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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균열 Oct 07. 2020

006. 현대를 그리는 미술; 샤를 보들레르와 콩스탕탱

보들레르가 말하는 진정한 모더니스트, 콩스탕탱 기스

August Sander, Face of Our Time

   필자는 언젠가 아우구스트 잔더 August Sander의 <20세기의 사람들>에 담긴 사진 속 인물들을 보며, 그들의 표정과 인상 하나 하나와, 옷의 주름에서 그들의 직업과 삶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 속에 투영된 아우구스트 잔더의 작가적 시선과 나의 감상자적 시선이 곧 샤를 보들레르 Charles Baudelaire가 ‘현대성’으로 간주하는 미학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시대의 모랄 morale과 정신을 담아낸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보들레르가 생각하는 미는 필연적으로 ‘불변하는 요소’과 ‘상대적인 요소’ 두 축을 토대로 발현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 이는 영혼과 육체라는 인간의 이중성과도 같이 불변하는 가치 외에도 끝없이 변모하는 양상들을 반영함으로써 진정한 미가 산출될 수 있음을 역설하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하는 예술 유형은 바로 ‘풍속화’다. 끝없이 변모하는 일상적 양식들에 대한 섬세한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그 안에 모종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작업은 단순히 ‘예술가’라는 제한적 틀을 넘어 ‘세계 속의 인간’으로서 진정한 미를 양산해낼 수 있는 것이다. 전통적 의미의 예술가적 시선은 세계에 대한 이해와 관찰이 결여되어 있는 반면, 세계 속 인간의 시선은 세계와의 상호 작용 속에서 끝없이 그것의 심연과 이면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즉, 어린 아이의 시선과 같이 순수함을 지닌 채 세상 모든 것에 대해 새롭고 도취될 수 있으며, 늘상 호기심에 가득 찬 상태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가 살아가는 장은 무한한 공간이며, 그 무한한 공간 속에서 마주하는 군중들의 일시적인 움직임과 순간적인 것들을 모두 포착해내고자 한다. 따라서 그의 지각은 모두 자신 바깥을 향하며 시대적 변용과 늘 함께해야만 한다.


   이처럼, 현대적 화가에게 요구되는 세계 속 인간으로서의 작가적 시선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며, 이러한 지각 작용은 곧 이상화 과정(현대적 표현 방식)을 통해 진정한 예술로서 발현될 수 있다. 현대성은 분명 그 시대적 조류와의 협응 속에서 발현되는데, 이는 과거의 양식과 주제에서 탈피해 시대적 유행이 역사 속에 담아낼 수 있는 시적인 것을 추출하고, 변해가는 것으로부터 영원한 것을 끄집어냄으로써 가능해진다. 즉,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영속하는 가치 속에서 찾아볼 수 잇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구성하는 상황과 변모하는 일상 속에서 불변하는 아름다움을 추출해내는 것이다. 따라서 통시적으로 고정된 미적 가치를 찾아보는 것은 무의미하며, 작가는 현대의 삶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감각된 요소들을 스스로 직조함으로써 모종의 독창성과 진실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 즉, 현대성은 관찰과 고찰이라는 매커니즘을 중시하며 작가는 그만의 해석 작용을 – 대상에 드리우는 야만적 시선과 그것의 상을 기억 속에 담아내고 끌어내는 과정 – 통해서 작품을 그려낼 수 있는 것이다. 이에 그들의 예술이 요구하는 것은 대상의 완전한 세부가 아니라, 대상의 본질을 파악해낼 수 있는 본인의 기억 이미지이며, 그것의 온전한 구현을 위해 즉각적이며 도취적인 묘사가 요구된다.

Constantin Guys

   그것은 일종의 심미적 변형으로서, 작가가 그려내는 어떠한 대상이든 예술의 차원으로 격상시킬 수 있는 가장 큰 힘으로 파악된다. 즉, 보들레르가 뒤이어 제시하는 사회적 양상들과 대상들은 – 전쟁, 군인, 여인, 소녀, 마차 등 – 사실 그것이 사회적 맥락 속에서 지니는 가치나 지위와는 무관하게 모두 현대를 구성하고 있는 존재로서 가치를 지니게 되고, 작가적 시선은 곧 그것이 지니는 선, 악의 본질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인간이 자연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악한 모습들을 허상으로써 덮어버리는 게 아니라, 이러한 진실된 모습을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이끌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의 화장’에 비견되는 이러한 예술가의 역할은 결코 자연에 대한 모방에 관한 것이 아니며, 세상의 추함을 직시한 채 그로부터 아름다움을 그려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그러한 아름다움이란 불변하는 영웅적인 요소들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하찮고 순간적인 개별자들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묘사를 통해 발현되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적 삶의 화가는 곧 세계 속의 사람으로서 시대의 모든 것들에 그만의 용기로 응하며, 진실된 시선을 통해 아름다움을 만들어냄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예술을 행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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