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한 축복
며칠 전 생일이 지났다.
이제 빼도 박도 못하는 40대이다.
40대, 불혹, 40대 여자, 40대 아줌마.
나이 40과 함께하는 단어의 어감들이 그다지 좋지만은 않다.^^
하지만 사회에서 어떻게 부르든지, 어감이 어떻든,
나는 내 나이가 참 좋다.
만 41세.
내 나이.
41살에 도착해서 행복하다.
7년 전 유방암 진단을 받았을 때,
그 차가울 데로 차갑고 날카로운 사실이 나를 찔러 한없이 작게 만들었을 때,
내가 다른 사람들처럼 40대를 맞이할 수 있을까.
내가 다른 사람들처럼 딸아이 초등학생이 되는 건 볼 수 있을까.
내가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했었다.
다른 어떤 바람도 모두 없어지던 그날 이후,
나는 나이 드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그 모습을 간절히 만나길 바라고 또 바랐다.
5년이 지나면 완치라는 데,
그날이 올까, 그날까지 내가 살아 있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마음이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져서
내게는 어떤 축복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내 앞에 있는 착한 남편과 나의 딸.
그 둘과 함께 나이 들고 싶다는 바람은 오히려 더 강렬해졌다.
그 당시엔 거리를 스쳐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 중에서
60대, 70대, 80대..
그 이상의 어르신들만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잘 지켜내
그 나이까지 가 보신 분들이 참 부러웠다.
짧다 하면 짧고
길다 하면 길 수 있는 인생.
나는 엄마로서, 아내로서 살아야 할 이유가 분명했고
그만큼 내 삶에 대한 열망이 더욱 차올랐다.
그렇게 나는 내 삶을 뜨겁게 살아가고 있다.
친구들은 말한다.
아.. 이제 끝이야.
40 넘으면 노안 온데.
40 넘으니 여기저기 아파.
이제 늙었어.
고불고불 인생의 여정,
일이 내 뜻대로 잘 되지 않을 때도 많고 내게 실망하여 나조차 내가 싫어질 때도 있지만,
그 모든 걸 잘 끌어안고 소중한 내 인생을 잘 끌고 나간다는 것.
여러 나이를 거쳐 살아본다는 것.
그것은 참 좋은 일이다.
고 이어령 선생님은
'죽음 앞에서 삶이 더 농밀해진다'고 말씀하셨다.
앞으로 어디까지 가볼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참 감사한 삶을 살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름살과 노안,
흰머리를 진심으로 반기며
나는 기쁘게 나이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41세에 도착한 나에게 말해줄 것이다.
"잘하고 있어."
나이 듦은 분명한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