈에는 푸르른 아름다움을 담고, 마음에는 나 자신을 오롯이 담은 채 여행을 했다.

체크포인트

히메지성 입장료 ¥1,000 (JR패스소지 ¥800)

- 입장시간 동절기 09:00-16:00 (하절기 09:00-17:00

오카야마성 입장료 ¥400 (통합권 ¥640)

- 입자시간 동절기 08:00-17:00 (하절기 07:30-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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