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살아남기' 시리즈, 네 번째 이야기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살아남기에 앞서, 취준생 그리고 예비 디자이너들을 위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덩그러니 졸업하여 남은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던 시절을 생각하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되기 전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커리어 시작에 가까워질 수 있는지 혹은 이렇게나 부족한 사람도 커리어를 시작했으니 당신들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프리뷰 이야기를 시작한다. 프리뷰 이야기들은 UX에 다가서기, 포트폴리오(상), 포트폴리오(하), 인터뷰로 구성했다.
요즘은 다양한 직군에서 포트폴리오를 요구하는 곳이 많다. 그렇기에 자신의 성과와 이전 발자취를 담은 포트폴리오 자체 개념에 대한 이해도는 많이 높아진 편이다. 그중에서도 디자이너란 직군에게 포트폴리오란 중요한 자산이자 무기이다. 이전 포트폴리오라는 개념이 생소하던 때에도 디자이너들은 포트폴리오를 꾸려 취업을 준비하곤 했다. 취업을 앞뒀거나 어찌어찌 커리어를 시작한 주니어 디자이너들에게 '잘 만든 포트폴리오'는 고민이 되는 1순위임에 틀림없다. 그를 증명하다시피 이미 커리어 질의응답 사이트는 관련 질문이 넘쳐나고, 온라인 클래스가 열렸으며, 돈을 내고 컨설팅을 받는 프로그램도 차고 넘친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좋은 포트폴리오인가? 나는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답할 수 있어야 좋은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UX 디자이너,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좋은 포트폴리오에 대한 나의 생각을 풀어보고자 한다. 잘 만들고 훌륭한 커리어를 가진 업계의 유명인사가 아닌 실제로 이리저리 면접과 채용과정에 치이며, 직접 포트폴리오를 만들며 느꼈던 경험들을 통한 정의를 해보고자 한다.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제출하고자 하는 기업이 어떤 직군을 뽑는 지를 알아야 한다. 이는 너무 당연한 소리로 들려 터무니없을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과정 중에 하나이다. 디자인적 관점으로 살펴보자면 사용자 니즈를 파악하는 일이다. 그 기업이 어떤 디자이너를 원하는지, 어떤 일을 할 사람을 뽑고자 하는지 모집공고 속 힌트를 반드시 파악해야 한다. 물론 UX 디자이너(하단에서 UXD로 줄여 사용), 프로덕트 디자이너(PD로 줄여 사용)는 업계에서 사용자를 고려한 디지털 UI 제작자 정도로 통용되고 있다. 이 낯설지만 낯익은 단어를 바라보는 많은 이들이 일명 비전공자 출신 취준생, 미술 대학 기반의 디자인 전공생, 신입 디자이너 등등으로 좁혀진다. 이들의 기반이 상이하여 실제로 업무에 대한 배경지식의 정도 차이가 크다.
어떤 이들은 이 직군이 그래픽적인 일명 시각적 기술을 다루는 디자이너로, 어떤 이들은 책상에 앉아 다양한 사용자 경험 조사를 하고 와이어 프레임만 그리는 기획자 같은 포지션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엄격히 말하면 둘 다 UXD, PD라고 말하기엔 모자라거나 방향성이 다르다. 그런 만큼 직무 자체가 범위 혼용이 상당히 크며, 이에 대해 설명해줄 지인이나 알려줄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 막연한 개념으로 다가오기 쉽다. 하지만 꼭 틀렸다고도 할 수 없는 것이, 실제로 많은 회사에서 꽤나 제멋대로 해당 용어를 정의하고 사용한다. 이에 관해 제대로 된 개념을 파악하고 싶다면 앞서 작성했던 UX에 다가서기 도서목록을 참고하기를 추천한다. UX 영역을 다루기엔 할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UXD, PD는 회사의 규모와 업계의 특성에 따라서도 요구하는 바가 상이하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요구하는 업무는 차이가 크다. 스타트업도 규모에 따라, 속해있는 업계에 따라, 서비스 성격에 따라 기본 틀은 비슷할지라도 꽤 많은 차이가 있다. 하지만 취업과 이직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모든 걸 고려한 궁극의 포트폴리오로 대비하고 싶어 한다. 여기서부터 모든 일명 모든 사용자, 채용담당자의 니즈를 반영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그렇기에 포트폴리오를 제작하기에 앞서 내가 원하는 포지션을 미리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픽을 많이 다루는 일을 하고 싶은지, 하나의 문제를 깊게 파고 싶은지, 혹은 여러 프로젝트를 많이 경험해보고 싶다던지, 스스로 원하는 업무를 미리 고려해야 한다. 왜냐하면 합격률이 높아지는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채용담당자의 입장에서 가장 매력적인 포트폴리오는 회사와 결이 맞는 포트폴리오일 것이다. 다양한 요소들이 있겠지만, 예를 들면 개발주기가 짧은 회사는 명확한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다던지, 그래픽 아웃풋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는 다양한 시각적 요소를 활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지, 규모가 큰 기업의 경우 기존 서비스와 디자인에 잘 섞일 수 있는지 등이다. 결국 하나의 프로젝트를 준비하여 포트폴리오로 구성할 때 강조해야 하는 요소가 다르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에 맞는 프로젝트들을 모두 새로 시작해야 하나'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시간은 부족하고 이력서는 많이 내야 할 텐데, 어디서부터 할지 막막할 수 있다. 그에 대한 대답은 '하나의 프로젝트로도 충분하다'라는 답변을 하고 싶다. 한 가지의 프로젝트에서도 어느 곳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포트폴리오에 담을 수 있는 내용은 천차만별이다. 가령 '커머스 앱 리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하면 그래픽 요소를 많이 담아 유저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는 온보딩 화면은 그래픽적 스킬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장바구니에 담긴 상품정보를 개선해 주문방식을 간편하게 만든 부분은 명확한 문제 해결을 하는 장점을 강조할 수 있다. 결국 하나의 서비스를 온전히 리디자인하거나 새로 제작했을 때 여러 개의 서브 프로젝트로 쪼개는 것이 가능하다. 이렇게 나눠진 프로젝트들은 각 회사의 성격에 맞게 강약을 조절하고 편집하여 제출하면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여기서 더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하나의 서비스를 온전히 기획하고 모든 화면과 유저의 여정을 디자인하는 경험을 이미 해봤다면, (혹은 포트폴리오용으로 준비해 두었다면) 작은 서비스를 깊게 파고 들어가 보는 것도 추천한다. 가령 커머스 중에서도 리뷰 경험을 증진시키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 리뷰 서비스를 깊게 파고든다던가, 지도 앱에서 경로를 찾는 데에 있어 불편한 부분을 개선시키는 등, 관심 있는 서비스의 하나의 기능을 깊게 연구해보고 디자인하여 문제해결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 모든 서비스 화면을 디자인하는 것은 보다 방대한 범위의 유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데, 이는 날카로운 기획적 능력을 보여주기 막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기획 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프로젝트의 기승전결이다. 결국 UXD와 PD의 포트폴리오는 누군가에게 설득하고 소개하는 문서이기 때문에 전개가 얼마나 쉽게 공감 가고 납득이 가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얼추 시각적으로 문서를 구성하고 서비스를 소개하는 부분에 있어 대부분의 예비 디자이너들은 이미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흐름을 매끄럽게 구성하는 것에 약한 편이다. 내가 생각하는 포트폴리오의 기승전결은 다음과 같다.
기: 문제의 발견과 정의
승: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전: 그에 따른 디자인 작업물
결: 배운 점, 성과
결국 UX디자인 및 서비스 기획의 대표적인 프로세스로 여겨지는 Double Diamond Design Process, Agile, Lean 등 위의 기승전결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포트폴리오에서 그저 느낌만으로 디자인하는 디자이너가 아닌 사용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내외부로 설득할 능력을 갖춘 디자이너임을 어필해야 한다. 막연할 수 있기에 OTT 서비스를 리디자인 한다는 가정으로 예시를 들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기: 문제의 발견과 정의
- '원하는 콘텐츠를 고르기 어렵다'라는 문제를 발견했어요. (설문조사, 인터뷰, 관찰조사 등을 통한 발견)
- 콘텐츠를 고르기 어려운 이유는 시간을 낭비하기 싫은 유저의 마음과 상황에 맞는 콘텐츠를 파악하는 것이 어려운 것을 알아냈어요. (설문조사, 어피니티 다이어그램, 콜라주 메이킹 등을 통한 인사이트 발굴, 분석)
승: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 레퍼런스 조사를 통해 경쟁 서비스에선 해당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지 조사했어요. (문헌 조사, 경쟁사 분석등을 통한 조사)
- 유저는 어떤 방식을 통해 콘텐츠를 선정하는지 분석했어요. (설문조사, 관찰조사 등을 통해 조사)
전: 그에 따른 디자인 작업물
- '시간을 낭비하기 싫은 유저'를 위해 시간대 별 콘텐츠 보기 필터를 추가했어요.
- '상황에 맞는 콘텐츠를 파악하기'를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형용사 중심의 콘텐츠 상세 페이지에서 리뷰구름을 추가했어요.
결: 배운 점, 성과
- 가상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하여 사용성 테스트를 진행했어요.
- 형용사 중심의 리뷰구름을 적용한 시안에서 유저가 쉽게 콘텐츠를 선택하는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나은 경험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어요. (데이터 분석, 사용성테스트 후 설문조사 등을 통한 결론 도출)
위의 방식은 OTT 콘텐츠 선정의 어려움을 겪는 유저의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로 예시를 들었다. 이외에도 다양한 프로젝트의 성격 및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것도 물론 가능한 방법이다. 이를 통해 자연스러운 포트폴리오 흐름을 구성할 수 있고, 설득력을 높이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다.
결국 이런 기승전결을 잘 만들기 위해서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당시에 핵심 내용을 따로 정리해두는 것이 좋다. 업무 할 때 종종 써먹는 방식이기도 한데 지금 이 프로젝트를 왜 하고 있는지 (문제와 목표 정의), 다른 서비스에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그에 따른 디자인 작업물과 기능은 어떤 식으로 만들어져 있는지, 그 이후에 어떤 성과를 냈는지를 중간중간 작성하고 자주 확인한다. 특히 장기 프로젝트나 이미 회사에 다니고 있는 경우는 어떤 일을 핵심적으로 진행했는지 기억해내기 어려운 일이 종종 있다.
그렇기에 프로젝트 중간중간 무엇을 위해 하고 있음을 기억하며 포트폴리오를 위한 기록을 해두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성과를 나타내는 부분에 있어 수치적인 성과나 명확한 아웃풋을 측정해줄 수 있는 데이터 엔지니어, 개발자, PO, PM 등 다른 직군에게 미리 데이터를 요청하여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해당 프로젝트의 이해도가 가장 높은 시기에 중요 성과를 측정하고, 레슨런을 기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프로젝트를 했어도 시간이 지나면 문서화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또한 포트폴리오는 단순히 취업 대비용 문서가 아니다. 나의 커리어를 한편으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나 다름이 없다. 커리어를 끝내는 그 순간까지 계속 디벨롭해야 하는 것이 포트폴리오다. 급한 마음에 한 번에 만드려고 하면 제작과정 자체가 고통스러워진다. 해야 할 일은 많고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진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리는 미리미리 간단하게라도 하는 것은 크리에이팅 직군을 가진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다시피 포트폴리오는 커리어 여정의 다큐멘터리이다. 작업물뿐만 아니라 그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사고의 과정, 구성원으로서의 역할, 추구하는 가치를 여실히 보여준다. 잘 만들어진 포트폴리오일수록 만든 이의 가치관과 성격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그렇기에 각자가 가진 보석 같은 장점들을 내비칠 수 있는 훌륭한 무대가 된다. 그렇기에 프로젝트와 이어지는 맥락 속에 포트폴리오를 통해 나의 특징을 잘 설명하는 란을 작성하는 것도 좋고, 좌우명을 적어두어도 좋다. 단순히 문서를 보던 채용담당자의 시선을 사로잡아 기억에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UX 디자인 요소 중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사용자로 하여금 기쁨과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포트폴리오를 보는 사용자를 고려하여 긍정적인 궁금증을 유발하고, 나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통해 이해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막상 스스로를 소개하기 어렵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을 하고 포트폴리오에 옮겨 적어보자. 보다 많은 부분을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 디자이너로써 어떤 가치에 중점을 두는지
- 동료로서 어떤 점이 뛰어난 사람인지
- 갈등을 겪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사람인지
- UX 디자인이 왜 하고 싶은지
- 앞으로 어떤 디자이너가, 사람이 되고 싶은지
포트폴리오(상)는 대략적인 구성방법과 내용,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위주로 구성했다. 이어질 (하) 편은 구체적인 포트폴리오 활용, 제작 방법과 다양한 질문들을 모아 답변하는 형식으로 구성하고자 한다.
2022년 한 해를 보내고, 많은 것을 배웠기에 2023년에도 역시 꾸준히 배우며 배운 것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 글을 보는 모든 이들의 커리어가 순탄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