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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pypy Mar 14. 2024

수퓌퓌가 그리는 세상_TAKAMATSU

따스한 우동의 도시

카마쓰라는 곳을 선택한 건 단순히 항공권이 저렴해서는 아니었다. 일본을 다니면서 도쿄, 오사카에서 느꼈던 화려하고 복잡했던 느낌보다는 내가 강원도 양양에 갔을 때나 인천 강화도를 갔을 때처럼 나만이 오롯이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늘 타던 버스를 타고 나는 공항으로 향했고 그리고 에어서울을 탑승했다. 에어서울은 아시아나의 자회사이기도 하고 저가 비행기 중 가장 좌석이 편해서 선호하는 비행기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여행 시작부터 기분이 더 좋기도 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을 하늘에서 보내고 나는 다카마쓰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마치고 나섰더니 안내해 주시는 분께서 간단한 한국어로 목적지에 맞게 버스 탑승 티켓 구매를 설명해 주셨다. 카드 결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현금으로 구매했다. 혼자서 여행의 묘미를 누리겠다고 어설프게 일본어를 읽고 있다가 더 혼란스러워서 결국 도움을 받아 버스 티켓을 구입했다.
요일별로 서는 시간들이 다르기에 유심히 봤더니 공항에 이착륙하는 비행기 시간을 기준으로 버스시간이 정해져있었다. 미리미리 해당시간을 검색해보면 좋을 듯했다. 나는 다카마쓰시내를 거쳐 에어비앤비 숙소로 갈예정이었기에 JR다카마쓰행 버스를 탑승했다.


약 한 시간 정도 되었을까, 나의 목적지인 JR 다카마쓰 역에 도착했다. 공항도 작았는데 기차역도 그리 크지 않았다. 에어서울 우동패스포트는 내가 받으려고 했을 때 매진이었던 것인지 없다고 해서 받지 못했다. 일단 우동의 도시에 왔으니 우동으로 시작해야 할 것 같아 역 근처 우동집으로 움직였다. 지나는 길에 신기한 황토색 우체통도 한 컷!



메리켄야 [다카마쓰 역전점]은 굉장히 가성비 넘치는 우동집이었다. 내가 갔을 때가 딱 점심시간인 12시경이어서였는지 어느 정도 웨이팅이 있었고, 30분 정도 지나서 나오니 줄이 더 길어져있었다. 가격은 유부우동과 새우튀김 하나 했는데 ¥680 으로 꽤나 가성비 있는 우동집이었고 탱탱한 면발을 위해 냉우동으로 시켰었는데 역시나 면의 쫄깃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것이 우동의 도시의 첫발이구나를 느끼며 숙소로 향했다. 우동맛집에 쉬이 갈 수 있는 거리의 에어비앤비였다. 테마를 일부러 잡은 건 아니지만 가성비를 따져서 예약했기에 굉장히 만족했다. 17년에 에어비앤비로 묵었을 때는 낮에 여행을 하고 저녁에 호스트와 여행 얘기도 하고 이런저런 얘길 하는 낭만이 있었는데 이번엔 내가 뽈뽈 잘 돌아다닌 데다 호스트가 아기 있는 부부여서 인사 정도 하는 게 다였기에 조금 아쉬웠다.



다음날은, 다카마쓰를 휘이휘이 둘러보며 [세토바레우동]집으로 향했다. 오픈 시간에 맞춰가고 싶었지만 전날 피곤했던 탓에 쉬이 일어나질 못했다. 10시를 조금 넘겨 도착을 했는데도 이미 의자가 있는 곳은 사람들로 가득 찼고 나는 건물에 좀 떨어진 곳에서부터 줄을 서게 되었다. 줄을 서는 동안 메뉴판을 전달해 주셨는데 일본어로만 적혀있고 그림이 전혀 없어서 번역기의 도움 없이는 메뉴를 읽을 수 없었다. 어렵사리 메뉴를 정하고 30분 정도 지났더니 입장 후, 가게에 앉을 수 있었다.
말간 창문 너머로 주인아저씨는 우동면을 치대고 계셨고 기계의 도움과 함께 면을 써는 모습은 우동에 대한 신뢰를 불러일으켰다. 유부우동 러버인 나는 결국 또 유부우동을 주문했고 미니미 병 콜라와 함께 아침을 해결했다. 그 어떤 식사보다 행복한 식사였다. 맑은 우동국물과 촵촵 감기는 면발! 그리고 톡 쏘는 코카콜라! 이게 여행이지! 아! 여기도 현금결제!



그렇게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서 나는 다른 고베, 오사카 등지를 다니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이 되니 출출해지는데 우동집들은 다 문을 닫아버려서 그냥 무작정 철길 따라 걷다가 [라멘니시유키]에 들어갔다. 사실 늘 맛집을 검색하고 구글링해 보고 들어가는 맛집 말고 길 가다 들어가는 그런 음식점이 더 여행에 맞는 그런 곳이라고 생각해왔기에 이번에도 내 생각이 맞길 바랬다. 9시가 지나는 시간이라 매장에는 나뿐이었고 시오라멘을 주문하니 갓 요리된 라멘이 나왔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였지만 너무 짜지 않은 라멘이었고 배고팠던 내게는 딱 적당한 양이었다. 가격도 ¥600으로 매우 저렴했다. 음식점 사장님은 야구를 무척 좋아하시는지 매장 내부가 야구 관련 물품들로 가득 차있었다.


또다시 날이 밝았고 우동으로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숙소에서 약 30분 정도 논밭을 지나 걸어가다 보니 [야마다야우동본점]이 등장했다. 이번엔 기필코! 유부우동을 벗어나겠다 다짐했고 미역우동과 장어가 포함된 튀김을 주문했다. 꽤나 큰 매장답게 내부는 작은 정원이 꾸며져있었고 카드 결제도 용이했다. 가격도 ¥1,000-2,000 으로 적당한 가격이었기에 우동으로 가뿐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우동을 다 먹고 또 다른 여행을 위해 역으로 향하던 중 작은 카페를 [choux小屋] 초우 오두막? 커피집에 도착했다. 매장이 되게 힙하게 꾸며져있었고 손님이 없어서 한참을 멍 때리면서 앉아있고 싶은 곳이었다. 인스타감성도 물씬 났고 커피도 고소하니 맛있었던 완벽했던 디저트 시간이었다.



아침부터 만족스러운 식사와 디저트를 마무리하고 리쓰린공원으로 갔다. 역에서 바로 보이는 건 아니었고 약 500m 정도 걸어가야 공원이 보였다. 한국인들이 많이 와서 그런지 공원 곳곳에 한국어가 보였다.
리쓰린공원은 밤나무 숲이라는 의미인데 에도시대 영주의 별장이었다고 한다. 정작 밤나무는 오리사냥으로 모두 베어버렸다고 한다. 정원 가운데는 다도를 즐길 수 있는 키쿠게츠테이가 자리 잡고 있다. 공원 내부는 작지 않은 호수가 있어 호수 내 정원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쉴 수 있다. 나도 마침 가지고 온 책이 있어 호수멍과 함께 책을 한참 동안 읽었다. 마침 여우비인지 비까지 내려 호수에 떨어지는 물방울과 소리에 잠시 취하는 호사를 누렸다.
호수에는 작은 조각배도 탈 수 있는데 타는 시간에 맞춰서 가면 저렇게 밀짚모자와 함께 호수를 둘러볼 수 있다. (16시가 마감시간) 1-2시간 정도 걸어 다니는 정원이었는데 호수에서 정원을 바라보는 건 또 어떤 느낌일까?



리쓰린공원은 동절기 하절기마다 운영시간이 다른데 하절기는 5:30에서 18:00 나 19:00까지 (4-9월)이고 동절기는 6:30나 7:00부터 대략 17시까지 (10-3월) 운영되었다. 세부적으로는 30분 정도씩 차이 나니 구글로 미리 알아보면 좋을 듯하다. 운영시간은 이렇지만 내부 기념 숍과 찻집은 9-17시이니 해당 시간에 맞춰 입장하는 게 좋을 듯하다. 그리고 입장료는 ¥410 이었는데 돈이 아깝지 않은 정원 산책이었다. 목적 없이 길이 나있는 데로 다니면 호수도 보고 나무도 보고 꽃을 보게 되니 꼭 정원은 시간 여유가 있을 때 방문해야 한다는 것!
리쓰린공원산책을 마무리하고 다카마쓰 성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성터로 가는 길에 있어 보이는 빵집에 들러 명란 바게트를 몇 개 담았다! 사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서 사 먹는 명란 바게트 맛을 한국에서는 재현한 곳을 보지 못했기에 한 개의 바게트가 소중했다.


한 손에 빵을 한가득 들고 성터에 다다랐다. 다카마쓰 성터는 수성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수성이 단순한 강이 아니라 바닷물이 들어오는 수성이라 조금 특별한 곳이었다. 입장료는 ¥200 이었고 한국어 안내서도 있는 곳이었다. 수성 내부는 배도 탈 수 있는데 배가 운영되는 날이 따로 있는듯했다. 일본 3대 수성은 다카마쓰 성, 이마 바리성, 나카 치성이라고 하는데 그중 하나라고 한다. 성안에 천수각은 없었지만 문화체험공간도 있고 나무 들고 잘 꾸며져있었다.



공원부터 계속 걷기만 해서 매우 출출하던 찰나에 성터를 나서자마자 바로 [멘오타카마츠에키마에점]이 보였다. 한국어 키오스크에 카드 결제까지 되니 꽤나 쉬운 곳이었다 라멘 면발도 종류가 다양했고 후기에 국물이 진하고 짤 수 있다고 했으나 밥과 가라야게와 함께 먹었더니 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다카마쓰는 마치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러 가는 그런 도시였다. 도시 내 정원이나 성터도 잘 보존되어 있어서 일본의 건축물과 정원의 모습을 꼼꼼히 볼 수 있었다. 여행 다니면서 삼시 세끼를 잘 못 먹기도 하는데 이번 여행은 끼니도 챙기고 재미도 챙길 수 있는 일타 쌍피였다. 우동맛집은 사실 이보다도 훨씬 더 많겠지만 매일 최소 1개의 우동집으로 뿌듯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다카마쓰는 따뜻한 우동처럼 내게도 따스함을 전달해 준 곳이었다. 시내에도 리쓰린공원, 다카마쓰 성터처럼 다닐 수 있는 곳이 꽤 많았으니, 반나절? 정도 시내에 있을 경우, 꼭 시내 여행을 계획에 넣는 것이 좋을 듯하다.


체크포인트

에어서울 (사이다 특가) 104,900 원

숙소 에어비앤비(3박 4일) 119,000 원

다카마쓰 역전점 (냉우동+새우튀김) ¥680

세토바레우동 (키츠네우동+새우튀김+미니콜라) ¥1,670

라멘 니시 유기 (시오라멘) ¥600

야마다야 본점 우동 (미역 가락국수+장어 야채튀김) ¥1,180

리쓰린공원입장료 ¥410

-영업시간(내부 매장 기준) 09:00-17:00 (배 16:00마감)

다카마쓰공원입장료 ¥200

-영업시간 08:30-17:00

니시 유키 라멘 (일반라멘+가라야게)

간사이와이드패스 94,7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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