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용 수학
앞에서 나는 곱셈과 나눗셈이 덧셈과 뺄셈보다 계산에서 우선순위가 있다는 것이 압축성에서 기인한다고 했다. 곱셈은 같은 숫자의 덧셈을 압축한 것이고, 나눗셈은 같은 숫자의 뺄셈을 압축한 것이므로 그 압축을 먼저 풀어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부분은 곱셈 역시 연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거 말이다.
보통 이렇게 같은 숫자를 계속 곱하는 계산을 거듭제곱이라고 한다. 조금더 거듭제곱이라는 이름에 맞춰서 풀어보자면, 거듭해서 자기자신(제)을 곱하는 계산 이랄까.
이런 식으로 풀어서 얘기해 본다면, 사실 곱셈은 같은 숫자를 계속 더하는 것이니까, 거듭제합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하는 뻘생각도 해보긴 해봤다. 차라리 저렇게 이름을 지었으면 사람들이 곱셈의 의미를 조금더 정확하게 알지 않았을까.
어쨌든 같은 숫자를 계속 곱하는 계산도 솔직히 좀 귀찮고 번거롭지 않나? 그래서 수학자들은 여기서도 우리의 골치를 아프게 만들 또 하나의 표현법을 만들어 낸다. 바로 지수라는 작은 숫자다.
2를 반복해서 5번 곱하는 계산을 위와 같이 표현한다.
반복해서 곱해야 할 숫자(파란색) 2 를 (지수의) 밑 이라 표현하고,
반복해서 곱한 횟수(빨간색) 5 를 지수 라고 표현한다.
이렇게 보면 압축된 구조는 아래와 같다.
2x2 = 2+2
2x2x2 = (2+2) + (2+2)
2x2x2x2 = { (2+2) + (2+2) } + { (2+2) + (2+2) }
2x2x2x2x2 = { (2+2) + (2+2) } + { (2+2) + (2+2) } + { (2+2) + (2+2) } + { (2+2) + (2+2) }
이렇게 보면, 곱셈이나 지수 기호를 발명한 수학자들을 원망하는 마음과 동시에, 역시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 말을 떠올리며 그나마 머리 쓰는게 나은 것 같기도 하다.
지수가 곱셈의 연장이라면, 지수와 곱셈이 섞인 혼합계산에서의 우선순위는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이런 거 말이다.
3x4 를 먼저 하고, 그것을 5번 곱해야 할까? 당연히, 4를 5번 먼저 곱한 후에 3을 곱해야 맞다. 왜냐하면 위의 식은 아래와 같이 압축되어 있는 형태니까.
만약 위와 같이 압축을 풀어버린다면, 3x4 를 먼저 계산해도 별 문제가 없지만.
그리고 위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3x4 를 먼저 계산하고, 그것을 5번 곱하고 싶었다면, 아래와 같이 표현하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위와 같은 괄호라는 기호를 먼저 계산해야 하는 기호라고 생각하지만, 그 먼저 계산해야 하는 이유 자체가 압축성에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아래와 같이 문장으로 보면 알 수 있다.
내가 하루에 빵을 2개 받고, 친구가 하루에 빵을 5개 받는다. 일주일 동안 빵을 받는다면, 모두 몇개가 될까.
만약 이 문제에 대한 식을 아래와 같이 쓰면 어떨까.
실제로 초등학교 문장제 문제에서 이렇게 식을 쓰는 아이들이 많다. 이렇게 식을 써버리면, 3과 7을 먼저 곱한 후에 2를 더해야 되는데, 그렇게 되면 문장이 원래 요구하는 의미와 식의 의미가 달라져 버리게 된다.
그래서 괄호라고 하는 기호는 계산이 원래 갖고 있는 압축성(곱셈은 덧셈의 연장이라던가 나눗셈은 뺄겜의 연장이라던가) 외에 다른 압축이 필요할 때 사용한다고 볼 수 있다. 압축성 때문에 먼저 계산을 하는 것이지, 먼저 계산을 해야 하는 기호라서 먼저 계산을 하는 것이 아니다. 뭐, 결과는 똑같긴 하지만.
그래서 위 문장의 식은 먼저 둘이 하루에 받는 빵의 개수를 표현해야 하므로, 2+3 이라고 하는 계산을 묶을 필요가 있다. 그 묶여진 계산인 (2+3)을 7번 더해야 하기 때문에, 그 표시를 위해 아래와 같이 괄호를 사용한다.
사실 알고 보면 별거 아니지만, 이 별거 아닌 것을 평소부터 이해하고 사용하고 있는 것과 그냥 외워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지능계발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런 사소한 무관심들이 쌓이면, 나중에는 매우 큰 차이로 드러나게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