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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니찌니 Apr 26. 2021

시작과 끝. 끝과 시작.

나의 복직과 휴직 그리고 너의 졸업과 입학

2020년 9월 복직. 그리고 7개월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첫 한 달간은 출근길 매일 아침 영상을 찍었다. 

7년 만에 다시 일한다는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지만, 기대감이 더 컸다.

유치원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일과를 보내준 아들 덕분에 

나는 아이를 만나기 전의 삶으로 잠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정한 이의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나는 다시 일을 쉬기로 결정했다.



4월은 어디 가나 벚꽃이 만개했다. 

늘 이렇게 꽃길만 걸을 순 없을까?

흩날리는 벚꽃길이 이리도 아름다운데 나는 괜스레 서러웠다. 

일과 육아, 두 가지 모두를 해내고 싶었던 건 나의 욕심이었을까?

상황이, 모든 상황이, 어려웠다.


'우리 모두 잘 지내보자. 너의 삶도, 나의 삶도,  모두 중요하잖니.'

하지만, 잘 지내기 위해선 현실적으로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했다. 

양가의 아무런 도움 없이 

장애아이를 키우며 '9 to 6'를 지키며 일을 하기란 쉽지 않았다.

물론 요즘은 제도가 많이 좋아져서 조금 일찍 퇴근하기도 하지만, 

갑자기 생기는 돌발 상황들은 나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꼭 일이 바쁠 때 사고가 더 생기더라. 

가령 중요한 회의가 있는 날 아이를 봐주시는 분의 차가 고장 나서 움직이질 못한다거나

아이가 다쳐서 병원에 가야 한다거나...


어쨌든 나의 결론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조금은 자유로운 업무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과  


나를 위한 일도

기관을 위한 일도

국가를 위한 일도

지금의 아이보다 중요할 순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매일매일 산으로 들로 다니며 돌 던지고 풀 뜯고 소리 지르고 달리고 

그렇게 하루하루 신나게 놀아서 일까

극도로 짜증이 높던 정한이는 

조금씩 안정이 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엄마가 필요했구나. 그랬구나...


일을 하게 되면서 아이와 놀아줄 시간이 정말 부족했다. 

일과를 마치고 집에 오면 

저녁 준비해서 밥 먹이고 씻고 잠깐 놀다가 잠이 들었고,

주말엔 밀린 집안일을 하느라 바쁜 나 대신 아빠와 단둘이 산책을 하거나 등산을 갔다.


엄마가 놀아주지 못한 7개월 동안

자전거 실력이 많이 늘었고,

가보지 않을 길로 척척 안내를 한다.

엄마 대신 아빠와, 선생님과 이런 곳들을 다녔었구나.

말을 하지 않지만,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나를 안내하는 듯,

 벚꽃잎이 떨어지는 나무 아래를 지나며 나는 아들과 한참을 산책했다.



 

아이와 하루 종일 보내며

내 길이 무엇인지 더 선명해지는 것 같았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잘 안다.

꽃잎은 다 떨어졌지만, 

푸르른 녹음이 기다리는 저곳에 분명 길이 있다.



아이의 끝과 시작, 그리고 나의 시작과 끝.

하지만,

살아보니 

시작이 끝인지, 끝이 시작인지 알 수가 없더라.

끝이라고 하지만, 이것이 나의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이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만들어가는 것이 나의 삶이자 나의 몫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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