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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동이즘 Nov 06. 2022

고양이 때문이에요.

카메라가 고장 났다.

카메라가 고장 났다.


“어쩌다 고장이 났나요?”


AS 기사님이 고장 경위를 물었다.

사고 경위는 다음과 같았다.


우리 집 고양이들은 내 말에 반응을 잘하는 편이다.

내가 혼잣말을 하거나, 전화를 받거나

입 밖으로 무언가 소리를 낼 때면

고양이들이 달려온다.


자기들을 부른다고 생각하거나,

뭔가 맛있는 것을 준다고 생각하거나

무슨 생각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내 목소리에 반응해 그들은 늘 달려온다.


그래서 유튜브를 찍을 때는

고양이들을 방에서 내보낸 뒤 찍어야만 한다.

내 말에 반응해 책상 위로 뛰어오르는 것도 그렇지만,

“냥~냥” 거리며 대답을 해대는 것이 문제다.


고양이 소리 좀 들어가는 게 어떠냐?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마이크에 고양이 소리가 들어가면 편집이 까다로워진다.


컷 편집은 보통 화면에 표시되는 음의 파형을 눈으로 관찰하며 하는 편인데,

고양이 소리와 사람 목소리는 음파만으로 구분을 할 수 없다.

결국 눈으로 편집을 한 뒤,

귀로 한 번 더 고양이 소리가 녹음된 부분을 제거해야 하는 2 중일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그날은 고양이들이 깊은 잠에 빠져있던 날이었다.

그런 날에는 굳이 그들의 잠을 깨워 방 밖으로 내보내지 않아도 괜찮다.

그러나 인생에는 항상 변수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했다.


한참 녹화를 하던 도중

창밖에서 고등어 트럭의 사이렌 소리가 울렸던 것이다.

깜짝 놀란 고양이는 튀어 올랐고,

그 과정에서 노트북과 연결된 카메라 케이블이 뽑혀버렸다.


“어쩌다 고장이 났나요?”


AS 기사님이 고장 경위를 물었다.

노트북과 카메라 케이블이 녹화 도중 갑자기 빠져버렸다고 했더니,

그럴 경우 간혹 운나쁘게 스파크가 튀어

카메라의 메인보드가 고장 날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갑자기 케이블을 빼면 안 된다는 말을 하는 기사님의 말에,

“고양이 때문이에요.”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수리비는 30만 원가량이 나왔다.

수리기간은 약 한 달가량이 소요된다는 말을 들었다.

기다리는 도중에 광고 영상 요청이 들어와

결국 새로 카메라를 하나 더 구매해야 했다.


카메라를 새로 샀다고 하니 누군가가 말했다.


“카메라도 하나 더 사고… 유튜브 진짜 열심히 하려나 보네?”


“고양이 때문이에요.”

라고 나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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