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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네 Dec 01. 2021

주간 과자 도감

沙果, 楓 사과 단풍

#. 영주 시나노 골드




무심코 고개를 들어

창문을 볼 때도

아무 생각 없이 하늘을 볼 때도

눈이 머무는 곳곳, 가을 색이

담긴 잎들로 가득한 가을의 절정 11월.


유난히 천천히 물들어가던

이번 가을의 잎들은

겨울이 오기 전 마지막 힘을 다해

자신이 갖고 있는 색을

뿜어낸다.


거리의 나무들

동네의 작은 산

공원의 잔디

산책길 작은 틈 사이 핀

가을 들풀.

소외된 잎, 크고 작은 잎 할 것 없이

하나하나 모두 자신만의

가을빛을 담아 반짝이고.



녹빛에서 노란빛으로,

진한 붉은빛과 자줏빛으로,

옅은 갈색과 형광빛 주황색으로,  

비슷해 보이지만 같은 색은

하나 없고, 툭 튀는듯하지만

은은한 갈빛, 바랜 색들과 함께

자신의 색으로 출렁이며

스며든 단풍의 풍경은

매 순간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



강렬한 색도 옅은 색도,

빼족빼족한 모양도 둥그런 모양도,

벌레가 먹은 잎도

새가 쪼아 먹은 잎도,

서로서로  잎을 부딪히고 얽히고

같은 바람에 흔들리고 볕을 쬐며

끊임없는 움직임 끝,

자신만의 색으로 가득한 계절 



가을의 끝자락.

좋아하는 산책에선

여러 색으로 물든 단풍잎들 틈 사이로

반짝이며 빛나던 가을볕에

눈을 감고 고개를 들었다.

눈가에 머물러 있던 따뜻함은

바람과 함께 손 틈 사이를 지나

짙어진 나무줄기, 깊어진 나무껍질의 틈,

딛고 있는 땅, 낙엽과 작은 풀들에

잔잔히 퍼져 빛을 내고,

은은히 느껴지던 따뜻한 볕은 마치

가을이 몸에 스며든 듯했다.


옅은 바람과 함께 느껴지는 나무의 향.

바스락바스락 바랜 낙엽의 소리,

노을빛에 금빛으로 물든 땅,

손위로 느껴지던 따뜻한 가을의 볕.


연둣빛 새순과 짙은 녹음의 시기를 지나,

차곡차곡 쌓아왔던 계절의 순간을

잎이 떨어지기 전 가장 따뜻한 색으로

우리에게 보여주는 가을의 단풍.


하나둘씩 떨어지는 낙엽에

가을이 지나가는 아쉬운 마음을 꾹 누르고

하나하나 눈으로 담고 돌아오면서

어떤 과자를 만들까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짙은 가을빛을 닮은

과자, 타르트 타탱이 떠올랐다.


沙果, 楓 사과 단풍


허브나 다른 과일이 섞이지 않은

단순하고 클래식한 타탱을

만들고 싶어 많은 고민이 들었다.


주로 홍옥을 사용해서 만들지만

10월이 끝나갈 무렵

좋아하는 가게에서

주문했던 시나노 골드가 있어

시나노 골드로 진하고 단순한

타르트 타탱을 만들자 하곤

레시피를 짜고 만들 준비를 했다.


시나노 골드는 과즙이 풍부하고

산미와 당도가 조화로워 생과일로 먹었을 땐

산뜻함과 함께 청량한 느낌을 주고,

타탱으로 만들었을 땐 무스같이

부드러운 식감을 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일반적으로 사과조림을 넣고

위에 파이지나 사브레로 덮어 구운 후

뒤집어서 완성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반듯한 모양을 위해

사과조림, 파이지 각각 따로 나눠

만들었다.


껍질을 깎은 시나노 골드를

원하는 크기에 맞춰 잘라두고

설탕과 버터를 넣어

캐러멜을 만든다.

자른 사과와 껍질, 버터를

냄비에 넣고 한번 볶은 후

 캐러멜에 넣고 투명해질 때까지

졸이면서 원하는 향신료를 추가하는데

바닐라빈이나 시나몬, 리큐르를 넣어

향을 더한다.


원형틀에 차곡차곡 쌓아주고

오븐에서 짙은 갈색빛이 날 때까지

구워준 후 냉장고에서 하루 동안 굳힌다.


틀에서 꺼낸 타탱을 사브레 위에 올리고

바닐라크림을 한수 쿱 떠 올려준 후

겉면에 아몬드 슬라이스를 붙여

마무리한다.







바람과 함께 느껴지는 나무 의향,

여러 색으로 물든 단풍잎,

손위로 느껴지던 따뜻한 가을의 볕,

반짝이던 금빛 노을

이 모든 가을빛을 담아 만든


沙果, 楓 사과 단풍






21. 11月

시나노 골드와 캐러멜

그리고 바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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