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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라 Jul 26. 2023

브런치에 오랜만에 돌아오다.

이렇게 글이 쓰고 싶었는데.....


마흔이 넘고 마지막 두근거림이 언제였던가 생각도 나지 않을 즈음. 


20년 회사생활을 청산하겠다 무턱대고 퇴사해서 사무실까지 얻어 시간밖에 없던 나는 몇백짜리 구매대행 강의를 결제해 놓고 오픈일을 기다리던 중 우연히 알게 된 몇만 원짜리 브런치 도전 챌린지. 


장난 반 진담 반으로 시작한 브런치는 내 인생에 전혀 생각지 못한 새로운 즐거움을 알게 해 주었다.

(물론 처음엔 브런치에 글 쓰면 책도 내고 돈도 벌 수 있을 거라 막연한 기대감에 시작한 것도 있지만...)


돈 벌게 해 준다는 몇백만 원짜리 강의보다 몇만 원짜리 챌린지에 목숨을 걸며 브런치 첫 승인을 받고 밤새브런치에 첫 글을 등록했을 때가 떠오른다. 


글이 올라가고 첫 글빨(?)로 조회수 5천까지 찍으니 어디서 상이라도 받은 것 마냥 설레었던 날도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무슨 말을 쓰고 있는 건지 알지도 못한 채 머릿속에 맴돌던 단어를 툭툭 잡으면 나도 모르게 글이 막 써졌었다. 


앞뒤 문맥이 어떻고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애드센스 글쓰기는 키워드를 알아도 그렇게도 써지질 않는데, 브런치만 열면 단어들이 문장들이 날뛰었다. 


그렇게 오랫만에 정신이 팔려 좋아하던 글쓰기였건만 생계가 조급해지니 글 쓰고 앉아 있는 내가 한심한 느낌이였다. 돈버는 일에 집중하겠다며 새로움에 새로움을 더해 알고 있던걸 뒤엎고 배우고 테스트하고 또 실행하다 보니 시간적 여유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잠을 줄여서라도 한 시간, 아니 삼십 분은 낼 수 있었을 테니.)


2023년 PDS 다이어리를 구매하고 단톡방 챌린지를 함께하면서 매월 그 달을 돌아보며 나에게 중요한 키워드 몇 개에 대해 얼마나 진행됐고,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갈 것인가 체크를 했었는데 브런치, 글쓰기 칸은 항상 키워드만 덩그러니 남았을 뿐. 비워져 있었다. 


며칠 전 오랜만에 브런치 알림을 눌렀다. 내 글이 조회수 2000을 돌파했다는 알림이였다. 

'???'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내가 쓴 글을 보다 보니 작년 이맘때쯤 브런치승인을 받고 첫 글을 쓰고 며칠 설레어했던 그때가 떠오르면서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다른 일을 하려고 해도 일이 손에 안 잡혔다. 

그렇다.. 뭐 대단한 글을 쓰는것도 아닌데 글이 쓰고 싶어 안달이 났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으면서도 오랜만에 숲 속 아무도 모르는 내 아지트에 돌아온 것 마냥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이젠 켜켜이 앉은 먼지를 좀 털어내면서 지난 1년을 틈틈이 돌아보기도 하고 현재의 나를 정리하며 여기서 힐링의 시간을 가져야겠다. 


이게 뭐라고.. 참..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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