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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선 Jul 21. 2020

나의 텀블벅 도전기: 이틀 만에 펀딩 400% 달성하기

이 모든 것을 2주 안에 해냈다고? 저도 믿기지 않습니다만..

'세상에 없던 것'을 내놓는 것. '크리에이터'라는 말은 왠지 모르게 거창하지만, 창작자로서 크라운드 펀딩을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꼭 해보고 싶었다. 더 늙기 전에 실행해보자는 마음으로 이번 기회에 도전하게 되었다. 이름하야 포캣(POCAT). 주머니를 뜻하는 Pocket과 고양이를 의미하는 Cat이 합쳐져 탄생한 포켓 티셔츠다. 아직 텀블벅에서 펀딩이 진행 중이긴 한데(2020/7/16 기준), (> 포캣 티셔츠 보러 가기) 이틀 만에 펀딩 400% 달성했다. 지인들이 좋은 의미에서 구매를 해준 덕분도 있지만, 꾸준히 외부 유입을 통해 펀딩 3일 차에 500%를 향해 달려가는 그래프를 보았다. (물론 손익분기점은 멀었다!!) 작은 프로젝트이긴 하지만, 나의 텀블벅 도전 과정이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준비하는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여 2주간의 과정들을 담아보기로 했다.


이름하여 '나의 텀블벅 도전기' (Feat. 모든 정보는 TMI로)



1. 시작한 계기

이 모든 것의 시작은 망원동이었다. 대학교 시절 알고 지낸 친구 A, B가 있다. 서로 사는 게 바빠 한동안 연락을 안 하고 지내다가 망원동에 각자 독립을 하게 되면서 '찐 동네 친구'가 되어버렸다. 직업도, 생활 방식도 조금은 독특하고 유별난 우리들. 서로 좋아하는 것도 엄청 다른 우리였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동물을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공존하는 삶을 추구한다는 것.


길고양이들은 언제나 성가신 취급을 받곤 한다. 고양이들은 정말로 우리를 '힘들고 귀찮게' 만들까? 망원동에 살면 수많은 길냥이들을 마주치곤 한다. 그 동그란 눈이 귀여워서, 손 방망이 같은 발이 깜찍해서 조금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면 대부분 사람이 안 보이는 곳으로 숨어버린다. 작은 발자국 소리에도 놀라 몸을 숨기는 게 길고양이다. 인간보다 한없이 작고 나약한 존재라는 뜻이다. 망원동에는 다행스럽게도 pet-friendly 하신 분들이 많다. 골목만 지나가도 길냥이들을 위한 물그릇이 놓여있고, 가게 앞에 길냥이가 머무를 수 있는 작은 보금자리가 마련된 곳도 있다. 그들을 보며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생각했다.


길냥이에 대한 귀여움을 알리고, 길냥이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길 소망하며 한국의 길고양이에서 영감을 받은 포켓 티셔츠를 만들기로 했다. '귀여운 고양이를 주머니에 넣고 매일 함께 다닐 수 있다니!' 그 생각만으로도 행복했다. 후원금의 일부도 길고양이를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 예쁜 냥 티셔츠도 만들고, 후원도 할 수 있다니! 일석이조 아닌가! 마침, 친구 A가 이전에 '냥말'이라는 고양이에서 영감을 받은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어서 추진에 탄력이 붙을 수 있었다.


2. 기획이 8할이다.

한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길고양이 4마리에서 영감을 받아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 상세 페이지 참조) 그리고 고양이 눈, 젤리 발바닥, 윤기 나는 털 등이 표현될 수 있도록 고양이를 '자수'로 표현하기로 했다. 주머니에서 '고양이가 쏙 나오는 모습'을 담고 싶었고, POCKET과 CAT을 합쳐, POCAT 포캣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우리에게 영감이 되어준 친구의 냥이, 물꼬.


3. 발품, 발품, 그리고 발품의 연속.. 제작 과정

| 공장을 어떻게 찾죠..?

언제 와도 익숙해지지 않는 이곳..

티셔츠를 제작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이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공장을 찾아내는 일이었다. 제작을 진행할 때 인터넷으로 공장을 찾는다고 하는데 이 말이 막연하게만 들렸다. 다행히 팀원 친구가 의류 제작 네이버 카페에 가입하여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결: 의류를 제작하려면 네이버 카페에서 정보를 얻어라! 유튜브도 보아라!) 여러 정보를 탐색 후, 무작정 동대문으로 가서 단가와 원단들을 알아보았다. 사실 이 과정이 가장 진입장벽이 큰데 제작하려면 무조건! 거쳐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공장을 찾더라도 알아봐야 할 것이 산더미다. (몇 수로 제작할 건지, 원단 소재는 어떻게 할 건지, 사이즈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요즘 패션업계가 미치는 환경오염에 공감하는 터라, 쉽게 버려지지 않는 티셔츠를 만들기로 했다. 세탁을 자주 해도, 오래 입어도 변형이 없으려면 티셔츠를 만든 뒤에 여러 가지 공정 과정이 들어가야 하는데 이것이 다 '돈'이다. 그러니까 티셔츠란... 한 없이 저렴하게 만들려면 만들 수 있고, 비싸게 만들려면 또 한 없이 비싸게 제작될 수 있다는 것.


| 방금 산을 넘은 것 같은데.. 또 넘어야 할 산이 있군요...

우리가 선택한 자수 공장. 명품 브랜드에 납품을 하는 곳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20년 경력의 장인 분의 계셨다!

우리는 두 가지 공장을 컨텍했다. 티셔츠를 만드는 원단 공장과 자수를 만들어야 하는 자수 공장. 15곳이 넘는 곳을 발품을 팔아 각각 마음에 드는 공장을 찾았다. 이제 한 80%의 산은 넘었구나 했는데 또다시 엄청난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최소 주문 수량, 일명 MOQ(Minimum Order Quantity)가 있다는 것. 최소 발주 수량을 잡아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공장마다 MOQ가 달랐다. 우리의 경우, 자수 업체의 MOQ가 높았기 때문에 원래 목표보다 2배나 많은 수량을 발주해야 했다.


| 자수, 그 멀고도 험한 길.

포캣의 캐릭터는 한국에서 자주 보이는 길냥이에서 영감을 얻었다.

POCAT 포캣 티의 핵심이었던 자수. 사실 다른 부분은 순조롭게 넘어왔는데 자수 부분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손자수가 아닌 컴퓨터 자수로 디테일한 디자인을 만드는 건 전문가의 손을 거쳐야 하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 20년 경력이 훌쩍 넘는 장인 사장님과 머리를 맞대며 몇 차례 수정 과정을 거쳤다. 색 조합의 미묘한 차이, 눈과 코 사이의 길이에 따라 고양이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색 표현을 위해 여러 가지 색조를 배합했고, 자수가 두꺼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실이 이동하는 경로를 한 땀 한 땀 디자인했다. (물론 장인 분이!) 그렇게 4마리의 캐릭터가 완성되었다.


4. 인생은 선택의 연속: 펀딩 플랫폼과 후원금 사용처 선택

| 펀딩 플랫폼은 어디가 좋지?

티셔츠 샘플도 완성되었겠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선택하기로 했다. 텀블벅(tumblbug.com), 와디즈(wadiz.co.kr) 등 두 가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중 어떤 플랫폼을 선정할지 고민했다. 혹시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아래에 내가 생각한 차이점을 정리해보았다.


위와 같은 이유로 우리는 텀블벅의 플랫폼을 선택했다. 무엇보다 상세 페이지를 스스로 잘 만들 자신이 있었기에 PD분의 서포트보다는 낮은 수수료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두 가지 플랫폼 중 무엇이 더 좋다'라는 건 없다. 본인의 제품에 맞는 플랫폼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와디즈에서도 PD분의 도움을 받지 않고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적인 PD분의 서포트가 필요할 경우엔 와디즈를 선택하는 것이 더욱 현명한 방법일 수도 있다. 텀블벅은 웹만 제공하지만 와디즈는 웹과 앱 서비스가 모두 있다는 점도 상당히 매력적이긴 하다.)


| 기부도 의사를 묻고 후원해야 한다는 점!

플랫폼을 정한 뒤, 우리의 후원금을 사용할 기부처를 찾았다. 모든 동물은 소중하지만, 우리의 기획이 '길고양이'에서 시작한 만큼 이번 프로젝트의 후원금은 길냥이들을 위해 사용하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은 '한국고양이보호협회'. 이곳에 후원되는 금액은 길고양이들을 위한 구조, 치료, TNR등에 사용된다고 한다. 만약, 후원금의 일부를 기부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알아두어야 할 점! 아무리 좋은 취지여도, 무작정 기부를 할 순 없다는 것이다. 기부를 마음먹었다면, 해당 단체에 '이러한 이유로 기부를 하고 싶은데, 그래도 되는지'에 대한 여부를 먼저 확인해보아야 한다.


5. 상세 페이지 제작

텀블벅에 올라가는 상세 페이지는 창작자인 내가 '직접' 제작해야 한다. 펀딩 플랫폼은 펀딩이 완료된 후 결제 및 주문 제작되기 때문에 상세 페이지 제작 시에는 제품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대부분 1) 실물과 같은 목업을 제작하여 보여주거나 2) 샘플 이미지를 보여주곤 한다. 우리의 경우, '자수'의 디테일함을 표현하기 위해 '진짜 제품'이 필요했고 열심히 티셔츠 공장과 자수 공장을 왔다 갔다 한 끝에 샘플 제품을 받아냈다. 남, 녀 친구 두 명을 모델로 섭외하였고, 스튜디오를 빌려 열심히 촬영을 해서 받은 촬영본들. (더 많은 사진은 이곳에서 확인 가능하다!)


촬영 장소: 치즈 스마일 스튜디오


6. 그 다음 스텝은?

이 외에 티셔츠에 부착해야 하는 라벨 제작 과정, 인스타그램 운영 (@pocat.official) 등 많은 업무들이 있었고, 앞으로도 배송 및 후원금 전달 등 많은 과정들이 남아 있다.


이 모든 걸 2주 안에 해냈다니!라고 으스대고 싶지만, 사실하다 보니 '누구나', '마음을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텀블벅 펀딩, 유튜브, 스마트 스토어 등 요즘 직장인들이 '나도 해보고 싶다.'라고 느끼는 프로젝트들이 사실 그렇다. 막상 해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결국 안 한다. 그것은 결국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해보자. 늦기 전에 뭐라도 해보자!

(질문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 글 마무리 전, 깨알 포캣 (POCAT) 홍보

POCAT이 매력적인 5가지 이유

1. 20년 경력 자수 전문가의 노하우가 담긴 정교한 자수

2. 부드럽고 편안한 20수의 면 100% 원단

두꺼워서 빳빳한 느낌이 들거나, 너무 얇아 금방 해지는 일이 없도록 부드러운 면에 집중하였습니다! 남성 분들의 경우 찌셔츠가 되는 일이 없어요!

3.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는 세미 오버핏

반팔 티셔츠는 어떤 옷보다 활용도가 높은 만큼, 자주 입을 수 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 허리선이 들어가지 않고,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는 젠더리스 형태의 세미 오버핏이랍니다. 화이트, 차콜, 네이비, 블랙 등 데일리 티셔츠로도 손색없어요!

4. 목이 늘어난 티셔츠는 싫으니까!

‘목 늘어남’ 현상을 방지할 수 있도록 목 라인을 이중으로 고정 마감했습니다. 세탁을 하며 어깨라인이 뒤틀리는 현상이 없도록 목에서 어깨까지 늘어남 방지 밴딩 처리를 하였습니다.

5.  여러 번 빨아도 변형이 없도록

오래오래 입을 수 없도록 여러 공정 과정을 추가적으로 처리했답니다.


지금 바로 텀블벅에서 '포캣'을 검색해주세요! (> 펀딩 보러 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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