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게임의 향수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라는 게임이 있었다.
MS-DOS 시절, [손노리]라는 한국 게임회사에서 만든 RPG게임이었다.
[손노리] 게임에 대해서도 한도 끝도 떠들 수 있겠으나, 이번 게시글에서는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하나에만 집중해 보기로 하겠다.
[세계관]
톨킨 세계관의 전통 판타지.
-턴제 RPG게임
[게임-플롯구성]
메인플롯
-지팡이를 찾는 [구출의 플롯]
서브플롯
(1) [모험의 플롯] RPG니까.
(2) [성숙의 플롯] RPG니까.
(3) [복수의 플롯] 나름 입체성을 부여한 안타고니스트 서사.
[덕질 포인트]
(1) 국산 정통 RPG게임 (국내 최초의 이야기 중심 게임)
-일본 RPG, 미국액션 아케이드 게임뿐이었던 시절.
(2) 중소기업, 게다가 MS-DOS 환경에서 만든 자체 게임엔진이라는 것.
(3) 국내 최초 정식 풀패키지 구성.
(4) 중소기업인데, 이후 <다크사이드 스토리> <포가튼 사가> <화이트데이> 등 레전드 게임 계속 제작성공.
-대부분 스토리가 중요한 게임이었다는 것이 포인트.
재밌는 만화를 보면, 만화를 그렸고,
재밌는 게임을 하면, 게임을 만들었다.
초등학교 시절, Gw-Basic으로 미로 찾기를 만들어 친구들에게 플레이시키고, 쯔꾸르로 RPG게임을 만들어 PC통신에 업로드해 반응을 보는 게 즐거웠다.
만화를 그렸던 것도, 그리는 재미도 컸지만, 친구들의 반응을 보는 게 재밌어서였던 것 같다.
여기저기 산개되어있던 재미의 조각들이 처음으로 한데 모여 그럴싸한 것으로 눈앞에 펼쳐졌던 것이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라는 게임이었다.
북유럽 ‘에스토니아’라는 나라를 가보고 싶었던 것도,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와 어감이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라고 말하면 어쩌다 그런 덕후가 됐냐는 안타까운 시선만 돌아왔지만…
그때쯤부터였던 것 같다.
무언가를 만들어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사람들에게 던져주는 일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건.
내가 받아보았던 그 커다란 선물 같은 감정을, 나도 누군가에게 전해주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삶의 30년’이 비록 그림으로 채워져 있었지만, 꼭 ‘만화’ 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전하고 싶은 것의 본질이 ‘이야기’에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이야기를 전하는 도구가 글이든, 그림이든, 영상이든, 게임이든, 그것을 잘 포장해 마음에 닿도록 전달하는 것이, 내 일의 재미라는 확신.
책을 산다고 거짓말한 뒤, 37,000원을 털어 샀던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 6장짜리 패키지]의 감동. 그때의 전율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지금의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결국 내가 미쳐있는 덕질 속에 내가 미칠 수 있는 일의 근원이 숨어있을 것이라는 생각의 정리.
-p.s : <어스토니시아 스토리>가 두번째 리메이크 되어 곧 발매된다고 합니다.
#어스토니시아스토리 #에스토니아 #겜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