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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설 Dec 04. 2023

사요가 말하길

서울미래연극제 공식 선정작 <사요가 말하길> 관람 후기

‘칸나 사요’는 매주 인터넷에 자살 영상을 업로드 하는 수어사이드 퍼포머이다. 칸나 사요가 인터넷에 올린 자살 영상이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수어사이드 퍼포머로 주목받는다.

사요의 자살 영상을 본 중학생 ‘호소카와 유우’가 안 아픈 자살 방법을 알기 위해 사요를 찾아오며 시작된다.

유우는 최근 사요의 영상을 반복적으로 시청하다가 고통스럽지 않게 자살하는 방법을 알고 싶어 찾아왔단다. 사요의 만류와 추궁에도 자살 방법을 알고 싶은 이유를 밝히지 않자, 사요는 죽을 이유가 납득되면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한다.

유우는 동네 선배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동영상을 찍은 사연을 고백하기 시작하는데...

2023년 제13회 서울미래연극제에 공식 선정작, 『사요가 말하길』, 작·연출 이지수, 시놉시스 요약



"나는 겁은 나지만, 눈물은 안 나오던데"
- 유우


국내에서 자살 관련 주제의 연극은 찾아보기 힘든 터라, 꽤 이전부터 일정을 확인하고 예매를 했다.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했고, 미아리고개예술극장 맨 앞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숨이 막혔다.


극 시작도 전에, 시선 정면에 사요가 자살 퍼포먼스를 위해 준비한 세팅이 눈에 들어왔다. 일전에 드라마 '악귀'를 보면서도 힘들었던 부분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난관이었다. 그래도 극 시작을 잘 참으며 넘겼고, 이후에는 몰입해서 보았다.


사요가 자살 퍼포먼스를 하는 이유, 유우가 자살을 생각하게 되는 과정, 연출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성공률이 높은 유머, 세련된 연출 기법 그리고 작은 반전까지. 나는 연극은 잘 모르지만, 누가 보더라도 짜임새 있는 연극이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 그리고 상업 영화로 각본화 되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아마 '완벽한 타인' 같은 느낌이지 않을까 했다.

 

'갇힌 느낌' , '속박감'

세부적인 극의 내용은 말하지 않겠지만, 개인적으로 연극을 보며 느낀 감정이었다.


극은 유우가 자살을 생각하게 되는 과정을 꽤나 설득력 있게 들려준다. 누군가 속박되고 갇혔다고 느끼게 될 때, 그에게는 자살이 유일한 선택지로 보일 수 있겠다고(아주 간접적이겠지만)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연극은 어둡게만 가지는 않고 나름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연출자에게 관련 질문을 했고, 본인이 자살에 대해 생각해 본 것은 아니지만 자료 조사를 통해 사요와 유우가 자살에 대해 생각하는 과정을 썼다는 답변을 주셨다.  


돌아와, 나는 왜 굳이 이 연극을 찾아보았는가.

잘 모르겠다. 네 세계를 경험해 보고 싶었던 건지, 위로를 받고 싶었던 건지


그래도 괜찮았다.

누군가 자살을 생각하게 되는 과정, 이들이 느끼는 속박감과 갇힌 느낌이 어떠할지 고민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내년 봄에 다시 극이 열린다고 하니, 관심 있는 분들에게는 추천해 드린다.

재관람 의사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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