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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문주 Apr 21. 2020

30년 지나도 옷장에 남아 있을 옷, A.P.C.

기본에 충실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옷

오랜 시간이 지나도 즐겨 입을 수 있는 옷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아페쎄의 오래된 화보. 전혀 촌스럽지 않다. (좌)1992년, (우)1997년


수백만 원대의 명품만 오래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명품이라고 하더라도 유행을 타는 제품은 조금만 지나도 어쩐지 촌스러워 보여서 손이 가지 않기 때문이죠. 단순히 비싼 제품이라고 해서 오래, 자주, 만족도 높게 입지는 못합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10년 이상 옷장에 남아 있는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클래식(Classic)'입니다. 클래식한 것은 시대를 초월해서 지속적인 가치를 지니죠. 처음 샀을 때도 예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멋져 보이는 '빈티지(Vintage)'를 풍기는 옷처럼요.


클래식하다고 하면 연령대가 높은 사람들만 입는 스타일을 연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전통적인 스타일에 도시적인 느낌을 더하면 젊고 클래식한 스타일도 충분히 가능하답니다. 오랫동안 입고 세탁해서 나만의 워싱을 만드는 청바지도 그런 옷이죠.


이런 클래식한 옷들은 대체로 단순한 디자인이면서도 소재와 마감에 신경 쓴 것들이 많습니다. 로고도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브랜드 정체성은 핏과 소재 등을 통해 은은하게 드러나죠. 오늘은 이런 브랜드 중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곳 하나를 소개합니다. 프랑스 감성의 미니멀리즘 캐주얼 브랜드, 아페쎄(A.P.C.)입니다.



*이 글은 콜리젯(COLIZET)의 사명 중 하나인 '좋은 상품은 널리 알린다'를 실천하기 위해 쓴 글입니다. 제품 광고와는 전혀 무관하며, 오로지 진정성 있는 브랜드 스토리만을 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자면, 아페쎄(A.P.C.)는 사실 제가 대학생 때부터 꼭 사고 싶어 하던 브랜드 중에 하나였어요. 주변을 둘러보면 아주 비싼 명품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저는 오히려 아페쎄가 더 끌리더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오랫동안 바라던 브랜드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구입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학생 때는 편하게 구입하기에는 약간 가격대가 높은 편이었고, 직장을 다닐 때는 정장에 더 투자하다 보니 캐주얼한 옷은 사지 않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패션 스타일링 업(業)을 시작하고서야 드디어 아페쎄 제품을 사게 되었습니다. 제가 첫 번째로 구입한 건 바로 이 가방이에요.


데미 룬 백 (Demi-Lune Bag)

반달을 닮은 이 가방의 이름은 데미 룬, 영어로는 하프 문(Half-Moon) 백입니다. 다양한 색상이 나오는데 저는 갈색을 골랐어요. 이 가방은 검은색도 인기가 많지만 저는 웜톤이라 옷도 베이지, 아이보리, 브라운을 선호해서 갈색을 구입했답니다.


사진에서도 느끼실 수 있겠지만,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면서도 품질이 좋아요. 로고가 크게 적혀 있지도 않고, 군더더기 많은 장식이 달려 있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아주 만족스럽게 즐겨 매는 제품이랍니다. 대학생 때부터 줄곧 제 위시리스트에 있던 제품이었는데, 직접 사서 사용해 보니 '더 일찍 살걸' 싶더라고요.



이 가방은 스테디셀러 제품이라 후기도 많은 편이에요. 후기에 나온 단점들을 보면 긁힘에 취약하다는 것과 지퍼가 빡빡하다는 이야기가 많은데요. 소재가 부드러운 통가죽이다 보니 긁힘에 취약한 편이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지퍼는 사람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생각보다 빡빡하지는 않았습니다. 지퍼를 열고 가방을 벌리는 게 약간 힘들다고 하시는 경우도 있던데 저는 별로 불편함을 못 느꼈답니다.






그런데 사실 이 가방보다 아페쎄에서 더 인기가 많은 제품이 있습니다. 바로 청바지예요. 아페쎄는 청바지로 유명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특히 셀비지(Selvedge) 데님이 유명해서 '청바지의 표준'으로 불리기도 하죠.


원단 끝의 빨간 스티치가 특징인 셀비지 데님

셀비지(Selvedge) 데님은 구형 직조 방식으로 실을 베틀로 짜서 만든 원단입니다. 밀도가 높고 빳빳한 느낌이 나는데요. 베틀로 만들어지는 원단이기 때문에 짜임이 일관적이지는 않습니다. 원래 1900년대 중반에서 후반까지 청바지 소재로 인기가 있었는데, 이후 직조 방식이 현대화되면서 생산 속도가 느리고 일관성이 떨어지는 셀비지 데님은 점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 같았죠. 미국 청바지계의 원조 브랜드인 리바이스를 통해 명맥만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셀비지 데님은 미국산과 일본산이 있는데, 미국산은 점차 생산을 하지 않게 되었고 2017년부터는 생산이 중단되었습니다.)


그러다 아페쎄가 이 원단을 사용해 청바지를 만들면서 다시 주목을 받게 됩니다. (아페쎄는 일본산 셀비지 데님 원단을 사용했는데, 독점 공급이라 많은 경쟁자들이 원단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애썼습니다.) 아페쎄가 청바지의 표준으로  일컬어질 정도로 상징적인 모델이 되었죠. 몸에 딱 붙지도 너무 넉넉하지도 않은 핏, 적당히 올라오는 허리 라인, 언제 입어도 질리지 않는 인디고 색상 등 모든 것을 고려할 때 그야말로 시대를 초월한 청바지입니다.


최근에는 스키니진이 유행하기도 했고, 스트레치성 있는 부드러운 원단을 선호하는 분들도 많은데요. 아페쎄의 청바지는 처음에 입으면 약간 딱딱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잘 늘어나지 않는 원단을 사용합니다. 대신 그렇기 때문에 핏 변형을 최소화하면서 청바지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그리고 입는 사람의 생활 습관에 따라 점점 자연스럽게 워싱도 되고 조금씩 원단이 늘어나면서 나만의 청바지를 가질 수 있답니다. 이런 매력 때문에 한번 아페쎄 청바지를 길들여본 사람은 이 브랜드의 청바지만 산다고 해요. 저도 최근에 하나 구입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길들여질지 기대가 됩니다.


그런데 아페쎄 청바지를 길들일 때는 유의할 사항이 있습니다. 일단 처음에는 조금 더러워지더라도 최대한 세탁을 하지 않는 것을 권장해요. 첫 세탁은 반드시 드라이클리닝, 이후에는 울샴푸를 푼 물에 1시간가량 담근 후 섬세하게 손빨래와 건조를 해야 합니다. (세탁기에 돌리거나 심지어 바닷물과 모래로 워싱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드라이클리닝 후 울샴푸를 사용하는 방법을 가장 권장합니다.)


항상 말씀드리지만, 오랫동안 옷을  입으려면 세심한 관리가 중요하답니다. 세탁기에 마구 돌려도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옷은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좋은 옷을 오래 입으려면 꼭 세탁을 신경 써야 한다는 점 잊지 마세요.






아페쎄는 청바지로 가장 유명하지만 스웨터, 티셔츠, 블라우스 등 다른 제품군도 모두 괜찮은 브랜드예요. 이번에 브랜드를 소개하기 위해 올해 나온 상품들을 살펴 보니, 전부 다 옷장에 들여 놓고 싶을 정도로 예쁜 것들이 많았습니다. 스웨터는 면 90%에 캐시미어 10%가 혼방된 소재를 사용해서 적당한 두께감에 클래식하게 떨어지는 핏이 괜찮았고요. 티셔츠도 다양한 두께로 나오는데 특히 살짝 두꺼운 소재로 나온 튼튼한 느낌의 제품이 아페쎄 청바지와도 잘 어울려서 예쁘더라고요.


밝은 컬러감의 2020년 봄 신상품


아페쎄는 종종 할인도 진행하기 때문에 그때를 노리시면 좋은 가격에 상품을 구입하실 수 있답니다. 한국에서는 공식 홈페이지의 "OVERSTOCK" 메뉴에서 할인가에 구입하실 수 있어요. 그리고 해외의 다양한 온라인몰에서도 할인을 할 때가 많습니다. 이런 핫딜은 갑자기 진행되니 꼭 구입하시고 싶은 상품이 있으면 시간날 때마다 구글에 검색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이번에 제가 아페쎄에서 구입한 상품들은 유튜브 채널 콜리젯TV에서 영상으로도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가방, 청바지, 티셔츠에 대해 꼼꼼하게 살펴볼 거예요. 영상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구독과 알림 설정 잊지 마세요. 그럼 영상으로 또 찾아 뵐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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