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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Sep 29. 2020

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215. 거리 사진론

세월호 참사이후 광화문광장을 기록하던 것이 계기가 되어, 광장을 기록하게 되었다. 2014년에서 지금까지 기록하다보니, 많은 일들을 기록하게 되었고,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에서 태극기집회까지 좌우를 벗어나 기록이라는 중심(stance)을 가지고 작업하게 되었다. 거리는 하루도 같은 모습을 보여 주지 않는다. 항상 새로운 무언가가 벌어졌다. 사람들이 바뀌었고, 일인 시위를 나온 사람들 그리고 10월말에 공사에 들어가는 광장은 또다른 변화를 가질려고 한다. 20년 전에는 중앙청이 없어졌고, 10년 전은 중앙분리대에서 광화문광장으로 조성되었고, 이제 광장은 서편 도로변도 광장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그 사이에 대통령은 바뀌고 또 바뀔 것이다. 정치 사회적인 변화 뿐만아니라, 광장은 거리의 일부분이다. 거리는 사람들의 문화를 담고 있다. 단지 차가 다니는 도로는 길(road)이고, 거리(street)는 사람의 문화가 있어야 한다.     

 

예전에 거리는 사람들의 문화였다. 골목길마다 아이들이 뛰놀았고, 거리에는 좌판을 벌여놓은 장사치들이 있었지만, 점점 거리는 차가 다니는 삭막한 길이 된 듯싶다. 광화문광장은 세종대로의 거리이고, 여기에서 사진을 찍는다. 김기찬 사진가의 골목길이나, 최민식 사진가의 자갈치 시장거리는 아니더라도, 광화문광장은 무언가 사람 냄새가 나는 거리가 되기는 어려울지 모르겠다. 거리에 대한 사진가들의 국제적 모임인 인-퍼블릭In-Public의 설립자인, 닉 터핀Nick Turpin은 이렇게 정의한다.       

얼마나 많은 다른 형태의 사진들이 본질적으로 그들의 마음에 "경이로움"를 가지고 있는가그것이 길거리 사진촬영을 많은 사람들에게 거의 정신적인 과정으로 만드는 것이다왜냐하면 그것은 매우 개인적인 것이고 일종의 사진적 깨달음과 비슷하기 때문이다거리사진은 내가 사회의 본성과 그 안에 있는 내 위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나는 외부 독자를 위해 하는 것보다 나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 더 많고 불자의 깨달음과 같이 나는 그러한 이해를 통해 행복을 얻는다나는 확실히 행렬과 같은 폭로의 순간들을 내가 공공장소에서 볼 때 경험했다순간들은 내가 그것이 일어나기 위한 적절한 상황에 내 자신을 두었기 때문에 그들 자신을 드러낸다.' 

          

며칠전에 번역한 ’The Street Photographer’s Manual(David Gibson)’ 이 책은 내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내가 작업한 광화문광장의 사진에 대한 생각들을 잘 정리해주었던 것 같다. 다큐멘터리의 사진들에서 거리가 들어가지 않은 사진은 없다. 그만큼 거리는 많은 사진가들이 찍어왔던 것이다. 템즈 & 허드슨의 스트리트 포토그래피 나우Street Photography Now 책(2011년)과 에릭 김Eric Kim에서 시작된 거리 사진에 대한 고찰이다. 1980년대 후반 ‘거리 사진’이라는 용어가 유행하지 않았지만, 닉 터핀은 거리사진은 하나의 사진 장르로 설명한다.

'이제 나는 "거리 사진"은 단순한 형태의 "사진"일 뿐이고그것은 매체 자체일 뿐이며실제로 정의를 내릴 필요가 있는 또 다른 모든 형태의 사진이다풍경패션포츄레이트리포르타주예술광고... 이것들은 모두 사진 매체에 복잡하게 추가되고그것들은 "거리 사진"의 매체로 정의되고제한되고구분되어야 하는 영역이다.'   

                              '사진을 보고 거리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면그것이 거리 사진이다.‘

                                                                                                        - BRUCE GIL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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