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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네 Dec 09. 2023

계절 과자 도감

冬風, 겨울바람


#. 고흥유자, 설향, 로즈마리

며칠사이 가을의 기운이 자취를 감추고

서늘한 공기를 품은 겨울이 왔다.


새벽에 일어나 집을 나설때 마다

포옥포옥 내뱉는 구름은 점점 더 진해지고

옅은 푸른색이었던 하늘도 같이 진해져 있다.


코끝이 쨍하도록 시린 기운에

부르르 떨다가도

오랜만에 맡는 시린 겨울의 향이 반갑다.


서늘하면서도 시원한 청량함이 코끝에서

너울거리고, 차가운 바람을 가르며

걸어갈때마다 얼굴에 부딪혀 오는

찬공기는 고요한 겨울이 말을 걸어주는것

처럼 느껴졌다.



따뜻하고 부들부들한 옷을 겹쳐입고

포근한 목도리까지 매고 나선다.

머릿속까지 차가운 겨울바람에

한껏 움추러 목도리에 얼굴을

파뭍다가도 겨울바람이 주는

청량함이 기꺼워 다시 고개를들고

힘껏 들이 마시기를 반복한다.


바람을 따라 시선을 돌려

해가뜨기 전 하늘을 올려다보고

주위를 둘러본다.


조용한 거리에는 바랜 나뭇잎

몇개만 남아 있는 나무들로 가득하다.


며칠전만 해도 가을을 가득 품고 있던

나무들은 역시나 찬찬히 자신들의

속도로 가을을 보내주고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앙상한가지, 고요한 하늘, 차가운 바람

바랜 녹빛의 소나무, 흐린 눈구름

서늘함을 품은 겨울의 푸르른 아지랑이


매일 마주하는 초겨울의 풍경속에서,

코끝에서 파도치듯 청량한 겨울바람은

항상 함께 했고,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더 짙어졌다.


찬 바람에 실려온 겨울의 향은

서늘하기도 씁쓸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어딘가 푸르른 청명한 향을

품고 있었다.


청명한 향을 품은 겨울바람

새벽에 나설 때 마다 느꼈던 이 느낌을

작은 과자에 담아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과자 작업을 시작했다.



 


겨울의 빛을 담은 흰색의 그릇

그속에 담긴 겨울바람을 상상하며

스케치를 하고 작업을 시작했다.


겨울 바람에서 느껴졌던

청명한 향, 서늘하면서도

부드러웠던 겨울의 기운은


이맘때즈음 올라오는 고흥유자와

특유의 푸릇한 향을 품고 있는

로즈마리를 사용해서 작업했다.


짙은 향기의 유자와

푸르른 로즈마리

부드러운 버터와 화이트 초콜릿으로

서늘하면서도 청량했던

겨울의 향을 담아내고,


상큼한 과즙을 품은 설향딸기와

유자를 넣어 만든 콤포트로

코끝에서 느껴지던

시린 겨울바람을  담았다.


코코넛 다쿠아즈는 짙게 굽지 않고

옅게 구워 향이 너무 진하지 않게

균형을 맞추고 유자크림은

생크림 비율을 높여 산뜻하지만

너무 시지 않게, 부드럽게 느껴질수 있을

정도로 작업했다.


중간에 들어가는 딸기유자 콤포트와

위에 마무리로 올라가는 딸기가

상큼하게 입맛을 돋우고 ,


유자와 로즈마리가 들어간 가나슈가

은은하게 입안에 여운을 줄수있게

서늘하면서도 부드러웠던,

청명한 향을 품고 있던 겨울 바람을

생각하며 작업했다.


둥그런 머랭쉘에

하나씩 차곡 차곡 쌓아

작업한 겨울바람.


매일 마주했던 초겨울의 풍경을

담아낼수 있어 기쁜 작업이었다.




앙상한가지, 고요한 하늘, 차가운 바람

바랜 녹빛의 소나무, 흐린 눈구름

서늘함을 품은 겨울의 푸르른 아지랑이


서늘하기도 씁쓸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어딘가 푸르른 청명한 향.


코끝에서 파도치듯 너울거리는

초겨울의 바람.


:冬風, 겨울 바람






23年11月

고흥유자,설향딸기

그리고 로즈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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