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에게 실패가 중요한 이유
영국의 심리학자 존 볼비는 유아가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는데에는 심리적인 안전기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안전기지란 한마디로 아이가 부모에게 보이는 친근감과 애정, 떨어지지 않으려는 ‘애착’ 인데, 이러한 안전기지가 있기에 아이는 처음 보는 물건도 마음껏 입에 넣어보며 탐색하고, 처음 가는 미지의 세계도 성큼성큼 내달리죠.
새로운 도전과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안전기지’ 가 있어야 합니다. 실패해도 괜찮고 어떤 도전이든 자유롭게 수용해주는 문화와 배경이 우선시되어야 합니다. 저는 자유로운 도전과 자유로운 실패가 예술가에게 가장 중요한 소양이 된다고 믿습니다.
미국 서부의 황랑한 사막 한가운데에서는 매년 ‘버닝맨 페스티벌’이 열립니다. 2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이 행사는 세계 각국에서 사람들이 모여 열흘동안 무엇인가를 열심히 만듭니다. 여기에는 그 어떤 가이드라인도 없고, 통제도 없습니다. 단 한가지 규칙이 있다면 만들어진 모든 결과물들을 마지막날에 모조리 태워버린다는 것 뿐이죠.
사막 한 가운데서 열흘동안 자급자족하며 힘겹게 만들어 낸 결과물을 태워버린다니 너무 허망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의 사람들은 앞다투어 이 행사에 뛰어듭니다. 편견, 평가, 경쟁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도전할 수 있다는 경험이 그만한 가치를 선사해주기 때문이죠.
다시 시선을 우리 주변으로 가져와봅니다. 과연 우리는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아이디어나 행동을 주저없이 꺼낼 수 있던가요. 학생이니까, 남자니까, 전통이니까 안된다고 말하는 숱한 시선들과 싸워야했습니다. 예술가의 길을 가기 위한 첫 삽을 뜨는 일은 얼마나 고통스럽던가요. 가정으로부터,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세상으로부터 낙인찍히던 기분이란 ! 그렇기에 우리는 '성공' 이라는 기준과 싸워야 했습니다. 성공이 무언지도 규정하지 못한 채 말이죠. (영상 - 100% 성공하는 뮤지션 되는 방법)
저는 소위 ‘난 놈’ 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선천적인 천재성을 가졌다기보단, 가정을 비롯한 그의 주변 환경이 무한한 가능성을 용인해주기에 이루어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안전지대는 유아기에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청소년기에도 중요하고 성인들에게도 중요하고 예술가에게도 중요합니다. 창조하신 조물주를 닮아 창조성을 지닌 인간은 끝없이 발전할 수 있는 존재들이건만, 어느 시점이 지나고는 나를 규정하는 단어들이 발목을 붙잡게 되었죠.
실패를 응원하는 문화는 예술가들에게 더욱 더 필요합니다. 자신의 예술을 타인의 기준에 맞추기보단 계속되는 시도와 실패로 자기의 길을 개척해가야 합니다. 우리는 평생을 사회와 공동체에 둘러싸여있기 때문에 실패한 나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도전정신을 잃어버립니다. 그러나 실패가 두려워 시도하지 않으면 ‘나는 그것을 좋아해’ 라고 죽을때까지 생각만 하게 되버립니다.
어떤 교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아이돌이 되고싶다면 학원을 갈게 아니라 오디션을 보러 가야한다고. 그리고 거기에서 느낀 실패와 좌절감속에 무엇을 느끼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면 정말 하고싶은 일인지, 아니면 그것을 바탕으로 다른 길을 선택하게 될지 알게 될거라는 겁니다. 정말 중요한 논점 아닌가요 !
창조적인 사람들은 어떠한 이익이나 보상때문에 움직이지 않습니다. ‘단순히 자신이 그렇게 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일합니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지금이라도 몸을 움직여보는건 어떨까요! 실패를 두려워하는게 아니라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요 !
글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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