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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ouvely Aug 24. 2024

나를 몰라 시작된 빨리 감기

2시간이 공중분해 되는 건 찰나.

오롯이 내가 원하는 것들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보낼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대에서 밀린 잠을 자거나 유튜브 쇼츠를 보며 두둥실 떠다니는 시간으로 충전을 하는 것을 많이 떠올리지 않을까. 화창한 날씨가 오랜만이라 반가운 마음에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차를 끌고 드라이브를 나설까. 아니면 웨이팅에 망설였던 음식점에 가서 입이 황홀한 시간을 만끽하는 선택지를 선택할까.


느닷없이 혼자 보낼 수 있는 11시간의 공백이 생겼다. 일을 할 때는 간절히 원했던 자유시간인데 막상 주어지니 어안이 벙벙해서인지 행복하다는 감정보다 조급함이 밀려왔다. 바깥에서 힘을 얻는 기질로 집에서는 일단 나서야 한다는 건 확실했다. 그렇다면 어디로 간단 말인가. 이동만 하다 시간을 허비하면 어쩌지. 이 더운 날씨를 뚫고 나가는 게 현명한 선택일까. 장롱면허가 아니라면 차를 끌고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돌아다닐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에 씁쓸하기도 했다.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알차게 보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였다. 내면에서 우러나와서 하고 싶다고 생각이 드는 것에 집중해 보자. 작고 소박해도 괜찮다.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독였지만 무용지물이었다.     



1분이 아니라 1시간 지나갑니다.

머릿속은 하얀 도화지가 된 것 마냥 떠오르지 않아서 일시정지 상태로 몇 분간 멈춰있었다. 특단의 조치로 헬스장에서 운동하면서 생각하기로 하고 집을 나서니 남은 시간은 8시간이었다. 천국의 계단을 하나씩 오르며 혼자 있는 시간을 보냈던 지난날을 복기했다. 사진 찍기 좋은 전시회를 가거나 쇼핑을 했고 대체로 목적 없이 발길 닿는 대로 마음 이끌리는 대로 돌아다녔다. 그때는 맥시멀 리스트였다면 지금은 미니멀을 추구하다 보니 쇼핑은 사치였다. 돌고 돌아하고 싶은 것은 헬로키티 50주년 특별전, 인사이드 아웃 2 추려졌다. 이번엔 선택의 늪에서 우두커니 멈춰 섰다. 헬로키티 50주년은 한정 전시라는 게 매력적이었지만 주말이라 웨이팅 지옥을 맛볼 수 있다는 글을 확인하니 이동시간까지 고려하니 시간낭비 아닐까란 생각에 망설여졌다. 반면 인사이드 아웃 2는 상영 종료 임박해서 인지 다른 영화관으로 가야 했지만 거리가 가까운 곳이고 시간대도 괜찮았다. 다만 근처 볼거리가 없다는 게 흠이었다. 시간은 계속 공중분해되고 있어 발을 동동거리다 여유를 선택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다면 집중을 하자고 말이다. 전시는 예상처럼 사람이 많으면 이도저도 안되지만 영화는 상영시간과 좌석이 확보되니 주변에 볼거리 없다는 건 망설일 이유가 되지 않았다.


예매를 하려고 하니 상영시간이 임박해서 선택이 불가능하다는 창이 떴다. 현장예매를 해야 한다는 조급함에 달리기 시작했다. 우려와 달리 예매에 성공했고, 어린아이들이 칭얼거리지 않은 덕분에 영화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불안이라는 캐릭터가 주인공 라일리를 끝없이 채찍질을 하는 모습에 투영되어 순간 눈시울이 붉혀지기도 했다. 사람은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욕망이 큰 탓에 가진 것에 대한 감사함보다 결핍이 크다는 부정편향에 관한 문장이 떠올랐다. 영화를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 것도 감사할 일이고,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날씨지만 비가 오지 않아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감사한 일인데 남들과 비교하며 채찍질했을까. 



때로는 이런 소비도 필요한 법.

영화를 정가에 본 지출이라 아쉬움은 남지만 행복함과 감사함을 느꼈다는 점을 비추어 보면 아깝지 않았다. 다음에도 공백시간이 생길 때를 대비해 틈틈이 하고 싶은 것들을 자주 내면과 소통해야겠단 생각을 했다. 그런 의미로 오늘은 무엇을 하고 보낼까 고민하다 노트북을 들고 카페에 와서 글을 끄적인다.

뷰가 좋지 않지만 에어컨을 쐬며 글을 쓰는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시간으로 행복이 한 스푼 추가되었다.





이 글을 보는 여러분은 혼자 보내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자유롭게 공유해 주면 좋겠다.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하느냐가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는지를 결정한다.

What we dwell on is who we become.

- 오프라 윈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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