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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과 경계심사이

웹툰 작가의 눈으로 본, 지브리 스타일 AI 현상.

by 우동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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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과 경계심 사이>


생성형 인공지능에 관심을 가지고 추적해 온 건 유튜브 기록을 살펴보니 5년 전부터다.

-관련사진-


요즘 흥미로운 것은 그림 작가분들의 대처다.

그것도 이 분야의 스페셜 리스트라고 불러도 될 정도의 그림 작가분들이

본인의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만들며 즐기고 있다.


작년과 재작년, <웹툰포럼>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도 그랬다.

위기를 이야기하고, 대책을 논의할 것 같았다.

그런데 대다수의 기성작가들은 흐름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물론 ‘절대 안 된다’는 강경입장을 가진 분도 있었다.)


상대적으로 신인에 해당하는 작가님은

생성형 AI가 뭐가 문제인지를 이야기하는 것 말고,

어떻게 사용할지를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하셨다.

웹툰 주간연재 환경이 너무 가혹해서 생성형 AI 이미지 시장이 빨리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작가분들이 대다수였다.


‘그런가?’

‘나만 심각하게 디스토피아 미래를 상상하는 건가?’


커뮤니티 여론은 정반대였다.

생성형’AI 이미지 제작은 반칙, 치트키, 비겁한 어떤 것이었다.

독자들의 AI이미지에 거부감을 느끼는 현상은 당분간 웹툰시장을 지켜주는 보호막이 될 것이다.


‘명분’의 문제라는 게 있다.

인스타툰에서, 유튜브에서, 틱톡에서 생성형 AI로 콘텐츠들이 양산되고 있다.

‘이 콘텐츠는 생성형 AI를 활용해서 만들었습니다.’라는 항목에 체크만 하면 올릴 수 있는 모양이다.

TDM면책규정이 일부 통과된 나라들도 있으니 전 세계인이 동시 사용하는 앱들은 저런 형태로 잠깐의 수습을 해가고 있는 것이다.

웹툰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취재영역에서 챗GPT는 사용하지 않는 작가는 거의 없다.

그것 또한 지적 보호를 받아야 할 저작물들을 불법 크롤링 한 학습 데이터 일 것인데,

이미지 영역만 성역화되어있다.

일종의 이중잣대인 것이다.


<특이점이 온다> 레이 커즈와일은

2025년, 인간을 뛰어넘는 AI의 탄생,

2035년, 인류를 뛰어넘는 AI의 탄생을 예언한다.

책에 의하면 올해가 특이점의 서막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너무 심각하고 불안을 느끼는 것도 문제고,

너무 안일하게 보는 것도 문제다.


신기한 일이지만 머릿속에 그렸던 그대로의 속도로 AI는 성장하고 있다.

AI는 그리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기술적으로 인간의 만화기술을 완벽히 대체할 수 있을 것 같다.

커뮤니티에서 말하는 ‘딸깍!’ 하면 만화가 나오는 세상,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그 이미지 생성에 걸리는 GPU 과부하 라던지,

관련 AI구독료 대비 생산성이 얼마나 나올 것인가 하는 경제적인 것은 차치하겠다.


문체부 만화진흥위원 회의를 다녀왔다.

생성형 AI 이미지 관련 이야기가 뜨거운 감자처럼 오르내린다.

TDM 크롤링 면책규정에 대해서는 문체부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모양이다.

만화분야와 다른 콘텐츠 분야, 모두가 동일한 규정을 적용할 수 없으니 쉽지 않아 보인다.

만화 전공자들이 상대적으로 의연한 모습을 보이는 게 무엇 때문인가를 고민해 봤다.


‘어쩔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오래 살아남은 작가들의 엇비슷한 마인드 세팅값은 이 것이었다.

이번 주 마감은 계획대로, 전체 인생은 되는대로.


‘평생 현역 작가로 살 수 있을 것인가?’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작가들은 일단 오늘 할 수 있는 최선의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몰입한다.

이 작품이 완성되고 연재를 할 수 있으면 베스트, 안되면 그때 생각해 보자.

이게 기본 세팅값이다.


그러다 보니, 당장 어쩔 수 없는 영역,

미래의 변수를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게 습관화된 것이 아닐까?


프리랜서 창작자로 살아가기 위해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유연한 사고다.

1세대 웹툰 작가들이 넘긴 바통을 넘겨받은 2세대, 3세대 작가들.

그 전의 한국출판만화 작가들.

모두 각자만의 시장을 일구고 스스로 만들어 온 사람들이다.

변수는 언제나 있었고, 시장이 붕괴되는 것 또한 그리 생소한 경험도 아닌 것이다.

지킬 수 있으면 가장 좋은 일이겠으나,

붕괴되고 재조립되는 과정에서 또 그만의 길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위험하고도 유연한 사고가 작가들의 머릿속에 잡혀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성형 AI는 작가들의 관심과 경계심 사이에 있는 무언가다.

유용한 도구가 될지, 작가와 시장을 폭파시키는 무기가 될지는 알 수 없다.


창작자들은 언제나 그래왔듯, 변수에 대한 불안감을 내려두고

오늘 할 수 있는 원고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솔직한 이야기로는 지금의 시장이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다만 방법을 모르겠다.

TDM 면책규정을 막는다고 한들, 생성형 AI 이미지 제작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저작권 문제가 없는 이미지로 학습한 프로그램을 어느 기업에서 만들면 그뿐이다.

법으로 막을 수 없다면 문화로 막을 수 있을까?

만화판은 독자들의 거부감으로 잠시 막을 수 있다지만,

틱톡과 인스타툰이 결합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면 그것은 막을 수 있을까?


어떻게 머리를 굴려봐도 물꼬가 터진 둑처럼 시장이 침수되는 이미지만 떠오른다.


재작년 겨울쯤,

관련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마음이 답답해서 방법을 강구해 달라고 유튜브 게시판에 관련 내용을 업로드했다.

돌아온 건 악플들이었다.

커뮤니티에 좌표가 찍힌 것이다.

대부분 감정적인 무지성 악플들 뿐이었지만,

사실 그들도 방법을 찾을 수 없으니 화를 낼 대상으로 좌표를 찍었던 것이 아닐까?


지금의 시장이 유지되었으면 좋겠지만 방법을 모르겠다.

그 안에서 살아남는 건 추진력과 유연한 사고를 가진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사람이겠지.

싶은 그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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