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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발공듀 Dec 12. 2023

자연스로운 튜토리얼

인스크립션 Review


1년 전 슬더스로 덱빌딩 로그라이크에 입문한 나는 신세계를 맛보았다. 새로운 덱 새로운 시너지 너무나 짜릿했다! 하지만 너무 많이 한 탓일까? 슬더스 업적을 다 깨고 500시간 넘게 하다보니 슬슬 질리기 시작했다.



새로운 자극을 원했던 나는 '인스크립션' 이라는 덱빌딩 로그라이크 게임을 접하게 되었다. 주위에서 진짜 재밌다고 몇 번 추천을 받았지만 그 때는 덱빌딩 로그라이크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미뤄두고만 있었는데 마침 스팀에서 세일을 하길래 바로 구매해버렸다 ㅎㅎ 


출처 - 플레임TV


게임을 시작하면 깜깜한 방에 눈 밖에 보이지 않는 남자와 테이블에 앉아 강제로 카드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출처 - 플레임TV
출처 - 플레임TV


남자는 카드게임의 규칙을 알려주고 게임 속의 적들을 직접 연기하면서 죽음의 카드게임을 즐긴다. 진짜 광기다 ㄷㄷ


출처 - 플레임TV
출처 - 플레임TV


체력이 0이 돼서 카드게임에서 죽는다면 방에서 쫒겨나 카드에 박제?되고 죽은 뒤 새로운 도전자로 깨어나 다시 게임을 시작한다 


이렇게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가다 보면 게임 속의 카드나 방 안의 오브젝트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고 검은 방의 비밀이 조금씩 풀린다...! 과연 저 남자의 정체는?!$!*



인스크립션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자연스러운 튜토리얼이었다. 게임 개발자에게 가장 어려운 걸 하나 고르라하면 무엇일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튜토리얼이다.


튜토리얼을 구구절절 텍스트로 줄줄이 늘어트린다면 유저는 본격적인 게임을 하기도 전에 벌써 질릴 것이고 그렇다고 튜토리얼을 간략히 줄이자니 유저는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른다;;


대표적인 시뮬레이션 게임 - 문명 5


거기에 카드게임이나 시뮬레이션류 게임처럼 룰이 복잡한 게임일수록 유저에게 게임의 룰을 익히도록 하기란 더더욱 어렵다..! 그런데 인스크립션은 복잡한 카드 덱빌딩 로그라이트 게임임에도 그 어려운 걸 너무나 자연스럽게 해내고 있었다!


한가지 예시를 보자


출처 - 플레임TV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정체불명의 남자가 친구가 보드게임 룰을 알려주듯이 가장 기본적인 룰을 알려주고 나머지는 필요할 때마다 알려준다.


출처 - 플레임TV


한 두번 죽고 기본적인 룰에 슬슬 익숙해질 때쯤 게임 속 카드와 오브젝트들이 말을 걸어오고 그 말을 따라 방을 둘러보면 특이한 금고가 있다.


출처 - 플레임TV


카드게임과 비슷하게 생긴 자물쇠가 있는데 기본적인 룰을 안다면 쉽게 풀 수 있다. 금고를 열면 새로운 카드가 있는데  남자는 좋은 카드를 얻었다며 새 카드를 덱에 넣어준다. 그렇게 유저는 새로운 카드를 써보면서 카드의 기능을 학습하고 이전 회차와 다른 플레이를 하게 된다.


게임개발자로서 정말 감탄이 나오는 지경의 게임디자인이었다. 사실 유저의 숙련도에 따라 새 카드를 푸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가 즐겨했던 슬더스에서도 어느정도 경험치를 채우면 그에 맞춰 새로운 카드가 해금된다. 하지만 인스크립션에서는 이 작업을 게임 속 스토리에 완전히 녹여버렸다. 거기에다가 플레이어가 지금까지의 룰을 확실히 이해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단언컨대 내가 지금까지 플레이 해본 게임들 중 가장 인상깊은 튜토리얼이었다!


하지만 이런 인스크립션임에도 난 30시간을 넘기지 못했다.

슬더스는 500시간


(지금부터는 살짝의 스포가 있습니다)


2막 캡쳐
3막 캡쳐


사실 내가 지금까지 소개한 부분은 1막이다. 인스크립션은 1막 2막 3막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각의 챕터가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후기와 메타크리틱 점수를 보면 1막 2막 3막 별로 평가가 다른데 대체적으로 1막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2막 3막은 호불호가 정말 많이 갈린다. 사람들은 그 이유를 갑자기 바뀌는 그래픽과 메타픽션 요소를 주로 꼽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큰 문제는 학습량이다.


출처 - 플레임TV


1막에서는 위에서 내가 설명한 것과 같이 짜임새있게 유저의 숙련도에 따라 새 카드를 1장 1장씩 유저에게 학습시켰다.


출처 - 플레임TV
출처 - 플레임TV


그러다 갑자기 2막으로 오니 새로운 카드가 지금까지 배웠던 카드의 3배나 있고 이 많은 카드들을 충분히 익힐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바로 보스들을 상대하라니 카드게임을 좋아하는 나도 너무 버거웠다; 교수님.. 진도가 너무 빨라요


게임엔딩을 다 본 나도 2막부터 본 카드들의 컨셉들은 아직도 이해가 잘 안 된다; 그냥 보스들이 생각보다 엄청 약해서 어쩌다 이겼을 뿐이다;;


출처 - GMTK


<식물 vs 좀비>의 게임디자이너 조지 팬에 따르면 플레이어의 학습의지는 시간투자와 함께 커진다고 한다.


게임을 오래 하면 할수록 게임에 대해서 더 알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갑자기 학습의지를 넘어설 만큼 너무 많은 학습량을 쏟아내면 유저는 지루하다고 학술적인 걸 꾸역꾸역 하는 느낌을 받는다. 따라서 유저가 게임에 더 많은 시간을 쏟으며 학습의지가 커지는 것에 맞춰 학습량을 조절해야 한다. 


반면 인스크립션의 경우에는 1막까지는 조금씩 늘어나는 학습의지에 맞춰 카드 한 장씩의 학습량을 주었지만 2막에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학습량이 3배로 늘었고 너무 많아진 학습량에 유저는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은 것 같다.



그래서 결론!


인스크립션의 1막이 갓겜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공포스러운 연출, 재밌는 카드게임 등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유저의 숙련도에 따라 적절히 올라가는 학습량과 그 과정을 완벽하게 녹인 게임디자인을 꼽고 싶다. 반대로 2막, 3막이 호불호가 심한 이유도 반대로 학습량이 너무 많아진 것에 비해 유저의 숙련도가 못 따라간 것 같다. 1막을 너무 잘 만들어서 지친 나머지 2막, 3막 대충 만든 느낌이다  만약 카드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인스크립션? 1막 자신있게 추천한다!! 2막, 3막은... 나도 잘 모르겠다 ㅎ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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