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목욕탕 제주 Project Mokyoktang Jeju
요즘의 제주도는 세계에서 가장 핫하고 힙한 곳이라는 생각입니다. 제주 어디를 가더라도 셰프들의 레스토랑이 있고, 멋진 물건을 모아놓은 편집샵이 있고, 주인장의 개성으로 무장한 작은 책방이 있습니다. 전 세계 어떤 곳에 이런 멋진 공간이 모여있는 곳이 있을까요.
애월은 애월대로, 함덕은 함덕대로, 대정은 대정대로, 한경은 한경대로, 구좌는 구좌대로 멋진 공간들이 지역의 특성을 그대로 잘 녹여서 마을이라는 공간과 멋진 콜라보를 이루고 있습니다.
주목할 곳이 또 있습니다. 어쩌면 제주에 힙한 공간이 가장 먼저 만들어진 곳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바로 제주시 탑동입니다. 2016년, 제가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을 하던 시절에 이미 도시재생은 이런 것이라고 가르쳐주었던 곳이 아라리오 탑동시네마, 동문모텔 1, 2 였습니다. 재생건축의 진면모를 보여주어 건축적으로 도시재생은 이렇게 하는 거라고 제주에 답사 오시는 분들께 안내해드리곤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기억나는 일이탈리아노, 맥파이, ABC베이커리 등이 있으며 요즘은 프라이탁, 올리브영, 미친부엌, 이솝, 디앤디파트먼트, 엘리펀트힙 등 하나하나 반짝반짝 빛나는 장소들이 자리를 잡아 제주에서 힙한 공간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 되었습니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이런 멋진 공간들을 한 곳에서 모두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 하나 멋진 실험이 있습니다. 아라리오 탑동시네마 바로 옆에 있던 해수사우나 건물에서 멋진 팝업스토어가 열리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목욕탕 제주'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팝업 스토어인데 오픈을 한지 조금 지나서 그런지 핫도그 서비스는 마감이 되었습니다. 제가 핫도그를 엄청 좋아하는데 엄청 아쉽습니다. 이층으로 올라가니 신세계가 열렸습니다. 아라리오뮤지엄이 중심이 되어 애글릿(Aglet), 칩스(Chips), 소프트 코너(Soft corner)가 모여서 저마다의 개성 있는 상품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큰 목욕탕의 욕조 안에 신발들이 전시되어 있고, 저절로 손이 가는 모자와 티셔츠들이 공간 공간 자기 자리를 찾아 안착했습니다. 목욕탕이었던 것을 숨기는 것이 아닌 목욕탕이었기 때문에 여기서 스스로의 아우라를 표출하고 있습니다.
가볍지만 의미 있는 상품들, 여름이기에 목욕탕과 어울리는 상품들, 메시지를 전달하는 여러 인형들 하나하나가 개성을 뽐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목욕탕이라는 장소성과 더불어 이곳이 아니면 절대 볼 수 없는 독특함, 낯섦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에 대량생산 체계가 잡히면서 우리 사회는, 우리 지구는 과공급으로 지구적 차원의 여러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새로이 건축을 하기 위해 철거되는 건축물에서 발생하는 건설 쓰레기도 문제이고, 입지도 못하고 버려지는 새로운 옷들도 문제입니다. 이제 흐름을 바꿔야 하는 시기가 왔습니다. 건축물은 언젠가 철거를 해야 하지만 쓸 수 있는 만큼 써야 하고, 신던 신발도 또 신을 수도 있어야 합니다(물론 이곳에서는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 중고물품입니다). 하나하나 노력해야 하지만 큰 흐름을 만들어야 합니다. 건물을 재생하고, 여러 물건들을 재생하되 가치 있고 의미 있게 재생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목욕탕 프로젝트 제주'는 힙하면서 의미 있습니다. 친환경적인 흐름을 만들기 위해서는 과거에 유행했던 계몽주의적인 방식으로는 어렵습니다. 힙하게 의미 있게 접근해야 자발성이 생기고 좋은 성과가 남게 됩니다. 제가 '목욕탕 프로젝트 제주'를 응원하는 이유입니다. 어쩌다 보니 이전 글에 이어서 목욕탕을 소재로 하게 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