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더 웨일(The Whale)' 늦은 후기
272kg 거구의 온라인 작문 교수 찰리는 8년 전 게이 연인 때문에 가족을 버렸다. 그의 연인은 죽었고, 찰리는 17살 딸과 화해하려고 한다.
미국 아이다호주 북부, 몰몬교도 마을 외곽. 몸무게 270kg의 은둔형 외톨이, 찰리는 작은 아파트에 숨어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간다. 그를 돌봐주는 사람은 유일한 친구인 간호사 리즈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찰리는 오랫동안 소원했던 딸 엘리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손을 내민다. 그러나 불행한 십대 시절을 보내고 있는 엘리의 날카로움과 예민함에 갈등의 골은 깊어가고, 찰리는 기어코 죽음을 향해 자신의 모든 것을 먹어 치우기 시작한다. 찰리와 엘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은 서로를 포용하고, 마지막 구원'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연극 『더 웨일(The Whale)』, 신유청 연출(원작 사무엘 D. 헌터), 시놉시스
영화 '미이라'를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브랜든 프레이저(Brendan Fraser)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작품, 더 웨일(The Whale)은 영화로 먼저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연극이 원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리고 국내 초연이라는 소식에 예매했고, 대학로 '쿼드초이스'에서 관람했다. 잘은 모르지만, 원작은 2013년경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의 최고 시상식 중 하나인 ‘루실 로텔 어워즈’에서 최우수 연극 작품상을 받았던, 작품성을 인정받은 연극이라고 한다.
특별한 연출 기법이 있는 연극은 아니었지만, 극장 세팅이 아주 세련되었고 극은 묵직했다. 주인공의 대사 전달력이 좋았고, 270kg의 체중을 표현한 분장은 대단했다.
여러모로 혼란스러움을 주는 연극이었다. 게이 연인으로 인해 가족을 떠나보낸 '찰리', 자살한 찰리의 남자친구, 죽기 전에 자신의 딸 '엘리'와 화해하길 원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 사실 연극을 보고 나서 어떤 감상평을 남겨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아 후기를 쓰지 못했던 것 같다.
한 가지 인상 깊었던 부분은, 찰리는 자신의 딸 엘리에게 계속해서 '넌 정말 아름다워, 넌 정말로 놀라워, 넌 정말 완벽해'라고 말하는 부분이었다. 찰리는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어서 죽음 끝까지 자신을 내몰았지만, 딸에게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모순이었다.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연극을 보며 나는 이렇게 느꼈다. 삶은 모순이라는 것, 혼란스러움이 끝날 수 있다는 건 환상일 수 있다는 것.
내가 산 삶은 아주 짧은 삼십 년 남짓의 인생이지만, 어느 정도 수긍이 갔다. 모순투성이인 게 삶이고, 혼란스러움은 아마 내가 눈을 감을 때까지 지속되리라는 것. 나는 그렇게 느꼈다.
좋은 연극이었다. 언젠가 연극이 다시 시작된다면 한 번쯤 관람해 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