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에 40명에 100억을 했던 회사가 몸집을 불리고, 새로운 일거리를 늘리면서 잘못했던 선택들이 모여 지금은 80명에 50억 매출, 40억에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 되었다.
인사담당자이자, 경영관리팀장으로서 많은 고민과 생각이 교차했고, 경영자과 본부장들에게 구조조정이라는 이야기가 하나 둘 입에 오르기 시작했다.
지금껏 회사에서 전략적으로 저성과자, 이슈가 있는 인원들을 정리한 적은 있었지만, 이제는 스케일이 달라졌다. 지금 상황에서 보면 최소 50%는 정리해야 회사가 유지될 것 같았다.
그런데 인원만 줄인다고 회사가 돌아가지는 않지 않은가, 고려해야 될 요소들이 너무 많았다. 회사에 사업방향, CEO에 의지, 핵심인재 이탈 방지, 방법론 등등등...
긍정적인 내용들이 아니고, 모든 것을 비밀리에 혼자 지난날에 경험과 지금 트렌드, 회사에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가며 답을 찾고자 했고, 스트레스로 몸도 상했었다.
결국 1차 답을 만들었고, 대표에 의지를 확인하고자 10명에 중도 탈락자와 16명에 임금조정자를 구성했다. 연봉으로는 약 15% 정도 축소하는 방편을 만들었다.
대표는 1차 안을 받고, 나의 설명을 받았을 때 이래서 효과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내 비췄으나, 기술 중심 중소기업에 강점이자 단점이 사람 중심이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준비해 보자는 의견이었다.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구조조정과 임금조정을 하면 여러 반발이 생길 것이어서 빠르지만 간결하고 조용히 일을 진행시키기로 확정을 하고 대표방을 나왔다.
사전에 준비했던 자료들을 가지고 PPT를 만들기 시작했다. 콘셉트는 회사가 많이 어렵지만 지금 인원과 함께 6개월을 버텨보자 하는 시나리오, 그러기 위해 부장이상 인원들에게 약 20% 임금을 조정하자는 안이었다.
기획안은 만들었고, 이제 설명회를 준비했다. 회사에 위기경영 타이틀로 설명회를 하자고 했고 총 16명에 부장급 이상사람들을 참석시켰다. 회의장에 온 사람들은 위기경영이라는 타이틀만 알 뿐 얼굴표정이 밝았고 근황들 나누며 시작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앞에서 이다음 시나리오를 읊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거워졌으나, 이내 마음을 다잡고 설명회를 준비했다. 시작 시간이 되었고, 대표가 올라와 착석했다. 본격적인 설명회에 앞서 준비한 것 대한 목적들을 이야기했다.
"회사에 위기 경영, 고통에 분담, 함께 이겨내 가자는 의지 등.."
그리고 약 6장에 스토리텔링 페이지를 보여 줬다.
대표가 이 자리를 만들게 된 배경, 구조조정과 임금조정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선택에 시간이 왔다는 이야기. 끝난 후 별도 면담을 통해 나온 의견도 서로 입장이 다른 부분이기 때문에 존중하겠다는 설명 등...
다들 얼굴표정들이 어둡다. 구체적인 숫자를 이야기하기 전에 분위기를 잡으려고 준비한 것이었는데 생각이 맞았는 모양이다.(사람은 논리가 아닌 감정으로 설득된다는 말에 통감했다.)
중간에 빈페이지를 띄워놓고 대표에게 다음을 넘겼다. (그다음 페이지부터는 숫자적인, 행정적인 딱딱한 내용이기에) 나보다는 대표가 한번 더 상황과 배경을 이야기하고, 직원들에게 관철시켜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약 10분 대표에 설명이 다 끝난 후 경영관리 측면에 회사 지표 분석과 전략, 그에 따른 회사에 방향성, 결론을 전달했다.
1차 : 임금조정 (16명) 2차 : 6개월 후 실제 구조조정 (최소 20% 이상, 버티지 못했을 때)
지금 벌려놓은 사업을 안 한다면 지금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했겠으나, 그동안 새로운 사업에 투자한 것이 있어 조직을 건들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제 자금이 떨어지면 그마저도 안될 건이기에 버릴 건 버리고 진행해야 된다고 전했다.
설명회가 끝이 나고, 한번 더 대표에 이야기가 전해진 후 질문에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많은 질문이 나올 줄 예상했으나, 그 누구도 선뜻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 가지 질문이 나왔다.
"그러면 이렇게 임금 조정을 하면 회사는 어떠한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이 어려운 시기를 버틸 건가요?"
참으로 핵심적인 질문이었다. 미리 준비한 SWOT 분석 덕에 전략적인 부분은 전달했고, 세부적인 사항은 같이 정해 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설명회가 끝이 났다. 온몸에 힘이 빠지고, 컨디션도 좋지 않았지만 잘 마무리했다.
첫 경험으로 이 정도면 선방했다고 생각했고, 다른 누군가 이런 상황(안 오는 상황이 제일 베스트이지만...)에 대처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