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부터 잘 아프지 않았다.
나름 강골이라고 생각했는데 한 번 아프면 크게 앓는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엔 차라리 잔병 치레로 짧고 연하게 치고 지나갔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코로나 이후로 더 심해진 걸까 싶기도 한데 감기가 한 번 오면 10년 전에 돌아가신 우리 반가운 할머니를 서너번은 뵈야 떠날까 말까다. 어디 감기따위! 소주에 고춧가루 한숟갈 타서 벌컥벌컥 마시고 한숨 푹 자면 낫는거였는데..이제 쉽지가 않다.
나이를 들어서 라고 하기엔 아직 그럴 때는 아닌 것 같고 아무래도 몸관리를 똑바로 못했지 싶다. 살도 디룩디룩 쪘고 일만 해도 하루 2만보 이상 걷는다면서 운동을 안했다. 일과 운동은 다른 것인데.. 며칠 전에 러닝을 해 볼까 싶어서 공원으로 나갔지만 10초만에 땡겨오는 장요근과 종아리 근육으로 인해서 뛰지는 못하고 절뚝절뚝 걸어서 5키로를 채운 다음 패배자 얼굴을 하고는 집으로 돌아온 기억이 난다.
토요일에 분명히 낌새가 있었는데 대수롭지 않게 넘겼더니 일요일날 죽음이 찾아왔다. 골골 거리면서 침대에 누워 기침이나 하고 머리통을 부여잡고 데굴데굴 굴러다니다 보니 훌쩍 월요일이 되어 버렸을 만큼 괴로운 시간이었다. 안 그래도 몸을 쓰는 일이라서 이거 도저히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냥 이겨내 보잔 생각을 버리고 진통제를 들이 부었더니 그제야 좀 살아나는 기분이다.
지금도 이럴진데 10년 후엔 정말 얼마나 아플까. 한 번도 안걸리면 다행인데 이상하게 1년에 한 번은 꼭 감기에 걸린단 말이지...작년에도 일이 바빠 수액까지 맞았다는거 아녀 아이고..오늘도 맞어야 될 것 같어..이렇게 감기에 걸릴 때마다 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아프면 그래 나중에는 자칫 감기 걸려서 대처 느리면 걍 한번에 가는거 아닌가 몰겄다.
가자. 수액 맞으러..
일을 하려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