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어 민희진 대표와 하이브 간의 법적공방과 언론대응 등이 화제인 와중에, 이 상황에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는 입장에서 웃음기 쏙 빼고 단 한 가지 느낀 것은 '역시 엔터에서 일하면 안 되겠다'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 이슈를 민희진과 하이브, 개인과 기업 간 갈등으로 바라보지만, 오히려 나는 기자회견에서 입을 틀어막고 눈을 질끈 감던 로펌 변호사들에게 눈길이 갔다.
패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와 같은 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예술적 감각과 창의력이 경쟁요소로써 크게 작용한다. 기업이 제공하는 재화와 용역이 얼마나 가격경쟁력이 있고, 소비자의 불편함을 해결해 주는지보다는 얼마나 예쁘고 재밌는지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 이러한 문화산업은 거대한 인프라와 대단위 연구개발보다는 특출난 개인의 역량에 의해 성과가 좌지우지되고, 따라서 회사는 그 특출난 개인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다.
'예술적 감각'이라는 키워드를 배제하더라도, 개인에게 과도한 권한과 인정이 집중되는 것은 회사 입장에선 당연히 위험하다. 특히 그 개인이 리더로서의 자질이 부족함에도 관리자 역할을 맡게 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공교롭게도 개인적인 경험과 주변의 HR업무 하는 지인들로부터, 유독 패션/엔터/콘텐츠 업에서 대체불가능한 크리에이티브함과 대체불가능한 괴팍함을 동시에 지닌 관리자 이야기를 접한다. 리더가 일에 대한 열정, 작업물에 대한 자부심, 본인 결정에 대한 자존심 등이 한없이 높을 때, 그리고 아무도 그것을 견제하지 못할 때, 그 주변의 사람들은 소위 '갈려버리는' 이야기도 종종 듣게 된다.
어느 회사를 가더라도 저마다의 문화가 있고, 특이한 사람들이 있고, 그래서 회사를 옮길 때마다 적지 않은 적응 스트레스를 겪는다. 하지만 리더, 경영자, 대표이사의 자질에는 상식적으로 통용되는 키워드들이 있다. 이번 민희진 대표와 하이브 간의 이슈는 사실관계와 판결과는 무관하게, '이 업계는 진흙탕이고, 예측불허의 사람들이 관리자를 맡고 있다.'는 사례를 보여주었다 생각한다. 돈만 많고 격이 없는 곳에는 어떤 사람들이 모이게 될 것인가.