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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문주 Mar 20. 2020

가격보다 퀄리티,  프리미엄 SPA 브랜드 총정리

두고두고 입어도 질리지 않는 옷

프리미엄 SPA 브랜드 총정리 | 가격보다 퀄리티 | 두고두고 입어도 질리지 않는 옷


요즘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패션 브랜드는 어디일까요?


한국에서 2000년대 후반부터 약 10년 동안 유행하던 패스트패션의 시대가 저물고 이제 슬로 패션(Slow Fashion)의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패션상품을 구입할 때 낮은 가격과 트렌드만을 주로 고려하던 소비자들이 좀 더 오래 입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죠.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패션 브랜드들은 가격을 약간 높이더라도 환경과 노동자의 권리를 생각하는 좀 더 지속 가능한 방법을 고민하고, 오래 입을 수 있는 디자인으로 좋은 품질의 상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패스트패션 유행을 이끌었던 SPA 브랜드 회사들도 최근에는 기존의 대중적인 브랜드 대신 프리미엄 브랜드를 키우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패스트패션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약간 더 가격대가 높은 시장을 공략하고 있죠. 그리고 실제로 이러한 방법이 매우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어요. 가격대가 더 높아졌지만 가격 거품이 적은 편이기 때문에 다른 브랜드 대신 프리미엄 SPA 브랜드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저도 온오프라인 스타일링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최근 6개월 동안 가장 많은 상품을 구입했던 곳이 어디인지를 살펴보니, 프리미엄 SPA 브랜드더라고요. 고객에게 추천할 때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입을 옷을 구입할 때도 프리미엄 SPA 브랜드의 선호도가 높았는데, 그 이유는 크게 다섯 가지입니다.


(비교적) 좋은 품질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

편리성 (온라인 주문/반품이 쉬운지, 주요 번화가에 매장이 있는지)

오래 입을 수 있는 디자인

사이즈의 다양성


여기에서 품질과 가격은 워낙 상대적인 것이라서 '비교적'이라고 표현했어요. 품질은 심지어 비싼 명품 브랜드라고 하더라도 그 안에서 좋은 것과 나쁜 것이 나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프리미엄 SPA 브랜드에서도 품질이 나쁜 상품들이 존재할 거예요. 하지만 보세나 ZARA, H&M 등의 대중적인 SPA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는 품질이 좋은 편입니다.


가격도 마찬가지예요. 10만 원이 누군가에게는 저렴한 것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비싼 것일 수 있죠. 프리미엄 SPA 브랜드는 대중적인 SPA 브랜드에 비해서는 가격대가 높지만, 태생적으로 유통마진이나 광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백화점 브랜드에 비해서는 가격이 합리적인 편이에요.


이런 장점들을 가지고 있기에 프리미엄 SPA 브랜드는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30대 이상에게 특히 반응이 좋습니다. '아주 트렌디한 저가의 옷은 이제 나이에 안 맞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백화점 옷은 너무 비싼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 때 시도하기 좋은 선택지, 프리미엄 SPA 브랜드를 소개합니다.







우선 한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대표적인 프리미엄 SPA 브랜드부터 얘기해 볼게요. 지난번에 대중적인 SPA 브랜드를 소개할 때는 글로벌 브랜드와 한국 브랜드로 나누어서 소개했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글로벌 브랜드만 소개하려고 해요. 아직 한국 SPA 브랜드 중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별도로 론칭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에요. 앞으로 한국 SPA 브랜드가 더 커지게 되면 프리미엄 브랜드도 생기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이번 글에서 소개하는 브랜드들은 글로벌 SPA 브랜드를 만든 회사인 인디텍스(Inditex)H&M 그룹 산하의 프리미엄 브랜드고요. 글로벌 브랜드답게 사이즈가 아주 다양하게 나옵니다. XS부터 시작해서 XL까지 있어서 사이즈 고민 없이 입을 수 있어요.


하지만 유의할 점도 있죠. 전반적으로 서양인 체형에 맞게 나온 옷들이 많아서 팔, 다리 기장이 긴 편이에요. 그래서 대부분 기장 수선을 해야 합니다. 만약 수선하는 것이 너무 귀찮다면 상의는 소매를 걷을 수 있는 디자인, 하의는 크롭 팬츠를 고르는 것이 좋아요. 하지만 수선을 완전히 배제하면 상품 종류가 너무 줄어들게 되니 상황에 따라 적절히 섞어서 시도하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그럼 지금부터 프리미엄 SPA 브랜드를 하나씩 알려 드릴게요.






1. 코스 COS



가장 먼저 소개할 곳은 H&M 그룹에서 2007년에 론칭한 브랜드, 코스(COS)입니다. 미니멀하면서도 약간은 실험적인 디자인이 많이 나와요. 디자인 철학이 'Buy better. Keep forever.'이기 때문입니다. (직역하자면, '더 잘 구입하십시오. 영원히 유지하십시오.'인데 한국어로 바꾸니 약간 어색하네요.) 세심하고 정교한 기술로 시간이 지나도 오래 입을 수 있는 옷들을 만든답니다.


처음에 디자인을 보면 약간 오버사이즈 느낌도 있고 독특해서 꺼려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한번 제대로 입기 시작하면 빠져나올 수 없는 마성의 디자인이에요. 그래서인지 제 주변의 디자이너 분들 중에 이 브랜드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이 아니라 뭔가 다른 감성이 담긴 디자인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이게 뭔데, 2만 9천 원이나 할까?' 싶지만 확실히 다릅니다.

그리고 저는 코스에서 구입한 상품들 중에 품질 때문에 문제를 겪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심지어 작은 액세서리류까지도요. 간혹 브랜드 중에서 옷은 품질이 좋지만 액세서리는 품질이 나쁜 경우도 있는데요. 코스는 모든 상품들의 품질이 괜찮은 편이더라고요. 예를 들어, 작년에 구입했던 것들 중에는 스크런치(곱창밴드)가 있는데요. 이런 작은 액세서리는 굳이 브랜드 상품을 구입하지 않고 그냥 길을 다니다 괜찮아 보이는 게 있으면 가끔 구입하는 분들이 많죠. 그렇다 보니 코스에서 나오는 액세서리류 가격이 너무 높다고 하시는 분들도 종종 있습니다. (헤어밴드 가격이 2만 9천 원이니, 그럴 만도 합니다.) 하지만 직접 구입해 보면 아실 거예요. 작은 헤어밴드조차 소재와 마감이 뭔가 확실히 좋다는 걸요. 저는 솔직히 쓸 때마다 감탄했습니다.


사이즈는 상품에 따라 간혹 다른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32 사이즈부터 42 사이즈까지 나옵니다. 32 사이즈는 한국 사이즈로 33-44 사이즈 정도이고, 42 사이즈는 88 사이즈 정도예요. 그래서 33반 사이즈를 주로 입는 저도 코스에서 상의는 사이즈 걱정 없이 구입할 수 있답니다. 하의는 제가 23-24 사이즈 정도를 입는데, 대부분 한 사이즈 정도 커서 수선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빅사이즈도 간혹 99 사이즈까지 나오는 제품들이 있으니 눈여겨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2. 마시모두띠 Massimo Dutti



두 번째로 소개할 곳은 자라(ZARA)를 만든 회사인 인디텍스(Inditex)에서 1991년에 론칭한 브랜드, 마시모두띠입니다. 마시모두띠는 코스에 비해 클래식한 느낌이 나는 디자인이 많이 나와요. 그래서 코스처럼 살짝 독특한 컨템퍼러리 한 디자인을 시도하기 어려울 때 마시모두띠를 선택하면 좋습니다.


마시모두띠 셔츠

이 브랜드는 특히 셔츠 종류가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요. 그래서 소문난 셔츠 덕후인 제가 애용하는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저는 셔츠를 재킷처럼 입기도 하고, 카디건처럼 위에 걸치기도 하고, 단독으로도 입어서 거의 매일 입고 다녀요. 하지만 33-44 사이즈를 주로 입기 때문에 국내 브랜드들 중에서 사이즈가 맞으면서도 디자인이 예쁜 것을 찾기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마시모두띠에서 광명을 찾았죠. 그래서 지금은 제가 갖고 있는 셔츠의 반 이상이 마시모두띠에서 구입한 셔츠랍니다.


물론 마시모두띠도 글로벌 브랜드이기 때문에 다른 곳 사이즈는 잘 맞더라도 기장은 좀 긴 편이에요. 그래서 저는 마시모두띠에서 구입한 셔츠들은 주로 소매를 걷어서 입습니다. 이렇게 하면 어깨부터 팔까지 이어지는 라인도 자연스럽게 잡혀서 더 스타일리시해 보일 수 있어요. 만약 저와 비슷한 사이즈 고민을 갖고 계시다면 이 스타일링 방법을 한번 시도해 보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마시모두띠의 크롭 핏 진

그리고 마시모두띠에서 놀랐던 점 중에 하나는 바로 23-24 사이즈 하의를 주로 입는 저에게도 맞는 바지가 있다는 거였어요. 게다가 크롭 핏으로 나오는 캐주얼 바지들은 기장 수선을 전혀 하지 않아도 딱 맞게 입을 수 있더라고요. (물론 정장 바지는 핏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수선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전에 유튜브 채널 콜리젯TV에 제 고민을 담아 작은 사이즈 청바지를 찾는 영상을 올렸더니 굉장히 반응이 좋았는데요. 저와 비슷한 고민을 갖고 계신 분들 중에 아직 마시모두띠 시도해 보지 않은 분이 있다면 한번 입어 보시길 바라요. (스타일링 경험상 핏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기 때문에 직접 입어 보고 결정하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사실 자라(ZARA)에서 가방, 신발, 벨트 등 소재가 중요한 제품들을 구입할 때는 망설여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그럴 때 마시모두띠 제품들을 살펴보시면 좋습니다. 특히 가죽 제품이 좋기로 유명하고, 전반적으로 소재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스카프를 자라(ZARA)와 비교해 보자면 마시모두띠는 실크 100%, 자라는 폴리에스터 100%로 나오고 디자인도 마시모두띠가 더 고급스럽습니다.






3. 앤아더스토리즈 & Other Stories



세 번째로 소개할 곳은 앤아더스토리즈(& Other Stories)입니다. 코스(COS)처럼 H&M 그룹에서 만든 브랜드예요. 남성이나 아동을 위한 제품도 판매하는 다른 곳들과는 달리 여성을 대상으로 한 제품만 판매합니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도 '여성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부여합니다'라고 하네요.) 2010년에 소규모 크리에이티브 그룹으로 시작해서 지금의 브랜드로 발전했습니다.


이 브랜드는 이전에 소개해 드린 브랜드들보다 좀 더 트렌디하고 발랄한 느낌이 나는 디자인이 많이 나옵니다. 특히 컬러 플레이를 잘하는 편이라서 톡톡 튀는 컬러가 입고 싶을 때 찾아보면 좋은 곳이랍니다. 품질은 코스나 마시모두띠에 비해서는 약간 떨어지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유행을 따르고 장식적인 제품들이 좀 더 많아서인 것 같습니다. 특히 액세서리류는 끊어지거나 빠지는 경우가 있고, 신발은 간혹 밑창이 닳은 경우가 있어서 구입할 때 잘 살펴봐야 해요.


앤아더스토리즈의 실크 셔츠를 입은 메건 마클

그래도 하위 브랜드인 H&M에 비해서는 소재나 마감이 전반적으로 좋은 편입니다. 코트나 니트에 알파카 같은 고급 소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실크 100% 셔츠도 유명해요. 영국 왕자비 메건 마클이 여기 셔츠를 입은 적이 있어서 더 유명해졌죠. 실크 셔츠가 다양한 컬러와 사이즈, 디자인으로 나오기 때문에 아직 기본 실크 셔츠를 갖고 있지 않은 분은 여기에서 구입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저도 하나 갖고 있답니다.)


그리고 '원스톱 스타일링 데스티네이션'을 표방하는 곳이라서 옷 외에 신발, 액세서리, 화장품 등의 비중도 높은 편입니다. 특히 화장품은 마니아들도 많아서 품절이 잦은 편이에요. 저도 블러셔를 써본 적이 있는데, 발색도 잘 되고 패키지 디자인이 워낙 예뻐서 왜 유명한지 알겠더라고요.


앤아더스토리즈는 다른 프리미엄 SPA 브랜드에 비해 아직 매장 수가 적은 편인데요. 서울에는 대표적으로 압구정 로데오역과 여의도 IFC몰에 매장이 있습니다. 두 곳 모두 매장이 정말 예쁘게 꾸며져 있어서 만약 아직 안 가보셨다면 한 번쯤 가보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여기까지가 한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대표적인 프리미엄 SPA 브랜드입니다. 이것 외에도 아직 한국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많은 분들이 기다리고 있는 브랜드가 하나 더 있는데요. 그 브랜드를 마지막으로 소개하려고 해요. H&M 그룹에서 2017년에 론칭한 브랜드, 아르켓(Arket)입니다.



4. 아르켓 Arket



코스(COS)가 실험적인 디자인과 감성을 좀 더 중시하는 반면, 아르켓(Arket)은 확실히 품질에 집중하는 브랜드라고 할 수 있어요. 가격대는 코스가 좀 더 높은 편이지만 품질만 따지면 아르켓이 더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디자인도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 많아요. 코스는 기본 디자인이라고 하더라도 약간의 디테일이 가미되어 있는데요. 아르켓은 베이직한 디자인을 좋은 품질로 만든다는 점이 다릅니다.


그래서 아르켓의 베스트셀러가 무엇인지 살펴보면, 기본적인 라운드넥 티셔츠나 셔츠, 청바지 같은 것들이 많아요. 한국에 진출하면 잘될 것 같은 브랜드 중 하나인데, 아쉽게도 아직 진출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네요. 대신 해외 웹사이트에서 주문하면 한국으로 직배송이 가능합니다. 해외배송이라 시간을 좀 오래 걸릴 수 있지만, 배송대행지를 별도로 이용하지 않아도 되니 비교적 편하게 배송을 받을 수 있어요.


그리고 아르켓만의 특징 중 하나는 마치 편집샵처럼 다른 브랜드의 상품을 그대로 들여와 판매한다는 겁니다. 원래 SPA 브랜드는 '자체 개발 의류를 판매하는 소매점(retailers of private-label apparel)'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PB 브랜드처럼 자체 개발 상품만 판매하는데요. SPA 브랜드가 다른 브랜드의 디자인을 그대로 카피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인지, 좋은 제품이 있으면 그 제품을 약간 바꿔서 직접 만드는 게 아니라 그 브랜드 그대로 판매하더라고요.


그리고 또 하나의 특징은 제품마다 어디에서 만들어진 것인지 공급자와 공장을 표기한다는 것이에요. 물론 H&M과 동일한 공장들을 공유하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자면 지속 가능한 패션으로 분류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투명하게 관리해서 환경을 개선해 보겠다는 의지가 보이고, 소비자가 좀 더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게 만들어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이번 글에서는 프리미엄 SPA 브랜드들을 총정리해 보았는데요. 아무래도 대중적인 SPA 브랜드보다는 가격대가 높기 때문에 구입할 때 망설여지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그럴 때는 이 브랜드들 모두가 시즌마다 세일을 진행하니, 그 기간을 노려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오늘도 모든 사람들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즐기는 날을 꿈 꾸며 글을 마칠게요.






보세, SPA 브랜드, 디자이너 브랜드, 명품?! 어디에서 옷 사야 할지 모르겠다면?

https://brunch.co.kr/@colizet/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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