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묘정 Jan 31. 2022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와 지켜져야 할 가치들

아이웨이웨이 <인간미래> 전시 리뷰


강제 추방과 검열을 당하면서도 중국 체제에 굴복하지 않고 인권과 자유를 외치며 행동하는 삶을 살고 있는 예술가, 아이 웨이웨이. 테이트모던을 가득 매운 1억 개의 해바라기씨 작품을 보고 인상이 깊어서 기억해두었던 작가였다. 한 번쯤은 꼭 그의 작품을 눈으로 직접 보고 느끼고 싶었는데 이번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한다고 해서 다녀왔다.




AI WEIWEI

아이웨이웨이 © Maja Hitij/Getty Images


아이웨이웨이의 아버지 아이칭은 중국의 유명한 시인이다. 사회의 아픔을 가장 예민하게 느끼는 지식인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중국 문화혁명기에 반우파 운동에 참여하였고, 그로인해 강제로 이주를 당해 노역 생활을 해야 했다. 어린 아이웨이웨이와 가족들은 하루아침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거주지를 옮기고 비인간적인 취급을 받으며 자유가 없는 삶을 살아야 했다.



 당시 아버지에겐 읽기와 쓰기가 금지됐다.책을 소유하는 일이 반혁명, 반공으로 보일  있기 때문에 시집과 소설책을 모두 불태워야 했다.  일은 내게 종이에 인쇄된 단어와  사이에 있는 이미지가 얼마나 강력할  있는지를 확인시켜 주었다

-뉴욕 타임즈 인터뷰에서 아이웨이웨이



아버지가 완전히 복권된 후 베이징에 돌아와 그는 베이징 영화학원 애니메이션과에 입학해 현대미술 그룹 '상성화회'에서 활동했다. 그 후 뉴욕으로 건너가 여러 현대 예술가들의 작품을 보게 된다. 마르셸 뒤샹과 앤디 워홀, 재스퍼 존스와 같이 기존의 회화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작가들을 접하면서 자기만의 컨텍스트를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하는 것에 영향을 받았다.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당한 채 비인간적인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가 현대미술을 만나 세상에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게 된다. 우리가 속한 사회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일을 벌이고 있으며, 그로 인해 어떤 비극이 일어나고 있는지 기록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다양한 현대미술의 방식을 차용하여 끊임없이 표현한다.




다양한 표현방식

구명조끼 뱀 (2019) , 민물게 (2011), 라마처럼 보이지만 사실 알파카인 동물 (2015)


아이웨이웨이는 다재다능하다. 사건과 이슈를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에도 능통하고, 레디메이드 오브제로 임팩트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낼 줄도 알며, 공간 전체를 설계하는 것에도 뛰어나다. 자기만의 독특한 화풍을 고집한다기보다 다양하게 변모하면서 같은 이야기 외치고 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와 그러기 위해서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가치들. 그 이야기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여줄 것인지 그는 전략적으로 작품을 구성한다.



예술은 문제와 모순으로부터 나오고 이것들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방법이다.
- 아이웨이웨이


그래서 누군가가 그의 작품을 보러 간다고 하면 아이웨이웨이가 되어 이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 보라고 권하고 싶다. 왜 레고라는 오브제를 사용했으며, 왜 작품을 공간 전체에 벽지로 발랐고, 왜 전통적인 기법으로 이렇게 커다란 설치물을 만들어 공중에 띄웠고, 왜 중국의 각종 지방에서 버려진 나무를 가지고와 그들을 이어 붙였는지. 그가 재료를 선택하고, 제목을 짓고, 작품을 설치하는 이 모든 과정에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고 그 모든 것이 합쳐서 전하려고 하는 컨텍스트가 완성된다. 그래서 그 맥락을 따라가다 보면 작품을 통해 작가가 전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미술관 앞마당에 전시되어 있는 '나무' (2015)


그래서 좋은 개념미술 작품은 단순히 아이디어가 기발해서가 아니라 형식적인 부분에서도 대체될 수 없는 오리지널리티가 존재하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다. 반드시 그 재료여야 하고, 그 형식이어야 하며, 관객에게 이렇게 연출되어야 하는 작가의 표현력이 작품의 고유성을 만든다.




그가 말하는 인간의 미래

마스크에 그려진 민물게


전시장 입구에도 적혀있듯이 아이웨이웨이가 바라는 인간의 미래는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기쁨과 분노를 표현할 수 있는 삶을 누리고 또 그런 삶을 지금부터 앞으로 올 미래세대에 물려줄 수 있도록 행동하는 것이다. 자신이 속한 사회와 이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며 그는 지금도 끊임없이 기록하고 행동하며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우리에게 분노와 슬픔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은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들은 환영받지 못한다. 하지만 환영받지 못하는 이야깃거리라고 해서 검열되고 삭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불편한 이야기들이 해소되지 않아서 모두가 불안하게 살아가는 것이야 말로 건강하지 않은 사회일 것이다. 예술이 반드시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폐쇄적이지 않고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가치인 표현의 자유가 지켜지고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 가치가 얼마나 중요하며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그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가 무엇인지 모르거나 이미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표현의 자유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즉 현실에서 대다수 사람들은 생명으로서 개체가 당연히 자신만의 특징을 가져야한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는 거다.
-아이웨이웨이





매거진의 이전글 장인과 예술가가 만났을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