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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소년 Nov 16. 2024

입장차이

나는

유쾌한 아들이요 든든한 미래이자 지 앞가림은 알아서 하는 부모에게 쇤소리 한 번 하지 않는 아들이다. 해주는 반찬은 다 맛있다고 하고 펴주는 이부자리에 불평 한 마디 없으며 때 되면 임영웅 콘서트도 예매해서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오는 착한 아들이다. 


 돈 없는 부모에게 불평 한 번 한 적 없고 십원 한장 보태달라고 칭얼대지 않았다. 이혼한 부모에게 원망 한번 쏟아낸 적 없고 세 부모 다 웃음으로 대하는 조금 퉁명스러운게 흠이라면 흠이겠지만 아들로서는 65점 이상은 하는 그런 아들이다. 


 그런 나는 또 좋은 친구이다. 매 번 너는 잘 될거야. 재능 있어. 니가 왜 그런 대우를 받냐며 대신 화도 내주고 술값도 내 주는 그런 친구이자 형이다. 


그런데도 나는 또 좋은 동생이다. 때 마다 스타벅스 쿠폰을 십만원씩 꼬박꼬박 누나의 카톡으로 꼽아주는 센스있는 동생이다. 하루 차이 나는 생일 때문에 늘 뒷전인데도 먼저 연락해서 생일 축하한다고 말 해 주는 세심한 녀석이다. 


아니 근데 나는 또 좋은 직장 동료이다. 덕분에 일을 쉽게 했다. 당신 덕에 오늘 하루도 수월하게 넘어갔다. 정말 능력있는 동료가 있어서 든든하다는 한 마디 말을 잊지 않는 자존감을 세워주는 밉지 않은 사람이다. 


나는 좋은 직원이다. 항상 제일 먼저 출근해서 사무실의 불을 키고 어디가 아프다. 쉬고 싶다, 또 어디를 가야 한다. 한 마디 불평도 없이 10년 개근에 언제고 도움을 청하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사무실로 또 현장으로 나와주는 주는 돈이 아깝지 않을 직원일 것이다. 심지어 늦게 줘도 그런가보다 하고 기다려주는 배려심까지..


아니다. 

그건 내가 아니다. 


나는 화가 많다. 나는 떠나고 싶다. 나는 소리를 지르고 싶다. 나는 울분을 토 하고 싶다. 나는 엉엉 소리내어 울고 싶다.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나를 껴안아 달라고 위로해 달라고 토닥여 달라고 소리치고 싶다. 


그림자에 200키로짜리 모래주머니를 달고 사는 것 같은 느낌이다. 어거지로 살고 있는 기분이다. 

죽을 방도가 없어서 살고 있는 산소 흡입기 같은 느낌이다. 


이제 그만해도 된다고 

좀 쉬면서 너를 돌아보고 돌보라고 

차라리 멀리 떠나라고 말해줘. 그래줘요. 


다 내려 놓아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도 너를 욕하지 않는다고 말해줘요. 

소스라치게 놀라 시계를 키며 일어날 필요가 없다고 

그저 푹 자라고 다독여 줘요. 


너무 고단해버려

너무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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