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크리에이터가 만들어가는 도시, 성수

라이프스타일 성지


1950년대 서울 도심의 경계지역이면서 공장지대였던 청계천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섬유, 봉제, 금속 기계 업체들을 도심에서 더 먼 곳으로의 이전이 필요하게 되었고,  성수동이 서울의 공장 역할을 이어받게 됩니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대규모 공장들이 서울 밖으로 이전하면서 대규모 공동주택이 들어오게 되고, 이전이 어려운 소규모 공장들이 남게 되었지만 도시 성격이 변화하면서 산업적 성격의 성수동의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됩니다. 제가 가진 성수동에 대한 이미지는 대학을 다니던 1990년대 초반으로 이미 쇠퇴하여 적막감을 가진 성수동으로 남아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한동안 개발의 관심에서도 밀려나 대중의 관심에서도 멀어지면서 부동산 가치가 낮게 유지가 되었고 이 조건이 새로운 성수동을 여는 기회로 작동하게 됩니다.


지하철 2호선 뚝섬역과 성수역 그리고 건대입구역까지 이어지는 성수동 지역의 노후화된 건물들로 인해 공동주택 개발이 아니면 분위기 반전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었지만 공장지대에 굳이 공동주택을 짓고 살아야 하느냐는 생각으로 공동주택 개발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외의 방법도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다가 2010년 이후 전국적으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등장하게 됩니다. 제주에서는 제주올레가 만들어지고, 워라벨이 주요 키워드로 나타나게 되고, 인스타그램이라는 앱이 나타나면서 개인이 미디어를 만들어내는 세상이 됩니다. 이런 과정에서 빈티지 스타일이 트렌드를 이끌게 되고 성수동의 오래된 건물들이 빈티지 코드를 가진 방식으로 재생되면서 세상은 성수동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성수동 거리

이후 성수동에 들어온 트렌드 리더로 2011 정미소와 자재보관창고로 쓰이다가 이벤트 공간으로 만들어진 대림창고, 2014 인쇄공장을 카페로 만든 자그마치(Zagmachi) 있습니다. 2019 블루보틀과 아모레 성수 등이 성수동에 자리를 잡았으며, 최근에는 디올 성수가 문을 열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2014 카우 앤 독, 2017 헤이 그라운드처럼 세상을 바꾸려는 다양한 주체들이 모일  있는 공간도 만들어지고, 공유 오피스인 플레이스 캠프 성수와 패스트 파이브 성수점도 있으며, SK디앤디에서 공급한 에피소드 성수  주거 트렌드를 이끄는 공간도 나타나게 되는 곳이 성수동입니다.

블루보틀 성수
성수디올

오늘의 성수동 이야기는 우림문화재단 건물(서울시 성동구 연무장7길 11)에 위치한 퍼셉션 최소현 대표님을 만나는 약속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조만간 끝이 나는 하우스 비전 전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최소현 대표님이 직간접적으로 전시에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예전에 만난 인연으로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에 약속을 잡게 되었습니다 퍼셉션은 디자인에 기반하여 다양한 기획과 창조적인 문제 해결을 통해 사업을 하는 회사이다 보니 다양한 프로젝트가 많은데 프로젝트 진행 방식이나 철학에 대한 공통 관심사가 많아 잠깐 보자 했던 만남이 두 시간의 만남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우스비 전이 기획되던 과정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기업들과의 다양한 프로젝트 이야기는 마치 무림 고수의 무협지처럼 흥미진진했습니다. 한두 시간의 대화로는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조만간 재미있는 시간을 만들자는 약속을 하고 아쉽게 헤어졌습니다.

퍼셉션 최소현대표님

최소현 대표님과의 약속으로 성수동에 가게 되었지만 성수동은 대학시절부터 공간적 경험을 했던 오랜 기억이 있는 곳입니다. 1990년대 성수동은 사실상 주요 거점이 되는 공장들이 빠져나가면서 방치되다시피 했던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시작된 성수동의 바람은 건물 하나하나 즐기면서 다니기에 시간이 부족한 정말 멋진 라이프스타일 테마파크가 된 느낌입니다. 거기에 도시재생 사업으로 원래 이 지역의 바탕이었던 구두 관련 산업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는 것도 지속 가능성의 한 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남아있는 산업시설은 새로운 트렌드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보물과도 같은 공간이었고 기존의 느낌을 살린 낯선 공간들로 변신하게 됩니다. 콘크리트가 드러난 카페와 편집샵, 타일을 벗겨낸 날 것 그대로의 외피를 가진 패션샵 등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미학적 경험을 하게 만들었고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인 디올의 공간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성수동 가게

이런 바람은 다양한 변주가 이루어지게 되는데 그 변주 중 하나가 공간와디즈입니다. 개인이 만들어내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또한 개인이 펀딩을 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는 와디즈의 오프라인 매장이 만들어져야 하고 성수동에 들어왔다는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라는 생각입니다. 개인의 창의적 생각을 실험하고, 구체화하는 플랫폼인 와디즈라는 사업에 대해 호감이 있었고, 공간적으로 어떻게 풀어내고 있을까 하는 호기심에 들른 곳인데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에 고맙기도 하지만 공간와디즈가 그저 그런 편집샵이 되어선 안되기 때문에 개인의 생각과 노력이 녹아있는 개별 제품들을 어떻게 고객에게 잘 어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공간와디즈

카우 앤 독, 헤이 그라운드, 플레이스 캠프, 퍼셉션 등 성수동과는 여러 인연이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도 성수동에 갈 일이 잦을 것 같은 데 갈 때마다 즐거움이 가득할 것 같습니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채워지고 있는 성수동은 독립적인 크리에이터들이 만들어가고 있기에 지속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이 흐름을 이해하면서 생태계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성수가 지속 가능하게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카우앰독, 플레이스캠프성수
헤이그라운드
아모레성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