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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gnitis Mar 28. 2023

[주.프.디.살] 시작부터 해보자고: 포트폴리오(하)

'주니어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살아남기' 시리즈, 다섯 번째 이야기

주.프.디.살 프리뷰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살아남기에 앞서, 취준생 그리고 예비 디자이너들을 위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덩그러니 졸업하여 남은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던 시절을 생각하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되기 전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커리어 시작에 가까워질 수 있는지 혹은 이렇게나 부족한 사람도 커리어를 시작했으니 당신들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프리뷰 이야기를 시작한다. 프리뷰 이야기들은 UX에 다가서기, 포트폴리오(상), 포트폴리오(하), 인터뷰로 구성했다.

형식은 그저 거들뿐

첫 번째 질문

'어떤 포맷으로 제작해야 하나요',
'몇 개의 프로젝트를 넣어야 하나요',
'양은 얼마나 넣어야 적절할까요',
'코딩으로 구현해서 제출하는 게 경쟁력이 있을까요?'


앞서 포트폴리오(상) 편에서는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한 재료로 어떤 것을 선정하고, 어떤 레시피를 선택할지 정하는 과정이었다면 (하) 편에서는 각 음식에 어떤 팁을 넣으면 좋을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제작 전략과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이라면 (상) 편을 먼저 읽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포트폴리오 제작 방법을 소개하는 미디어를 접하면 100의 90은 형식에 대한 이야기를 참 많이 한다. 그런 질문들이 오가고 그에 대한 답변을 제공하는 자료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남들과 유사한 포트폴리오 형식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무래도 취업이 걸린 일이다 보니 실수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은 긍정적인 방향이지만, 형식에 얽매여 중요한 포인트를 놓치는 경우를 발견할 때가 있다.


여기에 나는 '포트폴리오의 형식은 음식을 담는 그릇'이라고 말하고 싶다. 요리사의 숙련도가 올라갈수록 음식을 먹는 장소의 분위기, 음식의 형태, 먹는 사람을 고려하여 그릇을 더욱 잘 고를 수 있고 그릇을 선택하는 것까지 실력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그릇보다는 안에 담긴 음식이다. 음식 자체가 맛이 없으면 아무리 예쁜 그릇에 담아도 의미가 퇴색되는 것처럼 말이다. 포트폴리오에서 의미하는 '음식'은 앞서 말했던 프로젝트의 내용물이다. 얼마나 의미 있고 중요한 프로젝트를 기승전결에 맞추어 잘 구성하고 표현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포트폴리오의 본격적인 제작 전에 이 사실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된다.


다만, 많은 디자이너와 채용담당자들은 대략 2-3개의 알찬 프로젝트로 충분하다고 한다. 분량은 PDF 기준 CV와 커버를 포함하여 30장 내외 정도로 구성되는 듯 하다. 포트폴리오 구성 시작이 어렵다면 틀을 갖고 가는 것도 방법이니, 잘 참고하시길 바란다.


정답은 없지만 해답은 있다

두 번째 질문

'포트폴리오에는 어떤 내용을 넣어야 하나요?'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포트폴리오를 제작하기 위해 그래픽 툴을 켜면 멍해지기 시작한다. 백지상태의 화면을 바라보며, 도대체 이제 무슨 내용을 넣어야 하나 고민이 될 것이다. 그럴 때 역시 중요한 것은 내용이기에 포트폴리오를 제작하기에 앞서 어떤 것들을 채울 것인지 먼저 구상하면 한결 쉬워진다. 이때 개인적으로 크게 도움이 되었던 것은 기승전결에 맞춘 타이틀과 서브타이틀을 정하는 것이다. 하나의 글을 작성한다고 생각하고 목차를 정하는 것이다. 노트던, 그래픽 툴 속에 글로 적던 상관없다. 마치 신문기자가 되어 기사 제목을 뽑아낸다고 생각하면 나름 재미가 생길 수도 있다. 소개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를 표현하기에 제일 최적의 언어가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것이다. 막연할 수 있기에 이전에 말했던 OTT 서비스를 리디자인한 프로젝트가 있다고 가정하여 예를 들어보겠다. 



Title: 현대인의 새로운 질병, 넷플릭스 증후군

Sub Title: 설문조사 대상 70%가 콘텐츠 선택의 어려움 체감, 시간을 낭비하기 싫은 마음이 큰 원인

Description

기: 문제의 발견과 정의
- '원하는 콘텐츠를 고르기 어렵다'라는 문제를 발견했어요. (설문조사, 인터뷰, 관찰조사 등을 통한 발견)
- 콘텐츠를 고르기 어려운 이유는 시간을 낭비하기 싫은 유저의 마음과 상황에 맞는 콘텐츠를 파악하는 것이 어려운 것을 알아냈어요. (설문조사, 어피니티 다이어그램, 콜라주 메이킹 등을 통한 인사이트 발굴, 분석)


Title: 넷플릭스 증후군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Sub Title: 추천 알고리즘, 리뷰 제공 등을 통한 큐레이션을 제공하지만 빠르고 풍부한 정보 파악은 어려워

Description

승: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 레퍼런스 조사를 통해 경쟁 서비스에선 해당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지 조사했어요. (문헌 조사, 경쟁사 분석등을 통한 조사)
- 유저는 어떤 방식을 통해 콘텐츠를 선정하는지 분석했어요. (설문조사, 관찰조사 등을 통해 조사)


Title: 더욱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 정보 제공하기

Sub Title: 바쁜 사용자들에게 알맞은 시간정보 중심의 콘텐츠 상세 정보와 리뷰 구름 추가

Description

전: 그에 따른 디자인 작업물 
- '시간을 낭비하기 싫은 유저'를 위해 시간대 별 콘텐츠 보기 필터를 추가했어요.
- '상황에 맞는 콘텐츠를 파악하기'를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형용사 중심의 콘텐츠 상세 페이지에서 리뷰구름을 추가했어요.


Title: 시간정보도 중요하지만 결국엔 내용이 중요하다

Sub Title: 시간에 따른 제약도 존재하지만 콘텐츠 자체를 즐기고 싶어 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

Description

결: 배운 점, 성과
- 유저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본인이 원하는 콘텐츠를 빠르게 의사결정하는 것에 도움받는 것을 더 선호했어요.
- 특히 리뷰구름을 통해 콘텐츠에 빠르게 접근하고, 콘텐츠를 즐기기 위한 딱 알맞은 만큼의 정보를 얻을 수 있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어요.
- 유저의 단면적인 특징보다 전체적인 맥락과 니즈를 파악하여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깨달았어요.(사용성 테스트 및 인터뷰를 통해 회고 및 분석)

위의 사례는 이해를 돕기 위한 하나의 예시일 뿐이니 적절히 참고하시길 바란다. 이외에도 디자인 프로세스를 보여주고 구성하는 방식은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위 방법을 한 번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기. 승. 전. 결에 맞게 각 주제별로 어떤 시각적 자료를 통해 의미를 전달할 지만 결정하면 된다. 이 방식을 활용하면 백지상태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상황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또한 나만의 문제 정의와 탐색, 접근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논리와 분석에 따라 해답을 찾아가는 모습을 어필할 수 있다. 결국 디자인은 넓게 보면 내부 구성원이든, 엔드 유저든 누군가를 계속해서 설득해야 하는 과정이기에 근거와 논리가 부족하면 어려움을 맞닥뜨릴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기에 인터뷰와 이후 프로세스를 생각하더라도 기승전결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함으로써 그에 따른 자질을 갖추었음을 드러내길 바란다.



나를 설득해야 남을 설득할 수 있다

세 번째 질문

'이 포트폴리오 잘 만든 게 맞을까요?'
'스스로 자신이 없어요.'


결국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결과물을 믿는 것이다. 나도 디자인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이다. 일을 하다 보면 충분한 조사와 근거가 뒷받침되지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데 이때마다 스스로 납득이 가지 않는 결과물을 내고는 한다. 그리고 그런 결과물은 곧 그 허점이 쉽게 들통나버린다. 그렇기에 포트폴리오에 담는 '잘 구성된 나의 시그니처 메뉴'들은 최소한 내가 믿고 있어야 한다. 작업했던 부분에 대해 신뢰가 서지 않으면, 포트폴리오에서 드러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인터뷰에서 표시가 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나의 결과물을 신뢰할 수 있을까?


첫째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문제 정의를 위해 집요하게 고민하는 것을 추천한다. 프로젝트의 중심이 되었던 문제 정의와 해결방식을 가져가기 위한 디자인 프로세스는 흔들려서는 안 된다. '이게 정말 사용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가 맞는지', '근본적인 문제가 맞는지' 등 심도 있게 고민하고, 끝까지 집요하게 문제에 접근해야 시간이 지났다 하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나만의 논리가 생긴다. 그리고 그 부분에서 작업물에 대한 신뢰가 생긴다. 


둘째는 조사를 대충 하지 말라는 것이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시각적 자료를 준비하는 데에 압박감을 느껴 조사를 대충 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도 비슷했다. 하지만 조사를 충분히 이행하지 못하면 디자인 결과물에 구멍이 생긴다. 앞서 열심히 준비했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를 발견하기도 하고, 이미 다른 이가 마련한 설루션보다 못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때도 있다. 그렇기에 작은 부분이라도 많은 경쟁사 조사와 배경, 사용자들의 실제 생각을 꼭 파악하기 바란다.

마지막으로는 포트폴리오 완성 후 짧고 빠르게 둘러보는 것이다. 항상 포트폴리오는 급하게 만드는 날이 많기에 다시 한번 보는 일이 적기도 하다. 하지만 기본적이고 고루한 얘기지만 꼭 다시 살펴보고 '나 스스로가 정말 설득이 되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스스로 납득이 되는 구성을 갖추었다면, 반 이상은 온 것이다. 이때부터는 포트폴리오를 Polishing 하는 작업이지 새로 Building 하는 과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잘 전달할 수 있게 말끔하게 시각적으로 정리한다던지, 어필할 수 있는 추가요소를 넣는 것은 선택이다. 여기까지 잘 따라왔다면 스스로를 굳건하게 신뢰하는 채로 해야 하는 한 가지만 남았다. 바로 피드백을 받는 일이다.


메타인지, 그렇게나 중요하다는데

네 번째 질문

'퀄리티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는 포트폴리오 피드백을 꼭 받기를 추천한다. 한동안은 계속 같은 포트폴리오로 여러 사람에게 피드백을 받을 일이 많았다. 나는 이때의 경험이 매우 값지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많은 양의 피드백을 받다 보면 받는 수준이 올라간다. 그리고 좋은 피드백을 구분해 내는 눈도 생긴다. 수많은 의견 중에서 어떤 피드백은 상대적으로 의미가 적기도 하고, 어떤 건 정말 크리티컬 하기도 하다. 그렇게 피드백을 받다 보면 포트폴리오로 가져가야 할 방향성이 조금 더 명확해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나의 장단점을 더욱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바로 메타인지력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메타인지란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는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스킬은 적지만 근거와 분석적인 면이 장점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았다. 스스로도 그런 축이라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같은 종류의 의견을 들으면 나의 전략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가 좀 더 뚜렷해진다. 그렇기에 나와 맞을 회사를 골라보고, 대비할 수 있다.


그렇다면 "피드백은 어떻게 수집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정말 피드백을 받을 곳이 마땅치 않아 디자인 유튜브를 운영하시는 몇몇 분들에게 최대한 정중하게 메일을 보내 간단하게라도 좋으니 피드백해 주실 수 있냐고 물었던 기억이 있다. 답장이 없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많은 분들이 다양한 의견을 주셨다. 당시에 크게 도움이 되었고 모르는 사람에게 부탁을 하는 것이라 죄송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간절한 마음이 통했는지 좋게 봐주시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요새는 다양한 취업사이트와 멘토링 프로그램, 오픈된 케이스가 많아서 피드백을 받기 수월해졌으니 좀 더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을 거라 든다. 나는 이런 플랫폼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를 추천한다. 또한 유료라서 부담이 되는 경우에는 주변에 선배나 같은 직군에서 일하는 친구가 없더라도 무료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창구를 활용하기를 추천한다. 나도 이런 방식으로 피드백을 받아서 많은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혹시라도 무료 사이트가 필요할 분을 위해 하단에 링크를 첨부해 두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바로 피드백을 들을 때 '결과물과 나를 동일시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어찌 되었던 커리어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좋은 얘기보다 부족한 얘기를 들을 가능성이 크다. 나를 표현하는 결과물이기에 비판적인 이야기를 듣거나, 수정사항이 생길 것만 같은 상황은 누구나 피하고 싶다. 때로는 심지어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들을까 걱정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괜찮다"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게 겪고 있고, 좀 더 많이 나아가기 위한 성장통일 것이다. 또한 내가 만든 것과 나는 동일하지 않기에 조금 못했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가 없다. 수정사항이 생긴다면 고치면 그만이고, 이상한 부분이 있다면 도려내고 채워내면 그만이다. 그런 것이 많을수록 앞으로 나아갈 길이 더 많고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이니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피드백을 받아들이시기를 바란다. 게다가 앞서 말한 것처럼 준비해 충분히 결과물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포트폴리오 피드백 하나에 좌우되지 않을 것이다. 나만큼 그 문제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한 사람이 드물 것이라는 믿음과 자신감을 가지고 포트폴리오를 준비하시기를 바란다. 



마치며..

여러 가지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글을 늦게 올리게 되었습니다. 포트폴리오를 잘 만들기 위한 많은 방법들을 썼지만, 아직은 주니어인지라 여전히 스스로도 쉽지 않다고 생각이 듭니다. 취업문이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고 하는데 새로운 커리어를 위한 준비를 하시는 여러분 모두 좋은 결과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가능한 한 빨리 '인터뷰' 편으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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