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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디 Feb 09. 2020

서울에서 전셋집 마련하는 사회초년생의 고군분투기

중소기업 청년 전세대출 (중기청) 100% 도전하기

부산에서 서울로 상경하여 월세에 살던 나는 콩알만큼이라도 집세를 줄여보고자 전셋집에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서울에서 전세 원룸을 얻으려면 5천만 원은 턱도 없고 딱 1억이면 낡은 원룸에 들어갈 수 있다. 거기에 몇천 더하면 점점 더 나은 집을 구할 수 있다. 이제 막 엑셀 함수를 배워보고 있는 사회 초년생인 나에게 1억이 있을 리 없다. 코 묻은 손으로 월급을 받고 있는 병아리 직장인이지만 부모님에게 기대는 건 효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찾아본 것이 '중기청'이다.



'중기청'은 국토교통부가 지원하고 주택도시 보증 공사와 한국 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중소기업 취업 청년 전월세 보증금 대출'이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직장인을 위한 것으로 연 1.2%라는 어마어마한 저리에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상품이다. 연봉 3천500만 원 이하이고 만 19세 이상 ~ 만 34세 이하의 청년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최대 1억 원 이내에서 최소 2년간 대출할 수 있다. 그래서 만약 100%로 대출을 실행해 1억 원을 모두 받으면 한 달에 약 10만 원 이자만 내면 된다.

누구나 100%가 나오면 좋겠지만 80%가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00%는 대출 대상 주택의 융자가 없거나 매우 적어야 하는데 그런 집을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이다. 설령 그런 집을 찾는다고 해도 다음은 집주인의 노력과 재량이 필요하다. 채권 동의와 질권설정을 하기 위해 주인이 직접 등기를 받아 사인을 해야 하고, 불법 증축물은 없는지 건물 조사를 받아야 한다. 안전한 건물이면 누구나 들어오고 싶어 할 텐데 이런 귀찮은 절차까지 있는 중기청은 대부분이 손사래 친다.



어려우면 얼마나 어렵겠어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나는 전세 1억에 100%가 가능한 집을 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나의 유니콘집 찾기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작년 12월 초부터 시작했으니 2개월을 집만 찾아다녔다. 2개월이면 중기청 집 구하기의 달인이 된다. 그래서 지금부터 집을 쉽게 찾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겠다.



첫 번째는 모든 부동산 어플을 깔아서 수시로 들여다 보기이다. 직방보다 '다방'어플을 추천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직방에서 구했다.^^...) 다방은 필터 옵션에 '전세자금 대출'이 있다. 싸고 좋은 집이 나와 막상 들여다보면 '전세대출 불가'인 경우가 많다. 대출 가능 여부를 알려주는 필터 덕분에 일일이 클릭하는 수고스러움을 줄일 수 있다.


네이버 카페 어플을 받아 '피터팬의좋은방구하기'에 가입 후 키워드 댓글 알림을 켜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중기청' 키워드가 들어간 게시물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내가 가고 싶은 동네의 모든 부동산에 전화 돌리기이다. 먼저 포스트잇에 내가 원하는 매물 조건을 적고 문장으로 만들어 모든 중개사에게 똑같이 말하면 된다. 나는 '융자가 없어서 중기청 100%가 되는 1억짜리 집'을 조건으로 두었다. 워낙에 원룸 시세가 높은 지역이라 방 컨디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지만, '준신축급', '투룸'등 원하는 옵션을 넣어 말할 수 있다. 대부분의 부동산은 매우 회의적으로 말한다. '그런 집 없어요.', '그 이상으로는 안 보세요?' 등 여러 가지 부정적인 대답을 듣지만 내 연락처를 남기면 나중에라도 연락을 준다.



세 번째는 방이 나오면 회사에서 언제든지 나갈 수 있는 '깡'이다. 가장 중요하면서도 대부분의 회사원들이 하기 힘든 것이다. 우리 회사는 다행히도 집을 구하고 있다는 양해를 구하자 흔쾌히 점심시간이나 오후 시간에 나갈 수 있도록 했다. 눈치가 보이더라도 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집이라면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잠깐이라도 보고 와야 한다. 내가 이렇게 비장하게 말하는 이유는 이 치열한 중기청의 세계에는 수많은 경쟁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내 일화를 얘기해주자면, 두 번째 방법을 통해서 한 부동산에게 연락을 받았다. 100% 방이 떴으니 보러 오라는 것이다. 나는 업무 중이기도 했고 난감한 마음에 시간을 지체했다. 1시간 만에 그 집은 나갔다. 방을 보기도 전에 가계약금을 넣은 사람에게로.



여러 번의 시행착오와 10번가량의 집 방문 끝에 나는 내가 원하는 집을 얻었다. 결과부터 얘기해주자면 나는 1억 집을 구하진 못했다. 내 지역에서 1억 전셋집은 4평 정도의 아주 작은 원룸이거나 20년 가까이된 집이었다. 지금 그와 비슷한 컨디션의 집에서 살고 있어 그런 집은 100%가 된다고 해도 걸렀다. 그래서 보증금을 1억 2천까지 올렸고 내가 원하는 집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집 또한 평일 오후에 뛰쳐나가 잡은 집이다.) 주인은 100%를 진행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고 방 컨디션이 매우 좋았다. 주변에 초등학교가 있는 주거지역이어서 안전한 골목에 위치해 있었다. 집을 보자마자 중개사님에게 '할게요. 이 집 할게요!' 하고 홀린 듯이 외쳤다.




대출 심사를 앞두고 있고 나는 아주 큰 짐을 덜은 느낌이다. 계약 전날에는 혓바늘이 날 정도로 스트레스였다. 모든 후기에서 누누이 힘들다고 했지만, 이렇게 힘든지 누가 알았겠는가. 고통은 겪어본 사람만 안다. 피와 땀인 모인 이 대장정 끝에 나는 고작 10,20만 원 줄이겠지만 월세 인생에서 벗어나 전세로 넘어가는 기쁨에 입주일만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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