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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효진 Jan 09. 2021

스스로 써나가는 순간의 기록, 송라이터 윤선하

재즈에비뉴 언택트 인터뷰 #7

언택트 인터뷰는 메신저, 화상대화 등 직접 마주하지 않은 상태로 진행하는 텍스트 콘텐츠입니다. 생동감은 조금 덜할 수 있지만 다양하고 개성 있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 윤선하 (1993년 12월 생)

- 백석대학교 실용음악과 학사 졸업

- 백석대학원 실용음악과 재학 중

- 정규 1집 <꽃> (2016)

- EP <마음의 모양> (2018)



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어떻게 음악가의 꿈을 키우셨나요?


제 주변에는 아무도 음악 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누군가의 영향을 받았다기보다는 좋아했던 피아노를 계속하면서 꿈을 키웠어요. 제가 유일하게 음악을 접근할 수 있었던 건 교회였고, 찬양팀 언니 오빠들을 보며 고등학교 때 진로를 정했죠. 피아노를 줄곧 공부하다가 3학년 때 ‘내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하고서는 작곡으로 전공을 정했어요.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목표를 바꾸신 거네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리하모니나 화성을 공부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느끼곤 했었거든요. 그래서 작곡이 좀 더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작곡에 관한 능력은 어떻게 가다듬으셨나요?
 

저는 특히나 가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데, 그걸 제 안에서만 찾으려고 하니까 너무 어렵더라구요. 가사에도 모티브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시집을 읽다가 마음에 닿는 시가 있으면 거기다가 멜로디를 붙여보기도 하고, 제가 평소에 쓰지 않는 단어를 곱씹어보기도 하고, 친구와의 대화 속에서 느꼈던 좋은 문장이나 단어들을 핸드폰에 기록하곤 했어요. 그렇게 기록해둔 것이 나중에 곡을 쓸 때 좋은 재료가 되어주었죠. 기록이 습관이 되었을 때 즈음에는 일주일에 한 곡 씩 만들어 남기는 연습을 했어요. 나중에 찾아보니 200여 곡이 기록되었더라고요.


200여 곡이요!


제가 음악을 전공려고 마음먹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늘 ‘음악을 많이 들어라’라고 말해줬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저는 '내가 계속해서 작곡을 할 거라면 곡을 쓰고 기록는 건 당연하다'라고 생각했죠. 처음에는 송라이팅이 아닌 재즈 연주곡을 주로 만들었어요. 화성적인 것이나 변박 같은 뭔가 매력 있는 포인트를 만들고자 애썼던 것 같은데 작업을 거쳐나가면서 가사가 제일 중요한 요소로 바뀌었죠. 덕분에 멋진 화성들을 낭비지 않는 연습도 많이 했어요. 이 과정이 없었다면 곡을 쓰는 재미도, 스토리를 기록는 일도 흥미를 갖지 못했을 것이고 이렇게 송라이터로 살지도 못했을 것 같아요. 



그 곡들은 다 어떻게 하셨어요?


곡마다 컴퓨터로 악보 작업을 잘해놓고, 제본을 떠놨어요. 가끔 심심할 때 꺼내서 쭈욱 치다 보면 저의 추억의 일부를 들여다보는 듯한 아련함도 있어요. 제 자식이자 일기처럼 소중한 것들이죠. 만들면서 ‘와 진짜 좋다’ 는 곡은 바로 음반 작업을 시작기도 고, 나중에 좋은 곡들을 골라 발매하기도 해요. 일주일에 한 곡씩 쓰려다 보면 곱씹을 시간도 없이 다음 곡을 써야 하거든요. 곡과 잘 어울리는 좋은 주인을 만난다면 제 이름으로 발매지 않고 내보기도 구요.




작곡가로

산다는 것



곡을 쓰고 난 뒤 보컬을 섭외하시는데, 곡을 쓸 때부터 보이스를 머릿속에 그리고 계신가요?


곡을 먼저 쓸 때는 목소리를 생각진 않아요. 그냥 곡에 온전히 집중한 뒤 노래를 흥얼거려 보면서 불러줬으면 는 가수를 생각해요. 그리고는 그 가수의 곡을 커버한 보컬들의 영상을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으로 찾아서 직접 연락을 드리죠. ‘안녕세요? 저는 송라이터 윤선라고 합니다.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같이 작업고 싶은 마음에 메시지 보냈어요! 괜찮으시면 한 번 만나서 얼굴 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요?’ 라고요.



제작비는 어떻게 충당하세요?


저에게는 '음악 통장'이 있는데, 제 음원으로 발생하는 모든 수익이 여기로 모여요. 그 통장에서 유연하게 제작비를 충당하고 있어요! 제 음악을 들어주시는 분들로 인해서 새로운 음악이 다시 나오고 있는 격이 되는 거죠. (감사합니다..꾸벅)



계속해서 음악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어주는 거네요. 그럼 '작곡가로 먹고 산다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작곡가를 꿈꾼다는 게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되기도 하지만.. 저는 꼭 그걸로 먹고살아야 하진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저도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고, 나이를 먹어가다 보니 경제적인 부분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음악이라는 건 '감성'이 있어야 하는데 자꾸만 돈을 의식하며 살다 보면 그 감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 같아요. 생각을 풀어내는 방법을 잊어버리기도 하구요. 


저 역시 경제적인 활동을 하는 중에는 머릿속에 ‘내일은 뭘 해야 하지’ 이런 생각들이 가득하다 보니, 공상에 빠지거나 무언가를 골똘하게 생각할 시간이 전혀 없어요. 그런데 이러한 시간들이 주는 기쁨이나 만족이 중요하다는 걸 과거의 경험을 통해서 느껴왔기 때문에 경제활동의 비중을 줄여서라도 이 시간을 꼭 확보하려고 해요.


그러나 작곡가로 먹고살지 못한다고 경제적인 부분을 포기해 버리는 건 바보 같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르바이트를 하던 뭘 하던 경제적인 필요를 채워내고, 동시에 시간을 확보해 곡 쓰는 일도 놓치지 않아야죠. 정말로 독하게, 다른 어떤 일이 있어도 내 곡은 써가야 해요. 그게 반복되다 보면 그걸 지켜봐 주는 사람들이 생기고, 자연스레 하나 둘 연결고리가 생겨요. 저는 이게 시작점이었어요.



'작곡을 전공하는 것'과 '작곡가로 산다는 것'은 다른 일이죠.


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학교나 교수님께 무언가를 기대한 적이 전혀 없어요. 물론 많은 도움을 주셨지만 의지를 진 않았다는 말이에요. 스스로 찾아서 달려 나갔다가 엎어지기를 반복했고, 거기에서 배우는 게 정말 많았어요. 저는 '큰일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면 우선 해보자’라는 주의예요. 꾸준히 제 곡을 쓰고, 좋은 사람들을 찾아서 앨범을 만들고, 세상에 내놓는 과정을 반복했죠. 만약 그게 잘 안되었다 더라도 크게 실망거나 좌절지 않고 다시 면 되지! 는 단순한 성격을 가진 아이랍니다 ㅎㅎ



꾸준히 작품을 만들고, 패기 있게 도전하자는 주의네요 ㅎㅎ


끈기 있게 무언가 해내는 게 굉장히 힘들다는 생각이 요즘의 제 자신을 보면서 많이 들어요. 좀 더 어렸을 때에 가지고 있었던 패기도 자신감도 지금은 줄었지만 꾸준하게 무언가를 계속 기록하고, 연습하고, 음악으로 남기는 일을 해나가는 것이 뮤지션의 의무이지 않을까 싶어요.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요



멋진 도전들을 많이 하시는데, 두려움 같은 건 없으세요?


걱정이 없을 수가 없죠. 지금도 여전하구요! 하지만 저는 하나씩 행동으로 옮기고, 꾸준히 무언가를 해가면서 더 큰 세상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100으로 생각해보면 걱정은 20 정도? 무언가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기어코 해야 하는 성향이라 그것에 대한 후회도 미련도 없이 늘 배우는 과정으로 생각해요. 그 안에서 느끼게 되는 만족감도 꽤 큰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도종환 시인의 시집을 읽다가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이라는 시가 너무 좋아서 곡을 붙였었어요. 그 당시에 제 전공실기를 담당했던 교수님께 이런 곡을 한번 써봤다고 들려드렸는데, 우연인지는 몰라도 교수님 덕분에 도종환 시인님과 연결이 되었어요. 시인님께 곡도 들려드리고, 저작권도 승인을 받아 2016년에 발매했던 정규앨범 <꽃>에 수록되었답니다. 그 당시 국회의원이셨고, 한때는 문체부 장관님이기도 하셨는데 제 곡을 직접 듣고는 격려 문자까지 보내주신 게 감격스러웠어요..(주륵) (영상 : 윤선하 -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최근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앨범 발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창 녹음 중이고요. 그리고 요즘 유튜브에 올라오는 커버 영상들이나 아티스트들을 많이 찾아봐요. 유명세를 떠나서 좋은 음악과 좋은 목소리가 참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현재 작업 중인 앨범도 유튜브를 보다가 발견한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작업하게 된 케이스예요.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일에 거리낌이 없네요.


이제 제 작업을 진행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라, 새로운 사람들과 협업하고 제작하는 일을 해보려고 해요. 음악은 꼭 전공생들만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음악이 익숙한 전문 뮤지션들보다, 음악을 좀 더 동경(?)하는 일반인들을 만나 음원을 만들고 제작하는 일을 해보려 하고 있어요. 작년에도 그렇게 나온 결과물이 있었죠. (영상 : 한결 - Ordinary Billow)


제 앨범도 계속 발매할 예정이구요, 음악을 같이 공부해보고 싶어 하는 친구들을 위해서도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글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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