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에 집중하는 작은 습관 만들기.
예전에는 이 지경까지 핸드폰을 들고 다니며 일상을 보내지 않았다. 자기 전 한두 시간 침대에 누워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만 찾아보는 게 다였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샤워를 할 때도 핸드폰을 거치해서 유튜브를 보고 있었고, 밥을 먹을 때도 넷플릭스 영화 재생과 동시에 숟가락을 집었다. 처음에는 바쁜 일상을 쪼개 쉬는 것이라고 자기 위안을 했지만, 코로나로 강제 집순이가 되어 나의 24시간을 살펴본 결과 이건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하루 종일 핸드폰을 붙잡고 있으며 알게 된 단점이 있다. 첫 번째는 눈이 안 좋아진다. 단순한 사실이지만 이게 자존감을 깎아먹는다. 심심한 글 몇 개 보겠다며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눈을 혹사시키면서 핸드폰을 부여잡고 있지 않은가? 30분만, 1시간만 하며 들여다보고 있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다음날 피곤한 눈으로 아침을 맞이하게 되면 그 날은 기분이 좋지 않다.
두 번째는 무의식적으로 미디어와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다. 조셉 머피의 '잠재의식의 힘'이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인데, 잠재의식은 비교하거나 대조하지 않으며, 깊이 생각하거나 추론하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의식이 받아들이는 정보와 감정을 토대로 잠재의식은 세팅되고 이는 내가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과 생각에 영향을 준다. 자극적이고 공포스러운 정보들에 계속 노출되면 나도 모르게 내가 미디어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세 번째는 잡생각이 많아진다. 인터넷 세상은 수많은 자투리 글로 이루어져 있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의 캡션,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이 그러하다. 반복적으로 3,4줄의 글만 휙휙 읽으니 집중력이 낮아지고 잡다한 생각이 많아지는 것이다. 오늘 하루 동료가 나에게 했던 말들을 되짚어 보거나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는 등 비생산적인 것에 에너지를 쓴다. 생각의 80%는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걱정이라고 하는데 나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시간을 들이고 있는 셈이다.
여러모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나는 오늘 아침 명상을 하기로 했다. 머리를 비우며 아침을 시작했다. 생각으로 켜켜이 쌓였던 마음이 비워지면 명료한 해답이 들어온다. 명상 후 알게 된 것은 '나는 한심하다'라는 것을 '인정'해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심하지 않다고 스스로를 부정하면서 계속 핸드폰을 붙잡고 있을 때 나는 모순을 느꼈고 자존감이 낮아졌다. 억눌러왔던 부정적인 감정을 충분히 인정해주며 해소의 단계로 접어드니까 습관을 바꾸고 싶은 의지가 생겼다.
그래서 오늘은 '밥을 먹을 때 오롯이 밥 먹는 것에만 집중을 하기'를 해보았다. 어제 만든 볶음밥이 많아서 오늘도 같은 음식으로 아침을 차렸는데, 먹는 것에만 집중하자 전혀 다른 음식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짰었던가?' 볶음밥의 맛이 생생하게 느껴졌고 어제의 반도 안 되는 양에 금세 배가 불렀다. 설거지를 할 때에는 물이 떨어지는 소리, 그릇끼리 부딪혀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생경했다.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오감이 돌아온 느낌이었다. 감정적으로는 차분하고 가뿐해져서 귀찮았던 손톱을 깎았고 쉬었던 브런치를 지금 적고 있다.
사람은 한순간에 변하지 않는다. 로또에 당첨되는 행복함조차 3개월이면 평소와 같은 감정상태로 돌아간다고 한다. 반복해서 핸드폰을 다시 켠다고 해서 스스로를 자책하고 다시 과거에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감정을 인정하고 좋은 습관을 조금씩 쌓아가다 보면 분명 변화는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