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그러나 내 아버지는 항상 안정적인 인생, 준비된 인생을 살라고 강조하셨다. 어쩌면 당신의 인생이 언제나 불안하셨기 때문일수도 있다. 내가 다섯살이 되기전에 이혼한 부모님의 결정은 당시엔 굉장히 드물었고 욕을 먹었으며 실패한 인생이라 낙인 찍히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기억속 아버지는 적지 않은 시간을 방황하셨고 다행히 지금의 어머니와 만나시고 나름 안정적인 삶을 구축하셨다. 매우매우 주관적이고 결과론적이긴 하지만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노력으로 나를 일구셨을 것이다.
부모와 자식은 서로의 거울이라 당신을 돌아보면 나의 미래가 얼핏 그려졌을 수도 있다. 그래서 언제나 겸손과 안정을 강조하셨을 수도 있다. 나대지 말고 순리대로 성실하게 하루하루 살아서 평범하게 돈 모으고 결혼하고 애 낳고 늙어가라고 누누히 거듭 강조하셨다. 짜증내고 성질내고 다그치고 얼르고 달래기도 하면서.
그러나 또 뜻대로 되지 않는게 자식농사라고 무슨 기질을 빼다 박아서 인지 나는 여전히 당신의 뜻과는 반대로 반대로 반대로만 살고 있다. 죄송합니다. 이 기회를 빌어 사과말씀 올립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하루하루 불안해 보이는 삶을 쌓아가고 있다. 남이 보기에도 스스로 생각하기에도..어른 말씀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길 판인데 자꾸 말을 안들어 처먹어서..
처음엔 안정되지 않은 직장, 안정적이지 않은 급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삶 자체를 충동적으로 내키는데로 살아왔기 때문에 차곡차곡 돈 모으는 것도 내겐 쉬운 일이 아니다. 조금 모인다 싶으면 이렇게 저렇게 쓰고 날려버리는 식. 자꾸 결혼을 부추기는 부모님의 성화는 아마도 그런 성향을 잘 아셨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렇대도 요즘 세상에. 결혼이. 하고 싶다고 덜컥. 할 수 있는 세상이야? 가진건 불알 두 쪽 밖에 없는 남자가?
아이고 아부지..세상을 그렇게 모르세요?쯧쯧쯧이요..
인생에 대한 불 같은 열정이 좀 사그러들 나이가 된, 그러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도무지 끊어질 생각을 않는 불치의 병에 걸려버린 요즘에야 비로소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도달한 결론이
계획과 목표, 꿈이 없는 인생이라 텅 비어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
그러니 계획과 목표를 세우고 지키는 삶을 한번 살아보는건 어떨까.
같은 하루를 살아도 꽉 채워서.
웅장해진 가슴으로 내일을 고대하는 그런 삶을 나도 살아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