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삶을 마음대로 상상하는 것도 조심스러운 일이지만, 이 세상 속에서 어떤 식으로든 관계 맺고 있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 전혀 상상하지 않는 것도 어쩌면 굉장히 조심해야 할 태도란 걸, 뉴스들을 보며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내 삶만 생각하기에도 머리가 꽉 차고, 매일 처리해야할 일들, 내년을 위해 준비해야 할 일들이 스케줄러와 다이어리에 줄줄이 늘어서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 모든 일들이 고립된 섬에서 혼자 추는 춤이 아닐진대.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
역지사지. 뜻이 어렵지 않은 이 사자성어가 사실 실천은 참 어렵다. 타인과의 마음의 거리가 점점 멀어가는 이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요즘 이 말이 많이 생각난다. 어려워도 자꾸 해버릇 해야하는 게 아닌가 싶다. 자꾸 안 하면 점점 더 어떻게 하는지 모르게 될 것 같고, 모두가 진짜 고립될까봐 겁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원래 사랑이란 것이 참 어렵다. 갈수록 더 그렇게 느껴진다. 애초에 사랑이란 행위 자체가 모순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든다. 모든 순간 윈윈이 가능한 건 아니니까. 사랑을 실천하려면 어떤 순간에는 나를 내려놓고 내안의 욕구를 외면해야 함이 필연적이니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품는다는 것은 그만큼의 나를 잠시 버린다는 것, 내어준다는 것을 의미함을 깨달을수록 사랑 참 어렵다 싶다.
그래도 사랑을 포기하고는 살 수 없는 게 우리 인간인 것을. 내가 상대를 품는 순간이 있으면, 상대가 나를 품어주고 나를 상대에게 의탁하는 순간도 있는 것이기에. 그 둘이 왔다갔다 하다보면 상대를 품는 것도, 상대에게 안기는 것도 모두 경계없이 하나로 뭉쳐질 수 있을 것임을 믿고 살아가기.
그러니 모든 이를 내가 힘껏 안아 사랑하지는 않더라도, 그 삶을, 보이지 않는 그 사람의 모습 너머를 상상해보는 노력 정도는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교사는 학부모의 삶을, 학부모는 교사의 삶을, 학생은, 교장 교감은, 다른 학생은, 다른 학부모는 그리고 매체 너머에 존재하는 그 모든 이들의 삶을 판단하고 평가하고 말하기 전에 상상해보기. 멈추어 생각하기. 나의 삶에 대해서도 모두들 그렇게 해주면 좋겠다 바라는 대로 나도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