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가미
나는 사람들의 죽음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대게 호숫가나 비 오는 날 등의 멋진 풍경에서 느리고 정말 고통스러워 보이지 않게 죽어갔고, 나는 비가 오는 날이면 침대에 누워 있는 내 시체를 봤다. 내려간다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그 사람들은 의리, 사랑, 평화 혹은 신념 따위의 보기 좋은 이유로 죽어갔는데, 나의 죽음이 개죽음은 될 수는 없었다.
올라가는 것은 상쾌함보다는 맨몸으로 옥상 난간에 서 있는 느낌이었고, 역시나 비가 오는 날이었다. 어떠한 목적의식은 ‘무언가를 해봐야지’가 아닌 ‘무언가라도 해봐야지’라는 느낌이었고, 정적임과 동시에 혈관을 타고 돌며 모든 세포를 요동치게 하는 듯했다. 나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잔열이 빠져나가지 않는 도가니 같은 느낌이었고, 딱 깨지지 않을 정도로만 균열을 냈다.
내려갈 때,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었다. 굳이 노력하자면 천천히 떨어지게 프리폴 자세를 취하는 것 정도. 올라갈 때도 마찬가지다. 처음 내가 올라갔던 옥상은 내려봤을 때 구름이 보일 정도였다. 구름 위를 걸어 다닌다는 기분이 개소리라는 것도 그때 깨달았다. 어느 순간부터 옥상의 층수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옥상의 높이는 높은 빌딩 정도가 되었다가, 점점 낮아지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시체가 누워 있는 침대를 바라보지 않았고, 밖으로 나가보기도 했다.
나에게 우산을 씌워주던 이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