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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일 Jun 17. 2024

쎄일의 독서 일기

( 24년 6월 9일. 일. 맑음.)

1. 오늘, 나만의 순간 줍기 (1일 일줍 – 나만의 순간 모으기, 나를 즐겁게 한 것)



책상에 앉으면 높고 푸른 하늘이 보인다.
동네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살고 있기에 하늘을 마음껏 볼 수 있는 것은 내 집만의 장점이다. 태양의 밝기에 따라 하늘은 다양한 색깔로 변하고, 구름은 런웨이를 걷는 모델처럼 하루에도 수없는 변신을 통해 아름다움을 뽐낸다. 거기에 창문을 타고 들어오는 바람이 얼굴을 간질이기에 행복을 느끼는 자신만의 공간이다.

점심을 먹은 후 둘레길을 걷고, 심심하면 비행기 잡기에 열중한다.
김포는 공항이 가까이 있기에 하루에도 수많은 비행기가 굉음을 울리며 하늘을 난다. 순간 하늘을 우러러보면 비행기가 머리 위를 나는데 잽싸게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다. 티웨이, 아시아나, 제주 항공 등이 쉽게 포착이 되는데 마음은 항상 비행기를 따라 여행에 동참한다.

유럽과 일본의 소도시 여행은 꿈꾸는 삶의 첫 번째 버킷 리스트이지만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하기에 마음만 실린 비행기는 오늘도 유럽과 일본의 하늘을 분주히 오가고 있다.

“몸과 마음이 비행기에 탑승하는 날은 언제일까?”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비행기 잡기 놀이를 하며 마음은 하늘을 난다.

2. 오늘의 독서

1) 배경음악(my playlist)

SBS에서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3부작 다큐를 봤다.
시대의 아픔에 홀로 저항했던 김민기였지만 그의 삶에 대해 알 기회가 없었는데 지극히 인간적인 김민기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뭉클했다. 감동이 있는 프로다. 예전엔 “존경합니다”란 말이 한 사람에 대한 최고의 예찬이었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요즘은 존경이 아니라 존중이란다. 존경은 수직 개념이지만 존중은 서로라는 평등 개념이기에 단어 하나 잘못 사용함으로 졸지에 꼰대가 될 수 있다. 그래도 김민기는 이 시대가 존경해야 할 인물이라고 믿는다. 그가 살아온 삶에서 보이기 때문이다.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라는 제목처럼
그는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뒤에서 격려하며 길을 열어준 사람이다. 지금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배우인 설경구, 장현성, 황정민 등은 김민기가 만들어 낸 스타들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33년 만에 학전은 재정난과 김민기의 위암 투병으로 2024년 3월 말에 폐업하고 말았다. 재정난이라는 이유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노래방을 많이 가보진 않았지만, 김민기의 ‘친구’를 두 번 정도 불렀다.
음유시인답게 그의 가사는 인생의 깊이를 말한다. ‘친구’를 부르면 이 가사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박자를 놓친다.

‘눈앞에 보이는 수많은 모습들
그 모두 진정이라 우겨 말하면
어느 누구 하나가 홀로 일어나
아니라고 말할 사람 누가 있겠소’

모두가 “네” 하던 어두운 시절
“아니요”라고 말하며 자신의 몸을 던져 산화한 젊음을 생각한다.
“네” 하고 살았던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과 함께 ㅠㅠ

https://youtu.be/blOJ_jiiexI?si=oOftl9KqZxj9mpo5


2) 독서
(1) 제목: 매일 읽기로 했습니다
(2) 저자: 황 보름
(3) 읽은 페이지 : 50p부터 100p까지

(4) 기억하고 싶은 문장

‘물론 중간에 읽다가 아예 그만둔 책도 많다. 뒷부분 내용이 더는 알고 싶지 않으면 큰 고민 없이 책을 덮는 편이다. 떠나보낸 책에 미련은 없다. 사람 사이에도 ‘딱 그만큼의 인연’이 있듯, 책과 사람 사이에도 ‘딱 그만큼의 인연’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아닌 사람과 힘겨운 관계를 이어 가기보다 새 인연을 찾아 나서는 게 낫듯 책도 그렇다.

그런데 중도에 포기하기 싫다는 일념으로 책을 끝까지 붙들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 읽던 책을 마저 읽어야 하기에 다른 책은 펼쳐 볼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래서 계속 읽고는 있는데 읽기가 힘드니 자주 읽게 되지는 않는다. 이렇게 서서히 책과 멀어지고 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5) 생각이나 느낌 쓰기

오랜 습관으로 굳어진 자신만의 독서 자세가 있는데 책상 위에서 반듯한 자세로 책을 읽는 것이다. 또 하나, 어렵거나 재미가 없어 읽기를 포기할 시점이 되어도 완독한다는 고집이 있다. 이것이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을 얼마 전에 알았다.

책을 구입하지 않아도 조금 시간을 투자하면 2주일에 5권 정도의 책을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기에 책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서문과 목차만 읽고 포기하는 때도 있고, 앞의 서너 장을 읽다가 “내가 원하는 책이 아니네!”라며 집어던질 수도 있다. 왜 공부 못하는 아이의 특징이 문제집은 많이 구입했는데 끝까지 보지 않고 다른 참고서를 기웃거리기에 앞 장만 공부한 흔적이 있다. 책도 마찬가지다. 읽을 책이 풍성하니까 한 권에 집중하지 못하고 몇 페이지 읽다가 “재미없어”라며 포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렇게 재미없게 글을 쓰는 것도 재능이지”라며 저자를 원망하며 자신의 독서를 합리화시킬 수도 있다.

황 보름 작가는 “책과 사람 사이도 딱 그만큼의 인연이 있다”라며 새 인연을 찾아 나설 것을 격려한다.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하면 소개팅이 이루어지고 순간에 좋고 나쁨이 결정되는 것처럼 시대의 흐름은 책도 인연이나 선택이란 이름으로 자신과 어울리는 책을 찾는 행위가 보편화되었다.

“일편단심 책 읽기냐?
또 다른 인연을 찾아 떠나는 책 읽기냐?”

다행인 것은 둘 다 독서 행위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나쁘지 않다. 아예 읽지 않는다면 이런 갈등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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