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X들
내가 어딘가 망가져 있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깊은 두려움과 죄의식, 수치심과 열등감, 자기혐오와 페르소나에서 오는 부자연스러움. (이하 X)
나만 알 거라고 착각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지만(어림도 없지) 나의 뉘앙스와 행동들은 여지없이 나의 X를 반영한다. 아마 이런 내 모습들은 고스란히 타인에게도 느껴졌으리라.
내가 나를 포장하기 급급한 순간들을 보면, 무엇이 그렇게 들통날까 두려워하는지 내가 안타깝게 여겨지는 순간들이 있다. 조금만 솔직하게 자리에 앉아 눈을 감으면 나의 X들은 선명하게 보인다. 그리고 그것들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다. 대인관계에서, 상담 현장에서,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그래서 나는 판단의 추가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향해 있는 단단하고 부드러운 사람을 좋아했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질투에 가까웠는지 모르겠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아마도 큰 노력과 아픔으로 빚어졌을) 단단하고 부드러운 모습을 보며 나는 위로를 얻기도 했다.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돌아보면 사랑을 경험할 때, 나의 X들을 조금씩 받아들이는 경험을 했던 것 같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랑을 하는 순간에도 X들은 내게 계속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사랑은 많은 지점에서 나를 나로 받아들이고, 너를 너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었다.
사랑을 얻기 위해 결국 벗겨질 포장을 계속하지만, 나를 치유해 주는 것도 사랑이라니. 사랑의 경험이 그래서 중요한지 모르겠다. 내 모습 그대로 나를 사랑해 준 그녀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기를. 타인의 평가에 기대지 않고(계속 휘둘리겠지만) 나의 기준에 맞게 살아가기를. 아마 X들은 사라지지 않을 게다. 하지만 하나는 확신할 수 있다. 아마 출발점은 그 X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지점이라는 것.
다행인 건, 그래도 출발은 했다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