栗雲, 밤 구름
#. 부여 밤
오락가락 한 기온도,
내리 내리던 비도 그치고
구름에 가려 한참을 보지 못했던
포근한 가을 햇살에
울긋불긋 물든 산과 나무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색으로
가득한 하늘과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의 소리.
매년 돌아오지만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아쉬우면서도 기대하는
여러 감정이 쉴 새 없이 교차되는
계절 가을.
가을의 절정으로 향해가는
10월의 끝에서의 마주했던 풍경.
가을볕을 머금은 강은
은은한 금빛으로 물들고
가을색을 담은 잎들 사이로
내리쬐는 햇살.
한 번씩 스쳐 지나가는
서늘한 바람과 짙은 햇살에
반짝이는 가을 들풀
갈색빛바랜 벤치에 앉아 하나하나
눈으로 담고, 사색하는,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싶은
좋아하는 가을의 시간
그런 가을의 순간을 오롯이
담아 전해주는 계절 열매 '밤'
짙은 가을빛을 품고 있는 겉껍질,
마른 낙엽의 색과 같은 내피,
연 노란빛 과육, 동그랗고 봉긋한 모양
진한 당도와 고소한 향 까지.
노을이 지고 어두워지는 가을 저녁을
떠올리게 하는 가을밤.
그런 밤을 오롯이 담아 만드는 계절 과자 몽블랑.
밤 조림과 크림, 비스퀴 머랭 여러 레이어에
그만큼 손이 많이 가지만 큼직한 보늬 밤과
진한 밤 크림이 높게 쌓아있는 모습은
상상만으로 마음이 들뜨고 행복해지게 한다.
이번 가을에도 어김없이 재료를 다듬고
상상하며 설레는 시간.
좋아하는 계절, 그 계절에만 나오는 재료로
가을의 순간을 담아 만들 준비를 하는
栗雲, 밤 구름
유자를 넣거나 카시스를 넣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을 몽블랑은
밤맛이 진하지만 달지 않은,
클래식 몽블랑을 좋아한다.
가을볕의 따뜻함, 산책할 때 들리는 낙엽 소리
짙어진 나무의 색, 바래지고 얼룩지는 잎,
가을만이 갖고 있는 곧고 부드러운 우아함
좋아하는 가을의 순간을 담아 만든 과자.
진한 밤 크림과 달콤한 보늬 밤
고소한 샹티 크림과 끝에 살짝 남는
부드러운 다크 럼, 고소한 맛과
식감을 더해주는 사브레
몽블랑을 만들 때 제일 신경 쓰는 점은
밤 크림의 당도와 머랭의 조화다.
전체적인 당도를 생각해 머랭을
얇고 작게 만들면 식감이 없어져
매력이 사라지고 그렇다고 크게 만들면
밤 크림과 조화가 깨져버려 입안에서 겉돈다.
몽블랑에서 느껴지는 파스스
부서지는 식감과 경쾌한 소리를
항상 기대하고 먹는 부분이라
직접 만들 때마다 항상 신경 써서 만든다.
아뜰리에 보네를 작업하면서
비슷한 몽블랑 디자인에서 보네 느낌이
나는 디자인을 위해 작업노트에 몇 번을 그려보곤
했는데, 오랜 테스트 끝의 찾은 답은
안에 머랭을 바깥으로 빼고
디자인 요소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산 위에 구름이라는 모티브로
구름모양 머랭을 구워 밤 크림 위로 올려
만든 보네 몽블랑:栗雲, 밤 구름 은
디자인과 오래가는 바삭한 머랭의 식감,
좋아하는 요소를 모두 충족했던 과자였다.
이번 가을 몽블랑은
프랑스산 페이스트와 버터를
사용해 크림 베이스를 만들고,
생크림으로 농도를 조절해 진한
밤 크림을 만든다.
밤 조림은 매년 부여밤으로 만드는데,
깐 밤은 사용하지 않고 일일이 껍질을
까고 설탕과 꿀을 넣어 조린다.
마지막엔 향을 위해 다크 럼을 넣어준다.
부드러운 크림과 밤의 식감을 위해서
사브레는 평소보다 얇게 밀어
굽고 샹티 크림에는 바닐라빈을 넣어
풍미를 더한다.
사브레 비스퀴 밤 조림 샹티 밤 크림 순으로
쌓아 올리고 위에 머랭과 허브를 올려
마무리한다.
가을만이 갖고 있는 곧고 부드러운 우아함
좋아하는 가을의 순간을 담아 만든 과자
栗雲, 밤 구름
21. 10月
부여밤과 다크 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